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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이성규 객원기자
2011-01-21

스파이더맨이 거미줄 날리는 비결은 형질전환 통해 새로운 기능 ‘획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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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파이더맨에서 주인공 피터 파커(토비 맥과이어)가 평범한 옷을 벗어 던져버리고 스파이더 슈트로 갈아입으면 어느새 놀라운 초능력을 발휘하는 스파이더맨이 된다.

또 다른 슈퍼히어로인 슈퍼맨 역시 입고 있던 옷을 벗고 슈퍼 슈트로 갈아입으면 깜짝 놀랄 슈퍼능력을 발휘한다.

얼핏 보면 스파이더맨과 슈퍼맨은 특별한 슈트만 입으면 초능력이 생기는 것처럼 보인다.

정말 그럴까. 그렇지 않다.

슈퍼맨은 부모가 외계인이다. 태어날 때부터 날아다닌다거나 눈에서 광선을 쏠 수 있는 지구인과는 전혀 다른 슈퍼 능력을 갖고 있다.

스파이더맨 초능력의 근원은?

외계인을 부모로 둔 슈퍼맨과는 달리 평범한 지구인인 스파이더맨은 어떻게 초능력을 얻게 됐을까. 스파이더맨 1편(2002, 샘 레이미)을 자세히 보면 피터 파커는 우연히 유전자가 조작된 슈퍼거미에 물린다. 슈퍼거미에 물린 다음부터 피터는 손에서 거미줄을 쏘고 벽을 기어오를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다.

슈퍼거미는 말 그대로 유전자 조작을 통해 보통 거미의 이상의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는 거미다. 이 슈퍼거미에게 피터가 물렸을 때 슈퍼거미의 유전자가 피터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전달돼서 피터가 슈퍼 거미의 슈퍼 능력을 획득한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어떤 생명체가 자신의 유전자가 아닌 외래의 유전자를 받아들여 새로운 능력을 갖게 되는 것을 형질전환(Transformation)이라고 한다. 인슐린은 당뇨병에 매우 중요한 호르몬이다. 이 인슐린을 대량으로 생산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형질전환이란 기법을 이용했다.

원리는 스파이더맨과 비슷하다. 초기 과학자들은 인간 인슐린이라는 목표 단백질을 생산하기 위해 대장균(E. coli)이라는 원핵세포를 이용했다. 인간 인슐린 유전자를 대장균 세포에 주입하면 대장균이 이 유전자를 받아들여 자신의 세포 시스템을 이용해 인간 인슐린 단백질을 만들어 낸다.

대장균은 열심히 인간 인슐린 단백질을 만든다. 문제는 대장균이 인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단순한 세포이기 때문에 만드는 단백질도 인간의 세포가 만드는 단백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단순한 단백질이라는 점이다.

이렇게 단순한 단백질을 당뇨병 환자에게 주입하면 인체 내에서 제대로 그 기능을 수행하지 못한다. 과학자들은 이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인간과 같은 포유류 동물들을 이용했다. 일례로 젖소에 인간 인슐린 유전자를 주입한다. 이 유전자는 젖소의 젖을 통해 분비되도록 유전자 조작을 했다.

인간 인슐린 유전자를 받아들인 젖소는 대장균처럼 열심히 인간 인슐린 단백질을 만든다. 차이점은 포유류인 젖소는 인간이 만드는 것처럼 정교한 단백질을 만든다는 점이다. 젖을 짜면 그 속에 인간 인슐린 단백질도 함께 분비돼 나온다. 이는 대장균 세포를 깨뜨리고 그 속에서 인간 인슐린 단백질을 분리, 정제해야 했던 대장균 시스템에 비해 매우 효율적인 분리, 정제 방법이다.

인슐린의 예는 새로운 유전자를 받아들여 자신에게는 없던 새로운 능력(단백질)을 갖게 된 경우이다. 이를 ‘능력의 획득’이라고 일컫는다. 이와는 정반대의 경우도 있다. 기존의 존재하는 유전자를 아예 없애 버리는 것이다.

낙 아웃 마우스, 유전자 기능 제거

이렇게 유전자의 기능을 없애버리는 ‘능력의 손실’은 어떤 경우에 유용할까. A라는 유전자가 B라는 질병에 결정적인 관련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A유전자의 기능을 이해하는 것은 B라는 질병을 퇴치하는 지름길이다. A유전자의 기능을 완벽하기 알기 위한 방법 가운데 하나가 바로 A유전자가 없을 경우에는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지 알아보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를 위해 '낙 아웃 마우스(Knock-out mouse)'라는 기술을 개발했다. 낙 아웃이란 목표 유전자를 마우스 즉 생쥐에게서 완전히 붕괴시켜버린다는 의미이다. 낙 아웃 마우스는 목표 유전자가 붕괴된 생쥐이다.

이런 생쥐들끼리 교배해 자식생쥐를 낳으면 이 자식생쥐는 유전적으로 영구히 목표 유전자가 붕괴된다. 낫아웃 마우스 기술은 신약 개발 등 의료연구에 있어 매우 효과적인 기술이다. 낫 아웃 마우스로 탄생한 생쥐 한 마리의 가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앞서 살펴본 형질전환이나 낙 아웃 마우스는 모두 자연에 존재하는 유전자를 조작하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자연에 존재하지 않은 유전자를 실험실에서 합성해 형질전환하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일군의 과학자들은 대장균의 특정 유전자의 기능을 제거해 이 대장균들이 성장하면서 점차 생존할 수 없도록 조작했다. 이후 이 대장균들에게 자연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인공 유전자를 주입했다. 놀랍게도 이 유전자는 제거된 본래의 대장균 유전자의 기능을 대신했고, 결과적으로 대장균들은 정상적으로 생존할 수 있었다.

지난 3년간 과학자들은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완전히 새로운 단백질은 고안하는 방법에 골몰했다. 일부는 몇몇 새로운 단백질들이 효소반응을 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미국 프린스턴대 화학과 마이클 헵트 교수팀은 ‘효소반응 가능하다면 세포 내에서 작동하는 자연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단백질은 만들 수 있을까’하는 의문을 가졌다.

연구팀은 대장균 균주 27개를 대상으로 자라면서 생존할 수 없도록 특정 유전자를 제거했다. 이후 이들 대장균에 100만 개 이상의 합성 DNA를 주입했다. 이들 합성 DNA는 자연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단백질을 만들어낸다.

비자연계 인공 DNA, 원래 DNA 기능 대체

합성 DNA를 받아들인 일부 대장균 균주들은 생존에 성공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과학저널 ‘PLoS One’에 게재됐다.

대장균들이 실제로 합성 DNA를 받아들여 생존에 성공한 것인지 아니면 본래 대장균 DNA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생존에 성공한 것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연구팀은 생존에 성공한 대장균으로부터 합성 DNA를 분리, 정제했다.

연구팀은 분리 정제한 합성 DNA를 똑같은 조건의 또 다른 대장균에 주입한 결과 동일한 결과를 얻음으로써 실험결과를 재확인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 수 있을까. 연구팀은 이에 대해 명확한 기작은 설명하지는 못했다. 다만 새로운 단백질이 제거된 단백질의 기능을 대신해 대장균의 생존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만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단백질을 비롯한 모든 생명현상 시스템은 생명체 진화의 소산이지만 이들이 반드시 생명현상을 유지하기 위한 유일무이한 조건은 아닐 수 있다. 생명체는 여러 가능성 가운데 단지 가장 진화적으로 편리하고 효율적인 방식을 택한 것일 수 있다. 헵트 교수는 “자연계에 존재하는 DNA 염기서열과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은 단지 이론적으로 가능한 DNA와 단백질의 극히 적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생명체내에서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인공 단백질의 합성이 궁극적으로 인공생명체의 탄생을 앞당길 수 있을까. 이에 대해 헵트 교수는 “만약 생명을 유지시키는 도구상자를 당신이 가지고 있더라도 우리는 단지 나사 몇 개만을 대체할 수 있다”며 인공생명체 가능성의 요원함을 갈음했다.
이성규 객원기자
henry95@daum.net
저작권자 2011-01-2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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