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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조재형 객원기자
2011-04-06

지오이드 분석으로 재해·기후 예측한다 지각판 움직임 알려주는 중력장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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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우주국(ESA)은 지난 1일 흥미로운 영상을 공개했다. 얼핏 봐서는 아무렇게나 뭉쳐 놓은 색찰흙덩어리 같기도 하며 작은 포자나 곰팡이를 확대해 놓은 것 같은 모습이다. 

이것은 다름 아닌 지구. 우리가 알고 있던 둥글고 푸른 지구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붉은색과 노란색이 섞여있는 색깔도 그렇지만 어디서 맞기라도 한 듯 울퉁불퉁 찌그러진 모습은 전혀 지구란 생각이 들지 않게 한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가 알고 있는 대륙의 모습들을 확인할 수 있다. 너무나도 이질적인 지구의 모습에 섬뜩한 느낌마저 드는 이 영상은 바로 ‘지오이드(Geoid)’라는 지구의 중력장 지도다. 물론 이 모습이 지구의 실제 외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해발고도 0m의 기준이 되는 지오이드

하지만 이 괴상한 형태의 지오이드를 실제 지구의 표면이라 여기기도 한다. 둥근 타원체의 지구는 기하학적 외형에 불과하지만 지오이드는 실제 지구에 작용하는 중력을 나타낸 물리적인 표면이기 때문이다. 사실 거대한 지구 위에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보이지도 않는 둥근 지구의 외형은 큰 의미가 없다. 오히려 지역별로 달라지는 중력의 정도를 확인할 수 있는 지오이드가 더욱 유용하고 현실적인 표면이 될 수 있다.

지구가 둥근 형태라고 중력이 모든 지역에 고르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그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바다냐 육지냐’, 혹은 ‘구성하고 있는 물질이 무엇이냐’ 등에 따라 다양한 차이를 보이게 되는 것이다. 이것들을 분석하고 종합해 만든 지구의 물리학적인 표면이 바로 지오이드다.

지오이드를 쉽게 이해하기 위해선 해발고도를 생각하면 된다. 지형의 높이를 나타내는 해발고도는 기준수면으로부터의 연직거리를 말한다. 여기서 기준수면이란 무엇일까. 물론 해수면을 뜻하는 것이지만 내륙지방의 경우는 고도 0m를 어느 지점으로 봐야하는지는 의문이다. 그 지역에서 가장 가까운 해안의 해수면으로 봐야할까? 아니다. 정밀하게 해발 고도 0m의 기준이 되는 면이 바로 지오이드다.

해수면 연장시킨 표면, 중력에 따라 달라져

그렇다면 지오이드는 어떻게 결정되는 것일까. 지오이드가 해발고도 0m라는 것으로부터 확인할 수 있듯 해수면을 기준으로 한다. 하지만 해수면도 밀물, 썰물, 파도 등으로 불규칙하다. 이는 해수면의 평균값을 기준으로 한다.

육지의 경우도 해수면을 이용한다. 바닷물로 채워져 있지 않기 때문에 육지의 경우는 특별한 방법으로 지오이드를 결정한다. 육지와 해수면이 닿는 부분부터 터널을 팠다고 가정했을 때, 해수면이 육지 내부로 흘러들어올 것이며 그 흘러들어온 해수면의 높이가 육지의 지오이드 면이 된다.

위쪽에 위치한 육지는 터널로 흘러들어온 해수에 만유인력을 작용해 끌어당길 것이며 이 때문에 육지와 인접한 해수면보다 높아지게 된다. 하지만 지오이드가 높다고 해서 그 부분의 물이 바다로 흘러들어가지는 않는다. 작용하고 있는 중력의 입장에선 동일한 높이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중력으로 인한 위치에너지가 동일하기 때문에 지오이드를 등 퍼텐셜(potential)면 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와 같은 이유로 지오이드 면은 보통 육지가 바다보다 높게 나타난다. 또한 지오이드가 높은 지역은 해수면이 그 만큼 만유인력을 많이 받고 있다는 의미이며 이는 지표면에 그만한 요인이 있는 것을 말하기 때문에 작용하는 중력 또한 크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지오이드는 중력에 의해 변화한 해수면을 나타낸 것인 만큼 중력의 방향에 수직이다. 실제 지표의 형태나 지구 타원체의 경우는 위치에 따라 중력의 방향이 불규칙하다. 이에 지오이드를 사용하면 중력에 대한 보다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유용하다.

지오이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중력이기 때문에, 이는 지표의 성분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부피가 같더라도 구성 성분에 따라 질량이 달라지면 작용하는 중력도 달라지기 때문. 예를 들어 밀도가 큰 철과 같은 암석이 많이 분포돼 있는 지역의 경우는 지오이드가 높아진다. 반면에 암염과 같이 밀도가 작아 주변보다 중력의 영향을 덜 받는 지역의 경우는 지오이드가 낮다. 지오이드가 중력의 방향에 항상 수직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밀도가 높은 지역에선 중력의 방향이 그 지역을 향해 집중되기 때문에 지오이드가 볼록해지고 밀도가 낮은 경우는 중력의 방향이 주변으로 퍼지기 때문에 오목한 형태가 되는 것.

자연재해·기후 예측 가능

이번 ESA에서 공개한 지오이드 영상은 2009년 발사된 ‘중력장 및 정상상태 해양 순환탐사(GOCE)’위성이 지구의 중력을 측정해 만들었다. GOCE위성엔 무려 10조분의 1가량의 중력 차이까지 감지할 수 있는 측정 장치를 탑재하고 있어 매우 정밀한 지오이드를 만들 수 있었다.

인공위성은 중력의 영향을 받으며 지구의 주위를 돌고 있기 때문에 중력을 측정하고 지오이드를 만드는데 유용하다. 영상에서 푸른색 부분일 수록 중력이 약하게 작용하며 붉은색에서 노란색으로 색이 밝아질수록 중력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지오이드는 지역별로 다르게 작용하는 중력을 확인할 수 있게 해 준다. 이를 분석하면 다양한 방면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관계자들은 말한다. 본 영상이 공개된 독일 뮌헨의 회의에서 뮌헨 공과대의 위성 관련 학자들은 “이번 연구 결과가 최근 발생한 일본 지진 같은 자연재해를 예측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전했다. 관측된 중력장 정보를 통해 지각 판의 움직임을 어느 정도까지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지오이드가 해수면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것이며 지구의 70%가 해수로 덮여있기 때문에 이를 분석하면 다른 정보들도 얻을 수 있다. 중력에 의한 해류의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한 기후변화도 예측할 수 있는 것.

한편, 이 영상을 접한 사람들은 대부분 신기하고 놀랍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으나 간혹 “온난화가 지구를 이렇게 만들었다”, “찌그러진 지구는 멸망의 징조다”와 같은 터무니없는 루머도 퍼지고 있어 정확한 관련 정보를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다.

조재형 객원기자
alphard15@nate.com
저작권자 2011-04-0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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