국내 연구진이 유전자가 특정한 단백질을 만들어낼 뿐 아니라, 조건이 바뀌면 스스로 그 단백질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연구 성과는 앞으로 식물의 생체시계 조작 등에 응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대학교는 박충모 자연과학대학 화학부 교수팀이 애기장대(두해살이풀)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식물 전사(轉寫)인자 단백질 가운데 하나인 'IDD14'를 만드는 유전자가 '추위'라는 스트레스를 겪으면 반대로 IDD14와 결합해 전사인자 기능을 잃게하는 다른 종류의 단백질을 더 많이 생산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23일 밝혔다.
전사는 DNA의 유전 정보가 일단 '전령' RNA에 옮겨지는 과정을 말한다. 이 유전 정보의 복사물인 RNA가 단백질을 합성하게 된다.
전사인자 단백질 IDD14는 식물 안에서 탄수화물의 소비와 생성 등 '당대사'와 관련된 유전자의 전사를 도와 결국 해당 기능의 단백질 발현을 유도하는데, 기온이 낮아지면 IDD14 생성 유전자가 스스로 IDD14 기능을 제어함으로써 결국 당대사를 억제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당대사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은, 결국 식물의 탄수화물 소비를 줄이고 쌓아놓는다는 얘기다. 저온 환경에 대해 식물이 대처하는 방법이다.
연구진은 이같은 유전자의 자가 조절이 단백질 수준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RNA 수준에서 기능을 억제하는 'RNA 간섭(RNAi;RNA inteference)'과 구분해 'PEPi(peptide interference)로 이름 붙였다.
그동안 특정 전사인자 유전자의 기능을 억제하는 방식의 유전자조작 연구의 경우 기술적 어려움, 많은 비용과 시간 등이 난제로 꼽혔으나 이번에 전사인자 유전자의 자가조절, 즉 PEPi 현상이 확인됨에 따라 향후 유전자조작 연구에 널리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더구나 PEPi는 단백질 수준에서 이뤄지므로 RNAi 기술에 비해 유전자 억제 효율성이 매우 높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박충모 교수는 "PEPi 원리를 하나의 작물 유전자조작 기술로 특허를 출원하기 위해 벼와 에너지작물을 대상으로 보완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며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와 함께 식물 생체시계 조절 유전자의 전사인자에 PEPi를 적용, 생체시계가 망가진 식물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PEPi를 통해 작물의 생체시계를 조작하면, 저온 및 병해충 저항성을 키운 작물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연구진은 기대하고 있다.
이번 논문은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 5월호에 실렸다
- (서울=연합뉴스 제공) 신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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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1-05-2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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