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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김연희 객원기자
2011-03-25

드라마 ‘49일’ 속 유체이탈 현재까지 진행된 유체이탈 관련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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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부터 ‘49일’이란 드라마가 방영되고 있다. 이 드라마는 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신지현(남규리 분)이 유체이탈을 하게 되는데, 자신을 위해 진실로 울어줄 세 사람을 찾아야만 본래 몸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1990년 개봉한 ‘사랑과 영혼’도 바로 이런 종류의 소재로 영화화해 큰 인기를 끄는 등 유체이탈은 많은 영화나 소설 등의 소재가 되어 왔다. 그런데 이런 유체이탈은 과연 과학적으로 가능한 것일까.

‘임사체험’ 용어의 등장은 1975년

‘임사체험(NDE)’ 이란 용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75년이었다. 미국 정신과 의사인 레이먼드 무디가 죽음의 문턱까지 간 사람들의 목숨을 건진 경험담을 연구하면서 사용했다. 그는 사망선고를 받은 후 소생한 환자 100명의 사례보고서를 ‘삶 이후의 삶’이란 책에 담아 발간했다. 이 책은 3백만부 이상 팔리며 일반인들에게 ‘임사체험’이란 용어를 확산시키는 계기가 됐다.

1982년 신경생물학자 잭 코완은 임사체험이 ‘환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죽어가는 뇌의 대뇌피질에 산소가 결핍되면 뇌의 정상적 상피에 혼란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 결과 연못에 돌을 던지면 발생하는 동심원 무늬처럼 시각중추 전체에도 이런 현상이 발생해 환각을 일으킨다는 것.

하지만 심장외과 의사인 마이클 세이봄 박사는 1998년에 발간한 그의 저서 ‘빛과 죽음’에서 이를 반박했다. 그는 ‘팸 레이놀즈’라는 뇌 동맥류 환자의 수술을 예로 들었다. 당시 수술시 환자 머리 부분에는 혈액을 완전히 뽑아 뇌파가 없었다. 즉 대뇌피질이 기능하지 않는 완전한 뇌사상태였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자는 임사체험을 경험했다고 세이봄 박사는 말했다.

사실 환각은 대개 사람이 깨어 있거나 의식이 있을 때 발생한다. 더불어 혼란스럽고 불안정한 상처를 나타내며 두려움을 동반하지만, 임사체험은 생생하며 평화로운 감정을 수반한다는 점이 다르다. 한마디로 임사체험을 환각으로 설명하기엔 부족한 셈이다.

유체이탈에 대한 본격적 연구는 21세기에 시작

2001년 네덜란드 리진스타트 병원의 심장전문의 핌 반 롬멜 박사팀이 의학전문지 ‘랜싯’ 에 의학적으로 사망한 환자가 의식을 회복한 뒤 혼수상태에서 일어난 일들을 기억하는 과정을 소개했다. 이 연구팀은 생생한 증언을 얻기 위해 심장이 정지해 의학적으로 사망했다가 소생한 환자 344명을 소생 직후부터 추적 조사했다. 그 결과 18% 정도가 사후 체험을 분명하게 기억해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롬벨 박사는 “뇌가 작동을 멈추더라도 의식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으나 우리 신체에서 그것을 느끼지 못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뇌 연구는 21세기에 들어서면서 더 활발해졌다. 유체이탈경험의 수수께끼에 도전하는 과학자들도 많이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그 대표적 인물이 스위스 제네바대학병원의 신경과학자인 올라프 블랑크 박사이다.

그는 2002년 ‘네이처’지를 통해 “11년간 간질병을 앓은 43세 여성의 뇌 안에서 측두엽을 전기적으로 자극한 결과, 환자가 유체 이탈과 비슷한 감각을 느끼는 것을 관찰하게 됐다”고 밝혔다. 2004년에는 뇌가 손상된 환자 6명을 연구한 결과 측두엽과 두정엽을 잇는 부위가 손상되면 의식이 몸을 떠나는 느낌을 체험하게 된다는 주장을 ‘브레인’ 에 게재하기도 했다.

블랑크 박사는 홀로그래픽을 이용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활용해 2007년에 실험을 하기도 했다. 이 연구 결과 시각과 촉각 기능을 교란하여 뇌에 일시적 착란을 유발시키는 것만으로도 유체이탈경험이 일어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죽음의 순간 규명, 지금도 진행 중

영국 사우샘프턴대 샘 파니아 박사팀은 2008년부터 유체이탈을 경험한 1천50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를 시작했다. 이 연구에는 미국과 영국 25개 병원 의료진이 참여하고 있다.

대체적으로 임사체험자들의 상당수가 천장에서 의료진을 내려다보는 유체이탈을 경험했다고 주장한다. 연구팀은 바로 이점에 착안해 심폐소생술이 이뤄지는 공간에 천장에서만 볼 수 있는 그림을 설치해 놨다. 임사체험자가 그림을 봤다고 하지 않는다면 이는 환각일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하지만 임사체험이 사실이라면 생물학적 관점에서 ‘임상 죽음’에 해당하는 과정이 밝혀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연구는 올해까지 진행될 예정이어서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이다.

유체이탈이 죽음 직전 두뇌에서 벌어지는 일시적 전기에너지 발생과 관련이 있다는 주장도 2010년에 제기됐다. 이는 미국 조지워싱턴대 라크머 차우 교수 연구팀이 ‘완화의학지’에 논문에서 밝힌 내용이다. 차우 교수는 “죽기 직전 1시간 정도 두뇌활동이 점차 감소하게 된다”면서 “그러다가 전기에너지가 갑자기 30초에서 3분 정도 짧게 분출하는데 이때 환자들은 유체이탈과 같은 신비한 정신적 경험을 하게 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같은해 슬로베니아 마리버대 잘리카 클레멘크-케티스 교수팀도 유체이탈에 관한 논문을 ‘응급의학보고지’에 발표했다. 이 연구진은 유체이탈경험은 몸 속 이산화탄소 수치가 높고 산소가 적어서 나타난 뇌 현상이라고 봤다. “임사체험자들 중 대부분이 위급한 순간 눈앞에 어떤 빛을 보는 경험을 하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들을 조사한 결과 혈중 이산화탄소 수치가 높은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연희 객원기자
iini0318@hanmail.net
저작권자 2011-03-2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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