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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조재형 객원기자
2010-12-06

NASA, 생명체에 대한 새 패러다임 제시 인(P) 대신 비소(As) 기반으로 생존 가능한 박테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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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29일, 미 항공우주국(NASA, 이하 나사)이 워싱턴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우주생명학에 관한 중대발표를 가질 예정이라고 밝히면서 전 세계가 떠들썩했었다. 온 세계인의 기대와 호기심을 한 몸에 받은 중대발표는 현지시각으로 2일 오후 2시, 우리나라 시각으로 3일 새벽 4시에 나사 홈페이지를 통해 생중계로 공개됐다.

짧은 기간, 많은 사람들은 ‘외계생명체의 발견’에 기대를 걸었지만 공식 발표 전인 지난 2일(한국시간) 영국의 일간지 ‘더 선’이 사전에 보도하지 말라는 엠바고를 깨고 그 내용을 보도한 바 있다. 나사에선 이미 전 세계 영향력 있는 언론매체에 보도 자료를 배포한 상태였기 때문에 ‘더 선’의 보도는 신빙성이 있었고 이로 인해 나사의 깜짝 쇼는 수포로 돌아갔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번 나사의 발표는 실망감과 함께 쉽게 흘려버릴만한 것이 아니다. 나사가 발표한 것은 바로 여태까지의 상식에서 벗어나는 특수한 생명체다. 나사의 우주생물학 연구원 펠리사 울프 사이먼 박사와 애리조나주립대 연구진이 캘리포니아 주에 위치한 모노 호수를 연구한 결과 독성물질인 비소를 이용해 살아갈 수 있는 미생물을 발견한 것이다. GFAJ-1이라 명명된 이 박테리아의 발견은 매우 흥미롭고 대단한 발견이다.

독성물질 비소(As), 어떻게 인을 대신할 수 있을까

GFAJ-1이라는 이 박테리아는 생명체를 구성하는 필수 원소 중 하나인 인(P) 대신 비소(As)를 기반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 울프 사이먼 박사와 그 연구팀의 연구에 의해 밝혀졌다.

인은 모든 생물의 세포 내에 존재하는 에너지원인 ATP(아데노신에 인산기가 3개 달린 유기화합물)와 DNA의 일부를 구성하고 있는 원소이기에 생명체에 필수적인 원소다.

GFAJ-1 박테리아에서 이 중요한 인을 대신한 비소는 금속원소로써 독성을 가지고 있는 물질이다. 비소의 독성은 특히 미토콘드리아에 장해를 줘 세포에 부정적으로 작용하며 피부암이나 폐암 등의 발생과 관계가 있다고 알려졌다. 그런 연유로 생명체와는 거의 연결 지을 수 없다고 생각돼 온 물질이다.

비소는 인과 같은 15족(질소 족)에 속하는 원소로써 주기율표상에선 인 바로 아래에 위치 해 있다. 주기율표는 원소를 원자번호 순으로 나열한 표다. 원자번호가 원자의 성질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양성자와 전자 수에 따라 결정된 것임을 생각하면 주기율표 자체에서 원자들의 성질에 대한 규칙도 찾을 수 있다. 실제로 주기율표상에서 같은 족에 속한 원소들은 최외각전자(원소에서 가장 높은 에너지 상태에 있는 전자)의 수가 같아 그 화학적 성질이 비슷하다.

원소들은 대부분 다른 원소들과 결합해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려 하는데 최외각전자는 이런 성질의 중요한 부분을 담당한다. 간단히 말해 연결 고리의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이에 같은 족에 속해 최외각전자의 수가 같은 원소들은 화학적으로 비슷한 성질을 띠고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같은 15족에 속한 인과 비소는 화학적 성질이 비슷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가능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도 반도체의 한 종류인 n형 반도체의 도핑(반도체 효율을 위해 불순물을 첨가하는 것)에 비소와 인을 사용하는 것으로도 둘의 화학적 성질이 비슷함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비소가 생명체에 대해 독성을 띄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불안정한 생명체 구조에 있어서 이와 같은 일이 쉽게 일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해 왔던 것이다.


비소(As)로 배양성공, 생명체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 제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예측은 이미 발표된 바 있다. 이번 발표 관련 논문의 주 저자인 울프 사이먼 박사는 지난 해 1월, 인과 비소의 화학적 성질이 비슷하다는 데에서 비소로 구성된 생명체가 있을 것이란 가설을 발표한 바 있으며 그 존재를 찾아왔던 것이 모노 호수의 연구에서 발견된 것이다.

울프 사이먼 박사는 인과 비소가 풍부한 모노 호수에서 이 박테리아를 발견했고 인 대신 비소를 넣은 배양액을 사용해 이 박테리아를 배양하는데 성공했다. 즉, 자연 상태에서는 인을 영양분으로 삼고 살아가지만 그 대신 비소를 영양분으로 사용해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본 실험을 통해 입증한 것이다.

또한 이렇게 배양한 박테리아의 단백질과 DNA의 구조 등에서도 비소가 들어있는 것을 확인 해 이전엔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구조를 띈 생명체 존재가 가능하다는 것이 실험적으로 드러났다. 이는 생명체에 대한 정의 자체를 변화시킬 수 있는 의미 있는 발견이라 할 수 있다.

외계생명체 존재 가능성의 폭 넓어져

얼마 전 지구 밖 20광년이 떨어진 곳에서 글리제 581g 라는 골디락스 행성이 발견돼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적이 있다. 골디락스 행성이란 그 행성이 속한 항성과의 거리가 적절해 지구와 같은 환경이 존재하고 이에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행성을 의미한다.

하지만 골디락스 행성의 개념 자체에 문제를 제기한 학자들도 있었다. 생명체라는 개념을 지극히 인간의 기준에 맞춰 설명하려 한다는 것이다. 즉, 산소로 숨을 쉬고 -10℃~40℃정도의 온도에 살며, 인이 필수 영양분이고. 비소는 독성물질이라는 것(이번 연구결과에 의미를 두자면) 등이 드넓은 우주에서 지나치게 편협한 사고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번 나사의 발표는 이런 주장을 한 학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여태껏 생각해 왔던 전형적인 생명체의 구조를 벗어날 수 있는 박테리아의 발견은 얼마든지 더욱 다양한 구조의 생명체가 존재 가능하다는 것을 뜻한다. 인은 영양분, 비소는 독성물질이라는 다소 갇혀있던 사고의 틀이 깨져버린 것이다. 이번 연구가 가지는 의미는 비단 인과 비소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이와 같은 특이한 구조들이 다른 원소들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외계생명체를 지구와 닮은 ‘골디락스 행성’에서만 찾을 것이 아니라 더욱 광범위하고 다양한 환경에서도 찾아볼 필요가 있게 됐다. 이로써 인간이 가지고 있던 생명체에 대한 사고 범위 역시 더 넓어졌다고 볼 수 있다.

조재형 객원기자
alphard15@nate.com
저작권자 2010-12-0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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