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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김은화 객원기자
2010-12-20

‘과학에 대한 열정’ 넘치는 ‘사’다도 제주 2010 크리스마스 과학콘서트 제주에서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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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크리스마스 과학콘서트가 지난 12월 18일과 19일 이틀 동안 제주관광대학 컨벤션홀에서 열렸다. ‘과학기술! 인문사회, 문화예술을 품다’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에는 매 강연마다 제주특별자치도의 학생들이 빈틈없이 자리를 메워 큰 관심을 보였다. 이번 크리스마스 과학콘서트는 한국과학창의재단과 제주특별자치도,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이 주최하고 제주청소년과학탐구연구회가 주관했으며, 교육과학기술부가 후원했다.

개막식에서 정윤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은 개회사를 통해 “지구온난화, 식량과 물 부족, 새로운 병의 발생 등의 문제가 있지만, 과학기술이 발전해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영민 제주특별자치도 지식경제국장은 “과학콘서트는 청소년에게 과학에 대한 호기심과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자리가 될 것이며, 이러한 과학기술문화행사를 개최함으로써 과학의 대중화와 과학기술강국 코리아의 꿈을 앞당기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항식 교육과학기술부 과학기술정책국장은 “창의인성교육을 강화하고 과학기술인력을 키우기 위하여 과학, 기술, 공학, 예술, 수학의 통합 교육을 실시하고 정보, 시간, 공간을 초월하는 ‘smart 교육’을 만들고자 한다”며 정부의 교육 방침을 설명했다.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 과학자의 이야기

첫 번째 강연은 정민석 아주대 의대 교수의 ‘만화로 보는 인체 탐구, 알기 쉬운 현대의학’이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10년 동안 만화를 그린 정 교수는 이를 신문, 잡지에 연재하기도 하고, 논문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정 교수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전공인 해부학에 대한 지식과 재미난 에피소드를 들려주었다.

우리가 ‘최고’라는 표현을 할 때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린다. 이는 긴 엄지펌근과 짧은 엄지펌근이 있기 때문이다. 근육의 변이에서 눈꺼풀올림근이 위눈꺼풀의 아래 끝에 닿으면 정상, 그렇지 않으면 변이이다. 그 변이가 바로 쌍꺼풀이다. 입꼬리에 닿아야 정상인 입꼬리당김근이 변이를 일으키면 웃을 때 보조개가 나타난다. 이때의 변이는 생김새만 다를 뿐 쓰임새에는 문제가 없다.

쌍꺼풀과 보조개가 변이라는 말에 놀라워하는 학생들을 향해 정 교수는 “미용은 과학이 아니라 문화”라며 “만약 동양이 서양을 지배했다면 서양 사람들이 쌍꺼풀을 없애는 등 동양 사람을 닮으려는 수술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또한 선배 과학자로서 예비 과학자인 학생들에게 생활에서 체득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과학은 좁고 깊게 한 우물을 파야 한다. 그러나 청소년들처럼 배우는 과정이라면 여러 분야를 파악하기 위해 넓게 파야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훌륭한 과학자가 되기 위해서는 국어, 영어도 잘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학자가 되기 위해서는 남다른 개성도 필요하다. 정 교수는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과학자에게는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가 맞다. 똑같은 결과로는 논문을 쓸 수 없기 때문”이라며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처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정 교수는 마지막으로 “의학과 과학은 때로는 괴롭기도 하지만, 그 과정을 견디면 쉬운 과정을 즐길 수 있고 재미있는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며 과학에 대한 학생들의 열정을 북돋았다.

내가 바로 ‘국과수’ 요원

우스개소리 하나. ‘국과수’가 무엇의 줄임말일까. 답은 ‘국어, 과학, 수학’이란다. 두 번째 강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정희선 원장이 “사람들이 국립과학수사연구소를 잘 모른다”며 꺼낸 재미있는 농담으로 시작되었다.

‘CSI도 잡지 못한 범인, 내가 잡는다!’는 주제로 진행된 강연은 ‘협박 편지를 보낸 범인’, ‘범인이 남긴 우유로 범인 찾기’, ‘숨어있는 혈흔을 찾아라’, ‘위조지폐를 찾아라’ 등 4가지 사건을 통해 수사 기법을 체험해 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첫 번째 사건에서는 A군에게 빨간 글씨로 협박편지를 보낸 범인을 찾기 위해 크로마토그래피를 이용해 분석을 했다. 초등학교 3학년의 ‘혼합물의 분리’에서 등장하는 크로마토그래피는 실제로 과학수사에서 많이 쓰이는 기법이다. 정 원장은 “진짜 꿀과 가짜 꿀을 구별할 수도 있고, 마약 성분을 검출할 때도 쓰인다. 우리가 약을 먹게 되면 머리카락에 약물의 성분이 남는데, 머리카락은 한 달 동안 평균 1cm 정도 자라기 때문에 모근으로부터 약물의 거리를 계산하면 약물 투여 시기를 쉽게 알 수 있가”라고 설명했다.

학생들은 탄소가루가 포함된 특수 분말을 이용해 자신의 지문을 채취해보기도 했다. 또한 적혈구 속 헤모글로빈이 가진 철 성분에 색이 변하는 시약을 떨어뜨려 까만 잉크에 가려진 혈흔을 찾아보기도 했다. 혈흔과 더불어 많이 쓰이는 ‘유전자 감식’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실제 사건에서 이용되었던 예를 알려주자 더욱 몰입하는 분위기였다. 위조지폐를 찾을 때에는 부모님 지갑 속의 지폐를 꺼내 정 원장이 설명하는 부분을 숨은그림찾기 하듯 살펴보고 있었다.

이내 범인을 찾는 경찰이 된 듯 실험과정을 진지하게 지켜보던 학생들은 학교에서 과학시간에 배웠던 크로마토그래피, 적혈구와 헤모글로빈 등의 개념이 나오자 더욱 흥미로워했다. 각 실험마다 참여하기를 원하는 학생들이 너무 많아 정 원장이 어려워할 만큼 학생들의 과학에 대한 호기심이 강연 내내 샘솟았다.

정 원장은 “과학은 직접 경험하는 체험학습이 중요하다”며 “미래에 제주도에서 과학수사요원이 많이 배출되었으면 좋겠다. 과학을 공부하고 사랑했으면 좋겠다”는 말로 강연을 맺었다.

지금은 인격형 돌고래 인재의 시대

세 번째 강연은 한국항공우주산업 구관혁 부장이 ‘사람과 콩나물은 밑빠진 독에서 자란다’라는 주제로 진행했다. 구 부장은 베르누이의 원리와 작용 반작용의 법칙 등 비행기가 움직이는 원리를 설명하며 실제와 비슷한 비행기 모형의 날개를 조절하여 비행기를 날리는 비행 실험을 했다. 강의를 시작하며 “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좋은 인품을 가진 사람이 좋은 인재”라고 말했던 구관혁 부장은 창의 인성 인재를 키우기 위해서는 세 가지가 중요하고 강조했다.

생각의 눈을 키워야 한다는 ‘패러다임의 전환’, 진정한 꿈과 비전을 키우기 위한 목적지향적 사고의 전환, 비전을 끌고 갈 원칙 등이 그것이다. 구 부장은 “사회에서는 효율성을 가르치지만, 학교에서는 효과성 패러다임을 가르쳐야 한다”며 “진정한 성공은 돈이나 권력을 얼마나 소유했는가가 아니라 영향력의 크기이다. 주변 이들에게 얼마나 긍정적 영향을 끼치는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구관혁 부장은 또한 자기 마음속에 꿈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꿈이 있다면 자기 인생을 가치 있게 살 것이기 때문이다. 판사가 되든, 부자가 되든, ‘어떤’ 판사, ‘어떤’ 부자가 되려고 하는가가 중요하다.

구 부장은 마지막으로 “이전에는 힘으로 지배하려는 야만형의 ‘상어형’ 인재가 지배했으나, 앞으로는 더불어 이루어가는 인격형 ‘돌고래형’ 인재의 시대가 올 것”이라며 “자기 자신을 믿으라”는 말로 강연을 마무리했다.


숨어있는 ‘보물’, 미생물을 찾아라

크리스마스 과학콘서트 마지막을 장식한 네 번째 강연은 ‘보이지 않는 지구의 주인, 미생물’이라는 주제로 미생물유전체활용기술개발사업단 오태광 단장이 진행했다.

미생물의 가계도를 보여주며 미생물이 얼마나 많이 존재하는가를 보여준 오 단장은 “2m의 1/1000이 개미의 크기이고, 개미 크기의 1/1000 크기가 미생물의 크기”라고 말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이와 함께15분 만에 두 배로 불어나는 미생물의 번식력과 극지방인 -40℃에서도, 화산이 폭발할 때의 온도인 130℃에서도 살 수 있는 미생물의 생존력 역시 놀라움의 대상이었다.

오태광 단장은 “제주도는 미생물이 자라기 좋은 환경”이라고 말하며 제주도에서 발견한 미생물에 대해 이야기했다. 전복은 다시마를 먹고 사는데, 미생물을 이용해 다시마를 소화시킨다. 현재 전복 속의 미생물을 이용해 대체에너지인 알코올을 만드는 과정을 연구 중이라고 한다. 또한 제주도와 마라도에서 발견한 ‘하헬라 제주엔시스’라는 빨간색 미생물을 1ppb의 농도로 뿌리면 적조를 효과적으로 없앨 수 있다.

미생물이 생활 속에 이용될 수 있는 예는 흥미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비료 역할을 하는 미생물을 작물에 뿌렸더니 수확량이 늘어나 화학비료 없이도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할 수 있었고 농약 역할을 하는 미생물은 병원균 미생물을 제거해 농약 없는 작물 재배를 가능하게 했다. 또한 앞으로 미생물을 이용해 전기를 만드는 방법까지 연구 중이라고 하니 미생물은 오 단장 말대로 숨겨진 ‘보물’이었다.

오 단장은 페니실린을 발견한 플레밍의 이야기를 예로 들며 “강한 집념을 가지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며, 같은 일을 다른 각도에서 보는 눈을 가지기를 바란다”는 말로 강연을 마쳤다.

각 강연에 앞서 열렸던 레이저쇼, 인디밴드 공연, 댄스 공연, 마술 공연 등은 청중인 청소년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과학이 숨어있는 마술 공연의 화려함은 탄성을 자아냈고, 컨벤션홀 안을 가득 채운 레이저맨의 역동적인 레이저봉과 댄스 공연의 멋진 춤은 사람들의 시선을 붙들었다. 지난 주말 제주도는 여자,바람, 돌과 함께 과학에 대한 열정이 넘치는 ‘사’다도라 불리기 충분한 모습이었다.

김은화 객원기자
777_bluebear@naver.com
저작권자 2010-12-2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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