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인터넷 게시물로 대한민국이 논란에 휩싸였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7일 올라 온 ‘성폭행에 저항하다 죽은 어린 여대생의 사연과 현실’이란 제목의 게시물이다.
이 글은 지난 2009년 8월 여대생이던 신모(당시 19세)양이 남자 2명의 성폭행에 저항하다 숨진 사연을 신모 양의 어머니가 인터넷에 올린 것이다. 현재 이 글은 조회 수가 30만 건을 기록할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며, 트위터를 통해서도 빠르게 퍼져나가는 중이다.
해당 게시판에는 관련 성폭행 범죄자들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고 극형을 주장하는 글도 올라오는 등 성폭행 단죄 여론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전개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화학적 거세’ 제도가 올 7월부터 도입될 예정이어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남성의 성욕을 원천 차단시켜 성폭행 범죄를 막자’는 취지인 ‘화학적 거세’는 인권단체의 거센 비난과 함께 일부 전문가들이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 아직도 찬반 논란에 휩싸여있기 때문이다.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이 문제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은 남성의 전유물인 전립선암에 치명적 원인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05년 의학 잡지 ‘Journal of Urology’에 실린 한 보고서에 따르면 호르몬 결핍을 교정하기 위해 테스토스테론 보충요법을 시작한지 수개월에서 수년 내에 20명의 남자들에서 전립선암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캘리포니아대의 프랭크 가일리스(Franklin D. Gaylis) 박사는 보고서에서 “이 일련의 환자들은 임상적으로 유의한 전립선암이 발생했다”며 “이는 외인성 테스토스테론 사용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고했다.
전립선암은 대부분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에 의해 유발된다. 전립선암 환자들은 외과적으로 전립선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거나 테스토스테론 생성을 조절하는 약물 치료를 받는다.
여기에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을 투여하거나 뇌하수체에 작용해 황체형성호르몬의 분비를 늘리는 방법, 황체형성호르몬유리호르몬(황체형성호르몬방출 호르몬, LHRH) 촉진제를 사용하는 방법 등이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항체형성호르몬유리호르몬의 경우 뇌 가운데에 있는 시상하부에서 황체형성호르몬유리호르몬(LHRH)을 생성시키고, 다시 LHRH는 뇌하수체에서 황체호르몬(LH)을 만든다. 또 이 LH는 혈관을 타고 내려가 고환 속의 간세포를 자극, 테스토스테론의 분비를 돕는다고 한다.
이 외에도 남성호르몬이 수용체와 결합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항남성호르몬의 사용, 남성호르몬을 만들지 못하게 억제하는 약물인 케토코나졸이나 아미노글루테티미드를 쓰는 방법 등이 속한다.
이런 전립선암의 치료 방법은 화학적 거세의 방법에 그대로 적용된다. 이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분비와 깊이 관련되기 때문이다.
테스토스테론 억제는 곧 성욕 감소
지난해 7월 성범죄자에게 약물 투여를 통해 성욕을 억제시키는 화학적 거세를 도입하는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 치료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화학적 거세란 성충동을 억제시키기 위한 약물치료를 의미한다.
화학적 거세 대상자는 성도착증환자 또는 상습적 성범죄자로서 13세 미만의 아동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른 자로서 재범의 위험성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
현재 화학적 거세에 쓰일 약물로는 전립선암 치료제로 쓰이는 ‘루프론 데포(Lupron Depot)’외에 졸라덱스, 데포 프로베라, CPA 등이 꼽히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주사기로 ‘루프론 데포’를 남성의 근육 부위에 주사하면 가장 먼저 드러나는 가시적인 현상으로 고환이 쪼그라들고, 성적 충동과 성적 능력이 사라진다.
그 이유는 기본적으로 루프론의 핵심성분이 바로 ‘황체형성호르몬방출호르몬(LHRH)’이기 때문이다. 이 호르몬은 생식세포를 성숙시키는 단백질 호르몬인 ‘황체형성호르몬’을 통해서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분비를 억제하고, 동시에 성욕을 사라지게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소견이다.
테스토스테론은 시상하부, 뇌하수체, 고환 등의 세 기관을 거쳐 분비되는 복잡한 구조를 갖는다. 시상하부가 정소와 난소 등과 같은 성선을 자극하는 성선자극호르몬분비호르몬(GnRH)을 분비하면 뇌하수체는 황체형성호르몬(LH)과 여포자극호르몬(FSH)을 만들어내고, 이 호르몬은 고환에서 더 많은 테스토스테론을 분비하도록 유도한다.
전문가들은 “혈액에서 이 테스토스테론 농도를 줄이려면 세 단계 가운데 어느 한 부분만 막으면 된다”고 말한다.
캐나다의 경우, ‘CPA(Cyproterone Acetate)’와 ‘데포 프로베라’라는 호르몬제를 사용, 테스토스테론의 분비를 차단한다.
CPA는 LH와 비슷한 물질로 CPA를 주사하면 시상하부는 순간적으로 LH가 많다고 인식, 성선자극호르몬분비호르몬(GnRH)의 분비를 줄인다. 이 호르몬이 줄면 자연히 테스토스테론의 혈중 수치가 낮아져 성욕이 떨어진다.
또 여성 호르몬의 일종인 데포 프로베라는 미국 제약업체인 화이자가 여성 피임약으로 개발한 약물. 이 역시 남성에게 주사하면 GnRH의 분비를 억제,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낮춘다.
캐나다 교정국은 “CPA로 성폭행범의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낮추면 성폭행범들이 성적인 망상을 하는 빈도가 뚜렷하게 줄면서 성충동도 감소해 성폭행 재범률이 현저하게 떨어진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화학적 거세를 위해 호르몬제를 장기적으로 사용하면 만성피로, 우울증, 두통, 간 기능 장애 등 다양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남성호르몬 분비가 줄면 몸 속의 여성호르몬 수치가 증가해 남성의 가슴이 부풀어 오르는 경우도 생긴다”고 경고하고 있다.
- 조행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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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1-01-1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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