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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조재형 객원기자
2011-02-21

창의력과 상상력 키워주는 샌드박스 게임 목적도 스토리도 없는 게임, 인기 끄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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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인 자녀를 둔 대부분의 가정에선 거의 매일 같이 벌어지는 상황이 있다. “게임 좀 그만하라”는 부모님과 “하던 것만 하고 그만하겠다”는 자녀들의 언쟁이다.

요즘의 게임들은 단순한 오락성을 넘어선다. 친한 사람들이 만나는 공간이 되고, 사람들은 게임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친분을 쌓는다. 그런가 하면 게임 상에서 장사를 통해 돈을 버는 사람도 있다. 이처럼 게임은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고 있으며 심지어는 게임 자체가 생활이 돼 버리는 경우도 있다.

컴퓨터게임을 하며 성장한 세대들이 사회의 주류가 되면서 이런 문화는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를 여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많다. 물론 이는 중독성이 심하고 선정성이 높다든가 별 의미가 없는 게임들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게임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다.


목표도 임무도 없는 게임, 하루 매출 4억 기염

게임에는 대부분 목표가 존재한다. 높은 점수 얻기, 가장 강한 악당을 처치하기, 주어진 미션 해결하기 등 한 개 또는 여러 개의 목표가 존재하며 이를 위해 진행하는 과정에 여러 가지 재밌는 요소가 들어 있어 사람들은 게임에 빠져든다.

하지만 목표가 없는 게임도 있다. 우습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정말 몇몇 게임들엔 특정한 목표가 존재하지 않고 그저 게임 속 한 세계를 사용자에게 툭 던져놓기만 하는 것들이 있다. 그런데 최근엔 이런 게임들이 유독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이런 종류의 게임에서 사용자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직접 결정하고 그 목표를 위해 게임을 진행한다.

가장 대표적인 게임으로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마인크래프트(minecraft)’라는 게임을 들 수 있다. 게임을 처음 실행하면 요즘 나온 게임이라고 하기엔 믿을 수 없을 만큼 간단하고 조잡해 보이는 그래픽에 놀라게 된다. 마치 386 컴퓨터를 이용해 실행하던 도스게임 같은 그래픽과 인터페이스에 실망하기도 하지만 이 게임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으며 하루 만에 약 4억 원의 이익을 낸 바 있는 게임이다.

더욱 대단한 것은 이 게임을 마커스 페르슨(Markus Persson)이라는 게임 개발자 단 한 사람이 개발 했다는 것이다. 그래픽이 화려하지도, 음향이 멋들어지지도 않지만 그야말로 최고의 이익을 내고 있는 게임이라 할 수 있다.

무한의 자유도 속에 사용자가 만들어가는 게임

이 게임을 시작하면 끝을 알 수 없는 넓은 공간에 서게 된다. 주인공은 가진 것이 하나도 없고 주변은 동물들과 산, 나무, 바다 등 쉽게 볼 수 있는 자연의 모습을 하고 있다. 어떤 임무도 않으며 게임에 대한 상세한 설명도 없다. 하지만 이 엉터리 같은 매력에 많은 사람들이 매료됐다.

사용자는 마치 무인도에 표류된 느낌으로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땅을 파고 나무를 베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얻은 나무토막으로 도구를 만들 수 있고 도구를 이용해 광물을 캔다. 이런 식으로 게임에서 여러 종류의 아이템을 얻을 수 있고 사용자는 이것들을 조합하거나 원하는 위치에 배열시킴으로써 원하는 것을 만들 수 있다.

집을 짓고, 농사를 지을 수도 있으며 무기나 갑옷을 만들거나 이동수단을 만들 수도 있다. 심지어는 폭탄이나 총도 만들 수 있다. 이런 종류의 게임들을 보고 흔히 ‘자유도’가 높다고 한다. 짜인 스토리나 정해진 방법으로만 흘러가는 게임들에 비해 사용자의 의도대로 수행할 수 있는 범위가 넓다는 뜻이다.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만큼 인터넷엔 이 게임을 이용해 만든 창의적인 영상들이 많이 올라와 있다. 믿기 힘들 만큼 거대하고 아름다운 건축물을 만들기도 하고 레일을 이용해 롤러코스터를 만들기도 한다. 심지어는 가지각색의 블록을 이용해 거대한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한 이용자는 세계적인 미디어 프랜차이즈인  ‘스타트렉’에 등장하는 우주전함 ‘엔터프라이즈 호’를 실제 크기에 가깝게 만든 영상을 소개해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도 했다.

이 게임은 마치 장난감 중 ‘레고’를 생각나게 한다. 창의력을 키워주는 대표적인 장난감으로 알려진 레고와 마찬가지로 게임 상의 모든 것들은 블록의 형태이기 때문이다. 이 블록들을 원하는 대로 조립할 수 있기 때문에 사용자는 자신이 상상하는 모든 것들을 자유자재로 표현할 수 있다. 또한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다양한 특수 블록들이 존재하는 것도 비슷하다. 게다가 게임상에선 규모나 블록 수에 제한이 없고 원하는 블록을 직접 제작하기도 하며 물리법칙도 어느 정도 무시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창작의 범위는 넓어진다.

규칙과 제약 없는 샌드박스 게임, 창작욕구 자극

이와 비슷한 유명한 게임은 또 있다. ‘하프라이프’라는 게임으로 잘 알려진 미국 밸브사(社)의 게임 엔진을 이용해 만든 ‘게리모드(Garry's Mod)’가 그것이다.

본래는 1인칭 슈팅(FPS: First-Person Shooter)게임을 위한 엔진이지만 사용자가 환경을 마음껏 조작할 수 있게 만든 일종의 제작툴 이라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이는 스토리가 있고 정확한 목적과 임무가 있는 원작보다 오히려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또한 앞서 소개한 마인크래프트와 같이 엄청난 자유도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도 마찬가지 사용자는 기본적인 환경만 조성돼있는 황량한 공간을 맞이하게 되며 여기에 자신이 원하는 것들을 만들 수 있다. 이는 마인크래프트보다는 그래픽이 실사에 가깝고 현실을 방불케 하는 물리 법칙 또한 적용이 돼 있어 더욱 현실적이다. 직접 등장인물과 구조물 등을 만들기도 하며 여러 가지 도구를 사용해 특수한 상황을 연출할 수도 있다. 심지어는 물리법칙을 이용해 갖가지 실험을 할 수도 있다.

이 게임도 마찬가지로 인터넷 상에 창의적인 플레이 영상이 많이 올라와 있다. 마치 사용자는 영화감독이 된 듯한 입장에서 우스꽝스럽거나 화려하고 멋진 영상들을 만들어낸다.

이와 같이 특별히 정해진 규칙이나 제약 조건 없이 사용자의 의도대로 게임을 만들어가는 것들을 ‘샌드박스(sandbox) 게임’이라 한다. 해변에서 모래를 가지고 놀듯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즐길 수 있는 게임이라는 의미다. 특히 앞서 소개한 두 게임이야 말로 진정한 샌드박스 게임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특별한 목적성이 없는 게임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프로그램에서 정해놓은 스토리라인을 따라가기보다 자신의 의지대로 새로운 세상을 창작하고자 하는 욕망 때문이다.

샌드박스 게임이 아니더라도 요즘엔 많은 게임들이 원작을 출시하면서 그 게임을 사용자 입맛에 맞게 변형하고 새로운 콘텐츠를 창작할 수 있는 툴 프로그램을 함께 제공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블리자드사(社)의 스타크래프트나 워크래프트 시리즈가 그렇다. 사용자들은 이것을 이용해 동일한 게임 플랫폼에서 전혀 다른 종류의 게임을 만들어내 즐기기도 한다.

과도함은 금물, 자제력 가지고 이용하면 유익

이와 같이 창작을 통해 즐거움을 찾는 게임들은 상상력과 창의력을 향상시키고 기계적으로 만든 목표를 달성하는 것에 비해 성취감도 높아 좋은 평가들을 받고 있다. 이 외에도 여러 종류의 게임들은 이전부터 그 학습효과에 대해 인정을 받아온 바 있다. 황무지로부터 자신만의 도시나 놀이공원 등을 만들거나 현실과 흡사한 환경을 통해 실제로 경험하기 힘든 것들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하는 시뮬레이션 게임들이 그렇다.

하지만 모든 게임들이 그렇듯 과도한 시간을 투자하게 되거나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몰입하게 되면 문제가 된다. 특히나 창작게임들은 몰입도와 중독성이 강하기 때문에 쉽게 빠져들 수도 있다. 또는 자신이 만들어가던 세계에 문제가 생기면 큰 상실감과 우울증을 겪기도 한다. 절제력을 가지고 쉬는 시간이나 여가시간을 활용한다면 이와 같은 게임들을 통해 창의력을 향상시키고 즐거움까지 얻는 등 유익하게 이용할 수 있다.

조재형 객원기자
alphard15@nate.com
저작권자 2011-02-2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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