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한반도는 물론 미국과 중국, 일본까지 긴장감에 휩싸여 있는 와중에 지난 28일부터 한·미 연합훈련이 서해상에서 실시되고 있다. 북한의 도발이 있은 직후의 훈련이란 점에서도 많은 화제가 됐지만 무엇보다 훈련에 참가한 미국의 항공모함이 큰 이슈가 되고 있다.
이번 훈련에 참가한 미국의 니미츠급(Nimiz Class) 항공모함인 조지 워싱턴 호는 1990년에 진수, 1992년에 취역했으며 2008년부터 일본 요코스카를 모항으로 삼고 있다. 미국의 니미츠급 항공모함은 작년 1월 취역한 조지 H.W 부시 호까지 총 10대의 함선이 있으며 조지워싱턴 호는 그 중 6번함이다.
항공모함은 자체적으로 탑재 비행기를 이·착륙시키는 것이 가능한 거대 함선을 말한다. 웬만한 중소국가 전체의 전투력과 맞먹는다는 이 항공모함에는 재밌는 과학적 원리가 숨겨져 있다.
짧은 활주로, 어떻게 이륙하나
보통의 비행기는 긴 활주로를 달리며 가속하다가 일정 속도에 도달하면 날개에 작용하는 베르누이의 힘에 의해 떠오르게 된다. 이 때 이륙에 필요한 활주로의 길이는 약 400~600m이다. 그런데 조지워싱턴 호의 갑판길이는 360m에 불과하며 이는 다른 항공모함들도 마찬가지다. 물론 360m라면 축구장 3개 크기의 엄청난 규모지만, 정상적으로 전투기들이 이륙하기엔 다소 짧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항공모함에서는 함재기(군함에 적재되는 군용항공기)를 이륙시킬 때, 특수한 기술을 사용하게 된다.
비행기 활주로가 긴 이유는 그 거대한 선체를 단시간에 가속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항공모함에서 함재기를 이륙시킬 때, 가속을 돕는 장치를 이용하게 되는데 그것의 이름은 바로 사출기, 캐터펄트(Catapult)라고도 부른다.
함재기를 쏘아(?)보내는 캐터펄트
사실 캐터펄트는 고대 그리스부터 중세시대까지 사용된 투석기의 일종이다. 고대의 전쟁을 재현한 영화에서 종종 볼 수 있는 공성무기로 지렛대와 끈의 장력을 이용한 장치다. 무거운 돌덩이나 불을 붙인 발화성 물질, 심지어는 적군의 사기저하를 위해 시체까지 날려 보내는데 사용했던 것이다. 이름이 같은 만큼 항공모함의 사출기도 이와 같은 원리로 작동한다. 고대의 캐터펄트에 포탄을 싣고 끈의 반동으로 날려 보냈던 것처럼 항공모함에서 함재기를 튕겨내듯 쏘아 보내는 것이다.
더 쉽게 비유하자면 고무줄 새총 정도를 생각하면 좋다. 초기의 사출기는 그저 함재기를 붙들고 있는 수준이었다. 엔진이 돌아가기 시작해 최고 출력에 이르는 시간을 줄여보기 위함이다. 함재기가 붙들려 있는 동안 엔진은 최대출력이 되고 그 때 분리된 함재기는 보다 빠르게 이륙속력에 도달할 수 있던 것이다. 자동차 경주에서 정지한 채로 엔진출력을 올려놓고 빠르게 출발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그보다 발전한 방식은 바로 수증기를 이용한 것으로 조지워싱턴 호에서도 사용하고 있는 방법이다. 물론 함재기를 붙들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며 거기에 엄청난 압력의 증기에 의한 힘까지 더했다. 갑판 앞쪽에 홈을 파고 그 밑으로 증기의 힘을 이용한 피스톤을 설치해 함재기에 추진력을 더해준다. 조지워싱턴 호는 이와 같은 4개의 사출기로 약 20초마다 한 대의 함재기를 이륙시킬 수 있다고 한다.
차세대 항공모함엔 전자기력 이용한 사출기 사용
하지만 이마저도 곧 구식이 된다. 미국은 현재 사용하는 증기식 사출기 대신 전자기식 사출기를 개발하고 있다. 이는 자기부속열차와 같은 원리를 가지고 있다. 갑판에 전자석을 설치하고 전류를 흘려 발생하는 전자기력을 이용한다. 다른 극끼리의 척력(밀어내는 힘)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에 함재기는 위쪽으로 작용하는 힘을 받아 살짝 공중에 뜨거나 중량으로 인한 마찰력을 현저하게 줄일 수 있게 된다.
이는 가속과정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기도 한다. 같은 원리의 전자기력을 전진 방향으로 작용하게 해 가속을 돕는 것이다. 수증기식 사출기보다 깔끔하고 안정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오는 2015년 즈음엔 미국의 니미츠급 항공모함을 능가하는 제럴드 포드급 항공모함이 등장할 예정이다. 이 차세대 항공모함에 적용되는 사출기가 바로 이 전자기력을 이용한 것이다. 증기식에 비해 효율적인 성능을 보이며 스팀보일러를 설치하지 않아도 돼 항공모함 자체에도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쇠줄로 전투기를 잡아챈다, 어레스팅 와이어
비행기의 비행과정에서 이륙만큼 중요한 것이 착륙이다. 짧은 활주로에선 이륙도 힘들지만 착륙은 더더욱 힘들다.
보통 함재기들이 착함할 때의 속력은 약 시속 200km가 넘는다. 제대로 착륙하지 못한다면 함재기와 조종사는 물론 자칫 항공모함 전체적인 피해로 번질 수 있기 때문에 착륙과정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이륙할 때 빠른 가속이 필요하다면 착륙할 땐 반대로 빠른 감속이 필요하다. 이에 착륙 시엔 ‘어레스팅 와이어(arresting wire)’라는 장치를 사용한다.
어레스팅 와이어는 함재기가 착륙하는 항공모함의 뒤쪽 갑판에 설치된 지름 30~40mm정도의 쇠줄이다. 함재기의 후미에는 이 쇠줄에 걸 수 있는 고리(어레스트 후크기어)가 장착돼 있다. 착륙 시 고리를 어레스팅 와이어에 걸면 감겨있던 와이어가 적당한 속도로 풀리며 와이어의 장력과 감긴 와이어의 마찰력으로 인해 함재기를 빠르게 감속시키게 된다. 이륙이 새총으로 함재기를 날리는 것이라면 착륙은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물체를 새총으로 막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어레스팅 와이어는 몇 개가 설치돼 있지만 빠른 속도로 주행 중인 함재기에 달린 고리를 와이어에 연결하는 것은 쉽지 않다.
만약 와이어에 고리를 연결하는데 실패하게 되면 함재기는 착륙을 포기하고 다시 이륙하게 된다. 또한 안전을 위해 이 와이어는 약 100번을 사용하면 교체한다. 만에 하나 와이어가 끊어지게 되면 함재기의 안전뿐만 아니라 항공모함 위의 다른 시설이나 함재기, 사람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와이어에 걸리는 장력이 엄청나기 때문에 끊어졌을 때의 운동은 엄청난 파괴력을 가질 수 있다.
비행기술이 고도로 발달했음에도 수직이륙이 아닌 활주로를 이용한 이착륙에 의문을 가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물론 수직상승을 통한 이륙이 가능한 비행체들이 있고, 계속해서 개발 중이긴 하다. 하지만 수직이륙엔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해 연료소모가 극심하기 때문에 예측 불가능한 전시상황에는 알맞지 않다. 특히 항공모함의 엄청난 전투력은 함재기들의 기동성에서 나오는 것인데 심한 연료소모는 여기에 해가 될수 있다. 또한 군사작전용이라는 특성 상, 미사일이나 폭탄 등의 탑재로 중량이 무겁기 때문에 수직이륙이 매우 비효율적이기도 하다.
- 조재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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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0-11-3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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