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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임동욱 기자
2011-04-26

누구도 가보지 못한 ‘지구 속’을 여행한다 맨틀층에 도달하려는 모홀 프로젝트 50주년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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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로 파내려갈수록 원시지층인 시원암층이 선명하게 나타났다. 어떤 광물학자도 이렇게 멋진 장면을 현장에서 연구해본 경험은 없을 것이다.”

1864년에 출간된 ‘지구 속 여행(Voyage au Centre de la Terre)’의 한 장면이다. ‘80간의 세계일주’, ‘해저 2만리’ 등의 SF작품으로 유명한 19세기 프랑스 소설가 쥘 베른(Jules Verne)의 기발한 상상력에 자극받아 지금도 수많은 과학자들이 땅 속으로 파내려가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른바 ‘해저지각 시추사업(ODP, Oceam Drilling Program)’이다.

지구는 여러 겹으로 이루어져 있다. 가장 안쪽에는 섭씨 5천500도로 태양과 온도가 비슷한 내핵이 있고, 그 바깥을 철과 니켈 등이 액체 상태로 존재하는 외핵이 감싸고 있다. 외핵은 1초에 몇 밀리미터씩 회전하면서 지구의 자기장을 만들어낸다.

지구의 가장 바깥면에는 암석으로 이루어진 지각이 있는데 3분의1은 대륙지각이고 나머지는 해양지각이다. 그 안쪽에는 맨틀층이 자리하고 있다. 맨틀은 지구 전체 부피의 84%, 질량의 3분의2를 차지한다.

해저지각 시추사업은 실제로 땅을 파내려가 암석샘플을 채취함으로써 지구의 구성성분과 원리를 밝히기 위함이다. 지각의 3분의1이 대륙지각이고 나머지가 해양지각이다. 지각의 두께는 육지가 평균 30km에 달하지만 해저에서는 평균 6km에 불과하다. 지각 아래 맨틀층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해저에서 작업을 시작하는 것이 유리하다.

1985년부터 2003년까지 진행되었던 해저지각 시추사업은 2004년부터 미국과 일본의 주도하에 ‘국제공동 해저지각 시추사업(IODP)’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시작되었다. 영국, 프랑스, 독일, 중국, 일본, 중국 등 22개국이 참가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1996년에 가입해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그런데 그보다 앞선 1961년에 시작된 시추사업이 있다. 올해로 50주년을 맞은 모홀 프로젝트(Mohole Project)다. 모홀은 지하 50킬로미터 지점에서는 지진파의 속도가 갑자기 빨라진다는 사실을 발견해 지각과 맨틀의 경계면을 찾아낸 크로아티아의 지질학자 안드리야 모호로비치치(Andrija Mohorovocic)의 이름에서 따왔다. 이 지점은 ‘모호로비치치 불연속면’ 또는 줄여서 모호면이라 부른다. 모홀 프로젝트는 맨틀이 시작되는 모호면에 도달하기 위한 노력이다.

50주년 맞은 모홀 프로젝트 여전히 계속돼

1961년 봄, 멕시코 연안의 과달루페 섬 근처에서 미국 과학자들이 해저에 구멍을 파기 시작했다. 모홀 프로젝트의 시작이다. 그러나 5년 동안 5천만달러(우리돈 약 600억원)를 들였음에도 200미터 깊이까지 파는 데 그쳤다. 잘못된 천공기술을 적용한 탓이다. 천문학적 연구비를 바다에 뿌렸다는 비난과 함께 ‘구멍을 못 찾았다’는 의미로 ‘모홀이 아닌 노홀(no hole)’이라는 놀림이 잇따랐다.

그러나 50년이 지난 지금도 프로젝트는 계속되고 있다. 영국 사우스햄튼 해양학연구소의 데이먼 티글(Damon Teagle) 박사와 프랑스 몽펠리에대학교 CNRS연구소의 브누아 일드퐁스(Benoit Ildefonse) 교수가 이끄는 공동연구진이 지난 4월 13일부터 남미 코스타리카 연안에서 태평양 쪽의 심해에서 천공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오는 6월 30일까지 계속될 천공작업은 미국이 자랑하는 1만8천6백톤급 심해굴착선 조이데스 레졸루션(Joides Resolution)호가 맡는다. 143미터 길이의 이 배는 61미터 높이의 기중기를 탑재해 9킬로미터 이상의 파이프를 심해에 박아 넣을 수 있다. 지하에서 퍼낸 원통형 암석 샘플의 성분을 물리적, 화학적, 자기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실험실도 선내에 갖추고 있다.

이번 천공지점은 북미와 남미를 잇는 코코스판(Cocos Plate)과 다른 지각판 사이로 마그마가 올라오는 해저산맥 근처다. 지난 2002년부터 2005년 사이에 1천500미터 깊이까지 파내려갔던 해저갱도에서 작업이 계속된다.

목표는 상부 해양지각을 지나 2킬로미터 깊이의 하부 해양지각까지 내려가는 것이다. 모호면까지는 4킬로미터나 남았지만 이번 작업에서 얻은 정보를 분석해 앞으로 어떻게 효과적으로 파내려갈지 계획을 세울 예정이다. 일종의 탐색작전인 셈이다.

하부 해양지각의 표면은 암석이 녹아서 만들어진 마그마가 빠르게 식으며 형성된 현무암층이며, 그 아래는 마그마가 느리게 결정화되며 생겨난 반려암층이 이어진다. 암석의 성분에 맞게 드릴과 파이프도 갈아끼고 굴착방법도 바꾸는 것이 핵심기술이다.

우리가 사는 별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

아직까지 맨틀층에 도달한 사람은 없다. 최고기록이 2천111미터에 불과하다. 비용도 천문학적이다. 일드퐁스 교수는 르몽드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10년이면 모호면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라 자신했지만 수억유로(우리돈 수천억원)이 더 들 예정이다. 연구비 조달을 위해 여러 국가가 공동으로 펀드를 조성하는 중이다.

그런데도 시추작업을 계속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티글 박사는 CBS와의 인터뷰에서 “맨틀층에서 암석샘플을 채취한다면 지구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지구가 어떠한 과정으로 생겨났고 왜 지각, 맨틀, 핵처럼 여러 겹으로 나뉘어 있는지도 알아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발생한 규모 9.0의 일본 대지진처럼 거대한 지진이 일어나는 원인을 밝히는 데도 도움이 된다. 일본은 조이데스 레볼루션 호에 대항해 지큐(우리말 지구) 호를 만들어 해저시추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두 개의 지각판이 맞물려 있다가 에너지가 축적되어 대지진이 일어나는 것인지도 검증할 수 있다. 센서를 설치하면 지진 경보를 조금이라도 더 빨리 내려 수많은 인명을 구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이유는 ‘과학적 호기심’이다. 인류는 지금까지 지도에 ‘테라 인코그니타(Terra Incognita)’라 표시되는 이른바 미지의 세계를 끝없이 개척해왔다. 그러나 우리의 발 아래 몇십 킬로미터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거의 없다. 일드퐁스 교수는 “머나먼 우주의 별에 대해서는 잘 아는 인류가 역설적이게도 우리가 사는 별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것이 현실”이라며 연구 이유를 밝혔다.

임동욱 기자
im.dong.uk@gmail.com
저작권자 2011-04-2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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