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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박미진 객원기자
2011-03-25

한국 원전이 주목받는 이유 한국 원전, 체르노빌·후쿠시마보다 안전성 뛰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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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월 프랑스 유력 일간지 ‘르 피가로’가 경제면 특집 기사를 통해 한국을 원자력 분야의 새로운 호랑이로 평가한 것은 단순히 아랍에미리트와 원전 4기의 건설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원자력 분야에 대한 기술력과 성능, 안전성이 뛰어나면서도 건설기간이 프랑스보다도 10개월이나 줄일 수 있는 경쟁력이 한국에 있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으로부터 원전을 도입해 운영에 들어간 이후 30여년 만에 우리 기술에 의해 개발된 한국형 원전을 외국으로 수출하는 것은 한국의 원전제조와 건설기술이 세계 톱클래스 수준임을 증명하는 것이라며 “지구온난화와 천정부지로 치솟는 유가로 인해 원자력 발전이 세계적으로 재조명받고 있는 현재 우리나라의 원전 운영기술은 ‘코리안 모델’이라 불리며 원자력 발전을 새로이 도입하려고 하는 동남아시아와 중동, 동유럽 국가들의 롤 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전 가동 30년 만에 원자력 수출국으로 자리 매김

한국형 원전의 해외 수출 물꼬를 튼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건설이 본격화되면서 우리나라가 원자력 수출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랍에미리트 원전을 수주하고 남아공 및 세계 여러 국가와 원자력 협정을 맺을 수 있었던 건 독자적인 기술력 때문인데 안정성과 경제성을 두루 갖추어 현재 뿐 아니라 앞으로의 성과가 더욱 기대된다는 것이다.

프랑스 원자력위원회(CEA)의 아시아 전문가인 파트리크 블랑 트랑샹은 “프랑스의 아레바(Areva)사가 유럽형 가압경수로(EPR)의 원자로 용기를 일본에서 공급받는 반면 한국은 한국기업이 직접 원자로 용기를 만들기 때문에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기술력뿐만 아니라 한국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이 원자력분야의 새로운 호랑이로 평가받을 만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원전 건설과 운영 능력은 원전 종주국인 미국과 자국 전력공급량의 80%를 원자력으로 공급하는 프랑스보다도 더욱 뛰어나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최대 발전가능량 대비 실제 발전량을 나타내는 원전이용률이 한국은 91.71%로 세계 평균(75.9%)보다 월등히 높고 불시정지 등으로 발전하지 못하는 비율인 발전손실률에서도 한국은 0.3%로 세계 평균(5.3%)과 미국 (1.3%)보다도 훨씬 낮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한국원자력문화재단 이재환 이사장은 “우리 원전이 선진국의 원전과 비교해 우수한 경쟁력을 확보한 것은 설계부터 제작, 시공 등 모든 분야에서 신기술과 신공법을 적용한 것이 강점으로 작용했다”며 “2030년까지 원전 80기를 수출해 원전 3대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이 결코 무리수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중삼중 안전장치, 한국형 원전 안정성 독보적


우리나라가 원자력 분야에서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는 부분은 이중삼중의 안전장치를 통한 독보적인 기술력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기존의 원전강국들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스마트원자로’와 ‘계속운전 기술’이라는 두 가지 비장의 무기를 갖추고 있는데 대형 원자로에 비해 규모를 늘리거나 축소할 수 있어 특히 개발도상국과 물 부족국가의 관심을 끌고 있기 때문이다.

교과부 원자력안전과 백민 과장은 “국내 원전은 규모 6.5의 지진이 해당 원전 밑에서 발생해도 냉각수 등의 유출이 전혀 없는 상태를 안전 기준으로 삼았기 때문에 이번 일본 강진과 비슷한 8~9 규모의 지진이라도 원전 자체에 균열이 생기는 등의 심각한 훼손 가능성은 낮다”며 “우리나라 원전은 이번 일본 원전 사고와 같이 냉각장치가 작동을 멈춰도 ‘자연 대류’ 방식으로 어느 정도 대체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원전은 원전 구조에서도 이중적인 안정장치가 마련되어 있다. 후쿠시마 제1원전이 1971년 건설된 단순한 비등수형 경수로형인 것과 달리 우리나라 원전은 비교적 설계가 복잡한 가압경수로형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백 과장은 “후쿠시마원전은 원자로에서 가열한 증기로 직접 터빈을 돌리는 방식이지만, 우리나라 원전은 원자로에서 가열된 물로 증기발생기를 가열해 사용하는 이중구조로 돼 있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며 “더욱이 비등수형은 노후화 됐다는 평가를 받는데 반해, 가압경수로형은 ‘패쇄 회로’를 갖추고 있어 일본 원전 사고와 같이 냉각장치가 작동을 멈춰도 방사능 물질을 거를 수 있도록 돼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지난달 28일 상업 가동에 들어간 신고리 원전을 비롯해 고리(4기), 월성(4기), 영광(6기), 울진(6기) 등 모두 21기의 상업 원자력발전소가 가동되고 있다.

또 총 국내 원전 설비용량은 1만8천716만㎾로 전체 발전 설비용량의 24.6%를 차지하는데 만약 지진 등의 자연재해로 원전의 가동이 멈출 경우, 방사능 누출에 따른 환경 피해뿐 아니라 산업ㆍ가정용 전력 공급에도 큰 차질을 빚게 된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박창호 통합커뮤니케이션팀장은 “6.5도의 지진에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는 설명에 이번 일본 강진과 같은 8.8 규모에는 무방비 상태가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강진 가능성이 낮은 우리나라의 지질 특성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최상의 대비 태세”라며 “또 지반 가속도는 진앙으로부터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해서 줄어드는 만큼, 이번 일본 강진과 비슷한 8~9 규모의 지진이라도 ‘직격탄’만 맞지 않는다면 원전 자체에 균열이 생기는 등의 심각한 훼손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팀장은 “원전이 아무리 안전하게 설계가 됐다고 하더라도 ‘100% 안전한 원전은 없다’는 인식이 사람들에게 있어 불필요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하지만 우리나라 원전은 이번 일본 원전 사고와 같이 냉각장치가 작동을 멈춰도 대체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는 만큼 과도한 걱정은 안 해도 된다”고 강조했다.

한국형 원전, 체르노빌·후쿠시마와 다르다

한국형 원전이 가진 뚜렷한 장점으로는 과거 체르노빌 사고와 같은 참사에 대비한 안전장치가 잘 마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1986년 4월 26일 우크라이나의 키예프 북쪽 104km에 있는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제4호 원자로에서 방사능이 누출된 체르노빌 원전은 제어속도가 느린 데다가 설계원칙을 무시하여 운전한 탓에 발생한 인재인데 국내원전은 이상 사태가 발생하여 원자로를 긴급히 정지시켜야 할 경우, 단시간에 적용시킬 수 있도록 시스템화 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 체르노빌 때에는 고온에서 불이 잘 붙고 폭발성이 높은 흑연을 감속재로 사용한 데다, 별도의 격납용기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피해가 더욱 클 수밖에 없었는데 우리나라의 원전은 열 제거를 위해 물을 감속재로 병행 사용하므로 화재위험성이 거의 없을뿐더러 격납용기(철근콘크리트 두께 1.2m) 등 여러 겹의 방호벽이 설치되어 있어서 방사성 물질의 외부유출이 안되도록 설계되어 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연구원 박창호 통합커뮤니케이션팀장은 “한국형 원전의 강점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운영능력과 건설능력, 안정성을 꼽을 수 있다”며 “93퍼센트가 넘는 이용률에 비해 정지율이 극히 낮은 점도 우리 원전의 장점이지만 체르노빌 사고와 같은 과거 원전 사고의 원인들을 애초에 차단한 것도 안정성을 크게 높이는데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한국형 원전은 강진뿐만 아니라 해일이나 쓰나미에 대한 대비책이 포함되어 있다. 국내 원전 터가 대부분 약 10미터 높이에 있기 때문에 지진에 따른 해일, 쓰나미가 발생해도 10미터 정도까진 안전하기 때문이다.

또 후쿠시마 원전이 전기 공급이 끊어질 경우 물의 순환도 중단되는 ‘비등형 원자로’ 방식인데 반해 한국형 원전은 원자로에서 가열된 물을 증기로 바꿔 발전기로 보내주는 별도의 ‘증기발생기’가 있는 ‘가압형 원자로’를 사용하고 있다.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연구센터의 양광모 센터장은 “후쿠시마 원전은 원자로에서 직접 물을 끓여 그 증기로 터빈을 돌리고, 이 증기가 다시 물로 바뀌어 원자로로 들어가서 냉각시키는 방식이라 전기 공급이 끊어지면 물의 순환도 중단되는 것”이라며 “이번 지진으로 핵 연료봉이 노출된 것은 전기가 끊어지면서 냉각수 순환도 중단됐고, 이에 따라 원자로 내부 온도가 올라가게 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면서 빚어진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한국형 원전은 전원이 끊어져도 냉각수는 순환하게 된다. 양 센터장은 “한국수력원자력측에서 실시간 국내 원전 시험 가동에서 모든 전력을 차단했는데도 두 시간 동안 냉각수가 순환하는 것을 확인했다”며 “가압형 원자로에는 기본적으로 72시간 동안 물을 저장해 원자로에 공급할 수 있는 물탱크가 연결되는 만큼 물탱크의 물만 보충하면 계속 냉각이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교과부는 국내에 가동 중인 21기 원전 전체를 점검할 방침이며 우리 1호기 등 20년 이상 가동 중인 9기의 노후 원전이 집중 점검 대상이다.

교과부 원자력안전과 백민 과장은 “국내 원전의 안전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지만 현재가 아닌 미래를 기준으로 하는 깐깐하고 엄격한 기준을 통과해야 국민이 안심 할 수 있는 만큼 점검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 국민들의 불안감을 없애도록 애쓰겠다”고 설명했다.

박미진 객원기자
lovingschool@naver.com
저작권자 2011-03-2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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