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백질의 미세한 구조 결함이 복잡한 생명체를 탄생시킨 진화의 원인일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가 네이처지 최신호에 발표됐다고 사이언스 데일리와 BBC 뉴스가 보도했다.
미국 과학자들은 36종의 현대 생물들이 보유한 단백질 106종을 비교한 결과 `디하이드론'이라 불리는 단백질 결함 부위가 물 속에서 단백질의 안정성을 떨어뜨려 단백질들끼리 더 잘 달라붙게 하고 그 결과 공동 작업을 하게 만듦으로써 복잡한 기능이 태어나게 된다는 단서를 발견했다고 네이처지에 발표했다.
이 연구는 생명체의 복잡성을 초래한 것이 자연선택만이 아니며 단백질에 생긴 무작위적인 오류가 생물의 복잡성이 진화하도록 부추겼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연구진은 "많은 학자들이 진화가 곧 자연선택이며 복잡하고 정교한 생물들은 선택의 결과라고 단언하지만 우리의 주장은 다르다. 우리의 이론은 `불충분한 선택이 복잡성이 진화에 최적의 장소와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기체에 이로운 무작위 돌연변이는 유지되고 해로운 변이는 도태된다는 내용의 `자연선택'은 유기체와 개체군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생존해 나가는 방식을 설명해주는 강력한 가설로 지금까지 이에 맞설만한 이론은 제기되지 않았었다.
그러나 이 연구는 자연선택 가설이 말하는 변화의 `적응성'만이 복잡성이 증가하는 유일한 방식은 아니라는 증거를 제시하고 있다.
단세포 생명체는 점차 복잡한 유기체를 탄생시키고 이와 함께 더욱 복잡한 유전자와 단백질간의 상호작용 네트워크가 생긴다.
연구진은 단백질의 구조에 연구의 초점을 맞춰 단백질을 물 속에서 불안정하게 만드는 디하이드론 부위를 연구했다. 연구팀의 일원인 시카고대학의 아리엘 퍼난데즈 박사가 발견한 디하이드론 부위는 물속에서 단백질이 다른 단백질에 잘 달라붙게 만든다.
이들의 연구 결과 사람처럼 개체군 규모가 작은 유기체들은 개체군 규모가 큰 보다 단순한 유기체에 비해 이런 결함이 훨씬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이런 결함이 생기면 접착력이 강한 단백질들이 이전보다 훨씬 복잡한 단백질간 상호작용을 일으키게 되고 이것이 세포의 복잡성을 상승시킨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다.
즉 작은 결함이 단백질간의 협력을 증가시키는 동시에 단백질의 기능은 떨어뜨리며 이 과정에서 다른 적응현상이 일어나 접착력이 강한 단백질의 유해한 효과를 중화시키는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사람의 피 속에서 산소를 운반하는 헤모글로빈 단백질은 각기 디하이드론 결함을 가진 4개의 똑같은 서브유닛(단백질의 가장 작은 공유결합단위. 한 입자 또는 생체 고분자 등의 기본구성 단위)으로 구성돼 있지만 보다 단순한 생명체들은 단 하나의 서브유닛 만으로 똑같은 작업을 하는 글로빈 분자를 갖고 있다.
그러나 네 개의 서브유닛이 중첩됨으로써 실제로는 각자의 결함을 가리게 된다.
연구진은 자신들이 자연선택 자체를 논박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자연선택을 보완하는 `비적응' 메커니즘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지금까지 사람들은 막연히 복잡한 것은 좋은 것이고 진화는 복잡해지는 쪽으로, 즉 적응하는 쪽으로 일어난다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우리의 연구는 복잡성의 뿌리가 반드시 적응과 관련될 필요는 없다는 새로운 진화의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이 연구는 단백질 화학과 진화 생물학 사이에 새로운 다리를 놓는 것"이라면서 "이 연구를 계기로 학자들이 지금까지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던 진화의 새로운 작동 방식을 생각하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서울=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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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1-05-2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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