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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글: 양철승 파퓰러사이언스 기자
2011-02-28

서기 2050년 투명 항공기 시대 [파퓰러사이언스 공동] 투명 소재 개발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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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의 동체가 투명하다면? 항공여행 중 하늘의 환상적 광경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꿈같은 얘기라 생각되나? 세계적인 항공기 제조사인 에어버스의 생각은 다르다.

70년대 이후 출생자라면 어렸을 적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외화시리즈 원더우먼을 기억할 것이다. 당시 파격적 의상으로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했던 원더우먼에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항공기 1대가 등장한다.

바로 원더우먼이 몰았던 1인승 투명 항공기다. 유리처럼 모든 것이 투명한 이 항공기는 그야말로 꿈의 항공기였다. 이는 지금도 다르지 않다. 미국 테라퓨지아의 자동차형 항공기 ‘트랜지션’에 의해 하늘을 나는 자동차의 현실화가 임박했지만 투명 항공기는 여전히 공상과학의 영역에 남아있다.

우리 주변에는 유리, 플라스틱 등 투명한 소재들이 다수 존재하지만 이런 소재들의 강도는 항공기에 쓰일 정도로 세지 못한 탓이다. 그런데 얼마 전 투명한 동체를 보유한 미래형 항공기의 콘셉트 모델이 발표되며 그 실현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360도 전방향의 조망권 제공

일견 황당해 보이지만 이는 어느 괴짜 발명가의 습작이 아니다. 세계적인 항공기 메이커 에어버스가 내다본 미래 항공기의 모습이다.

세계 항공업계의 미래상을 전망한 ‘에어버스에 의한 미래(The Future, by Airbus)’라는 보 고서에서 오는 2050년경 투명 항공기의 등장을 예견하고 그 콘셉트 모델을 공개한 것. 에어버스는 기술 발전 속도에 따라 이르면 오는 2030년에도 투명 항공기가 등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에어버스가 예상한 투명 항공기의 모습은 이렇다. 평상시 항공기의 동체는 지금과 다를 바 없이 불투명하다. 하지만 이 항공기의 동체는 투명과 불투명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는 첨단 소재로 제작됐다. 때문에 버튼을 누르는 등의 간단한 방법으로 객실 측면과 천장의 투명도를 제어할 수 있다.

전기가 통하면 불투명해지고 그렇지 않을 때는 투명해지는 가변유리와 유사한 메커니즘이라 보면 된다. 이 같은 투명 항공기가 승객들에게 주는 메리트는 분명하다.

기존 항공기 들은 창가측 승객들에게만 외부 전망의 감상을 허락한다. 그나마도 작은 창 문 탓에 시야는 좁기 그지없다. 반면 투명 항공기는 동체 자체가 창문이 되는 만큼 좌석의 위치에 관계없이 모든 승객에게 5대양 6대주의 경이로운 조망권을 부여한다. 그것도 아무 런 장애물 없이 전후좌우, 천정에 이르는 360도 전방향의 풍경을 말이다.

은하수를 바라보며 잠들다

상상해보자. 항공기에 편안히 앉아 하늘에 총총히 빛나는 은하수를 바라보며 잠드는 순간을. 그리고 온통 투명한 벽을 통해 내려다보는 이집트 피라미드와 그랜드캐니언, 아마존 밀림과 세렝게티국립공원의 장관을. 운이 좋다면 지상 1만m 상공에서 일출과 일몰(석양)을 맞닥뜨릴 수도 있다.

이 경험은 산 정상이나 해변에서 느꼈던 그것 이상의 감동을 안겨줄 것이 자명하다. 항공여행에서 크루즈여행의 품격과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것이다.

항공사 입장에서도 이는 한정된 공간, 제한된 음식 등 항공여행의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고 여행객 수송 분야 의 최강자 자리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 줄 좋은 무기가 된다. 미래에는 자동차 비행기, 비행선, 초음속·극초음속 항공기, 인간 동력 항공기(HPA), 개인용 1인승 항공기(PAV) 등 다양한 수송용 비행체들이 활성화될 것이기에 새로운 경쟁력의 창출은 항공사의 존망과도 직결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또 동체 제작에 쓰이는 가변성 소재는 현재의 복합소재보다 가볍기 때문에 중량 감소와 연료 효율성 향상, 유해 배기가스 저감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게 에어버스의 판단이다. 필요하다면 창문을 아예 없애서 항공기의 내구성·안전성 제고, 동체 설계의 유연성 확보를 꾀할 수도 있다.

투명 소재의 혁신

하지만 정말로 투명 비행기를 현실세계에 데뷔하게 할 투명 소재가 개발될 수 있을까. 사실 에어버스의 콘셉트 모델에는 이외에도 승객들이 주변환경을 바꿀 수 있는 독립형 홀로그램 객실, 고장부위를 스스로 수리하는 스마트 복합재료, 승객 체형에 맞춰 모양이 바뀌는 좌석 등 눈부신 미래기술들이 담겨있다.

에어버스의 엔지니어링 부문 찰스 챔피언 수석부사장은 “이 기술들이 엔지니어들의 희망사항에 가깝다”고 표현 하면서도 “사고를 무한히 확장하고 기술적 한계들을 극복한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실제로 인류는 지금껏 상식과 통념을 깨는 소재들을 수도 없이 개발해냈다.

투명 소재도 여기서 결코 예외가 아니다. 일례로 작년 상하이엑스포에는 투명 시멘트와 투명 콘크리트가 등장했다. 이탈체멘티의 ‘i.라이트(i.Light)’, 독일 로바텍스의 ‘루쳄(Lucem)’이 그 주인공으로 각각 이탈리아관과 독일관의 외벽 소재로 사용되며 큰 화제를 모았다.

이중 i.라이트는 시멘트와 콘크리트 혼화제를 투명 열가소성 수지망에 결합시키는 방식으로 외벽으로서의 강도와 투명성을 겸비했으며 이탈리아관 전체 표면적의 약 40%에 활용됐다.

루쳄의 경우 고품질 광섬유를 이용해 투명성을 이룬 콘크리트로 패널형, 벽돌형 제품이 출시돼 있다. 물론 두 제품 모두 투명 항공기에서 구현해야 할 투명성, 다시 말해 유리처럼 완전한 투명은 아니다. 하지만 고강도 투명 소재의 가능성과 미래를 보여 주기에는 충분하다. 인류의 역사가 증명하듯 과학기술은 무수한 공상과학을 현실로 만들었다.

글: 양철승 파퓰러사이언스 기자
저작권자 2011-02-2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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