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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이강봉 편집위원
2010-11-24

멸종위기 토종닭, 복원 통해 부활 생명공학 통해 고문헌 재래종 특징 살려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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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타고 교외를 지나치다 보면 ‘토종닭’이라고 써붙인 음식점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는 토종닭이 보통 닭보다 맛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어릴 때 먹던 토종닭 요리를 잊지 못한다.

토종닭이란 옛날부터 우리나라에서 길러 온 재래종 닭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토종닭은 육질이 쫄깃하고 맛이 좋지만 크기가 작아 경제성이 떨어지는 것이 흠이었다. 이 때문에 산업화 과정에서 외국산 수입 종자에 밀려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이 토종닭 복원이 최근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1992년부터 복원작업에 착수한 농촌진흥청은 산간 오지에서 명맥을 잇고 있던 재래닭을 수집, 1992년부터 2007년까지 15년에 걸쳐 고문헌에 남아 있는 재래종의 특징을 살려내고 이상 형질을 제거하는 과정을 거쳐 ‘우월한’ 닭들의 유전자를 한데 모았다.

고문헌의 적갈색·황갈색·흑색 닭 복원

빨리 크는 종자와 맛이 좋은 종자, 알 잘 낳는 종자를 한데 합친 것이다. 부계 혈통으로는 성장이 빠른 수컷이 동원됐고, 모계 혈통에서는 맛이 좋고 알을 잘 낳는 암컷이 동원됐다. 그리고 2008년 적갈색, 황갈색, 흑색 계통의 토종닭을 복원하는 데에 성공했다.

그리고 지금 ‘우리맛닭’이라는 브랜드로 보급 사업을 펴고 있다. 토종닭 복원을 수행한 축산과학원은 ‘우리맛닭’을 통해 농가에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매년 약 5천 수 정도의 종계를 보급하고 있는 중.

민간차원에서도 토종닭 보급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한국토종닭협회에 따르면 협회에서 보급하고 있는 토종닭 ‘한협3호’의 연간 종계 분양수가 31만 수에 달하고 있다. 지난 13일에는 대구 달성군에 순수 토종닭 음식을 공급할 판매인증 1호점(큰나무집)을 오픈했다.

큰나무집에서는 ‘한협 3호’와 ‘우리맛닭’ 등 한국의 본격적인 토종닭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오는 29일에는 국내 최초로 토종닭 수출이 이루어진다. 올 들어 토종닭의 해외 수출을 추진해온 한국토종닭협회는 베트남에 ‘한협3호’ 토종닭 2만6천 수를 수출한다고 밝혔다. 가격은 kg 당 3.18달러로 결정했다.

그동안 종계나 노계를 중심으로 적은 수의 토종닭이 해외로 나간적은 있으나 이처럼 많은 량의 토종닭이 수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서양종 닭에 눌려 기를 펴지 못했던 토종닭이 해외로 보급됨으로써 한국 토종닭의 우수성을 세계에 널리 알릴 수 있게 됐다.

지난 50여년 간 한국의 토종닭은 50여년의 수난의 시기를 겪어왔다. 한국전쟁이 끝난 직후 전후 복구사업으로 외국 원조기관으로부터 백색레그혼, 뉴햄프셔, 로드아일랜드, 코니쉬, 오스트리아종 등을 보급하면서 많은 외국 닭들이 국내에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서양종들이 손쉽게 한국에 뿌리를 내릴 수 있었던 것은 양계장에서의 다수의 닭 사육이 가능한데다 성장속도가 매우 빨라 식량난에 허덕이던 당시 한국 상황에 적합했기 때문이다. 배고픈 상황 속에서 이들 서양 닭들이 나름대로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토종닭’으로 명칭 통일, 규격화 진행 중

그러나 88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루고, 식량난이 대부분 해결된 상황에서 소비자들의 입맛이 질좋고 맛좋은 닭고기에 쏠리기 시작했다. 한국 고유의 토종닭 종자를 보존해야 한다는 소리가 아울러 터져나왔다. 1992년 농촌진흥청이 ‘우리맛닭’ 복원사업을 시작한 것도 이 때다.


민간 차원에서는 토종닭 보존을 위한 노력이 계속 이어져 왔다. 국내에서 토종닭을 양산하고 있는 육종회사 한협 관계자는 지난 57년 간 토종닭 순계를 유지, 보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한국토종닭협회를 통해 현재 한협의 토종닭 순계 6개 품종 등을 전국에 분산배치 중이라고 밝혔다.

토종닭 유전자원의 분산배치는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AI에 대한 대비책이다. 분산배치 사업에는 한협과 하림 등 관련 기업과 전북대 수의대, 그리고 한국토종닭협회가 함께 참여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지역별로 다르게 분포돼 있는 토종닭 보전 사업이 이뤄지고 있다. 전남도 축산기술연구소는 지난 4월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는 재래종 닭의 순수 혈통 유지를 위해 수집, 증식, 선발 과정을 통한 ‘토종닭 순수계통 조성사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축산과학원은 그동안 토종닭 그 실체에 대한 용어 정의가 확립되지 않아 토종닭 보존 및 보급에 큰 지장을 초래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국내에서는 토종닭이란 용어뿐만 아니라 재래토종닭, 개량토종닭, 실용토종닭, 재래닭, 시골닭 등의 용어들이 난립해왔다.

축산과학원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용어를 ‘토종닭(Korean native chicken)’으로 통일하고, 토종닭 품종 유지, 자질 개량에 이은 산업화를 위해 혈통보존 및 사육체계 등을 정립해 인증기준을 규격화하고 있다.

한국과 비교해 일본, 대만 등 주변국의 토종닭 보존은 훨씬 전부터 이뤄져 왔다. 일본의 경우 재래종의 범위를 메이지 시대까지 일본 국내에서 토착화된 품종으로 정의하고, 37개 품종을 철저히 관리해나가고 있다. 지계(地鷄)의 경우 재래종의 혈액비율이 50% 이상이 돼야 하며, 사육기간은 80일 이상, 28일령 이후에는 평면 사육지에서 1m2 당 10수 이하를 사육하도록 하고 있다.

생산된 닭고기에 대해서도 일본농림 규격을 정해 생산방법과 표시기준을 명확히 한 ‘특정 JAS 규격’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계 육(고기)을 판매하려면 병아리 출생증명(계보, 혈액백분율, 부화일), 사육기간, 사육방법, 사육밀도, 생산 공정에 대한 검사방법 등을 표시해야 한다.

대만 역시 재래종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아 닭고기 생산을 위해 사육하는 육계(肉鷄)의 50% 이상을 대만산으로 충당하고 있다. 외래종은 가공육 생산에만 이용하고 있다. 중국은 생축의 품종보존, 원종의 확대번식, 교잡이용 등을 위해 원종번식육성농장을 설치, 운영하고 있다.
이강봉 편집위원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0-11-2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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