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는 우리의 사고와 감정을 전달하는 수단일 뿐 아니라 이런 기능을 유발하기도 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새로운 연구가 나왔다고 사이언스 데일리가 17일 보도했다.
미국 하버드 대학 심리학자들은 두 개의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서로 다른 민족 그룹을 대할 때 선호도는 이들이 어떤 언어로 선입견이나 편애에 관한 사전 테스트를 받았는지에 따라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실험사회심리학 저널에서 밝혔다.
이 연구는 "호불호 반응을 유발하는 언어를 바꾸는 방법으로 이런 반응을 바꿀 수 있을까"라는 의문에 대해 `그렇다'는 대답을 내놓은 것이다.
사람들의 무의식 속에 내재된 긍정적, 부정적인 태도는 이들이 특정 사회 집단 구성원들을 어떻게 대할지를 예측케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이런 태도는 날씨와 대중문화 등 요인에 영향을 많이 받는 것으로 밝혀졌는데 새 연구는 여기에 언어까지 새로운 요인으로 추가한 것이다.
연구진은 피실험자가 컴퓨터 화면이나 헤드폰을 통해 재빨리 스쳐가는 단어들을 일정 범주로 분류하도록 하는 `내재적 연관성 검사'(IAT)를 모로코와 미국 두 곳에서 실시했다.
모로코에서는 아랍어와 프랑스어를 함께 사용하는 집단, 미국에서는 영어와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히스패닉 집단을 대상으로 IAT 검사가 이루어졌다.
그 결과 모로코에서 아랍어로 IAT를 치른 사람들은 다른 모로코인들에 대해 더 큰 호감을 보였으나 프랑스어로 IAT를 치른 뒤에는 이런 차이가 사라졌다.
마찬가지로 스페인어로 IAT를 치른 사람들은 다른 히스패닉에 대해 더 큰 호감을 보였지만 영어로 시험을 치르자 호감도 차이가 사라졌다.
연구진은 "아주 짧은 시간동안 같은 시험을 치른 같은 사람이 이처럼 다른 결과를 보인 것은 충격적"이라면서 "이는 마치 친구에게 영어와 프랑스어로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느냐고 물을 때 각각 다른 답이 나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실험에서 모로코인들은 우선 `하산'이나 `파티마' 같은 모로코 이름, 또는 `장'이나 `마리' 같은 프랑스 이름과 함께 `행복하다' `상냥하다' 등의 `좋은' 단어, 또는 `싫어하다' `못됐다' 등의 `나쁜' 단어들이 화면에 스쳐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이어 피실험자들에게는 모로코 이름이나 좋은 단어를 볼 때 하나의 키를 누르고 프랑스 이름이나 나쁜 단어를 보면 다른 하나의 키를 누르라는 과제가 주어졌고 다음엔 키의 역할이 바뀌어 모로코 이름과 나쁜 단어에 같은 키를, 프랑스 이름과 좋은 단어에 또 다른 하나의 키를 누르는 방식을 택하도록 한 결과 이처럼 놀라운 변화가 나타난 것이다.
연구진은 "`다른 언어를 말한다는 것은 다른 영혼을 소유하는 것과 같다'는 샤를마뉴 대제의 말대로 언어는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수단 이상의 것이다. 우리의 연구는 언어가 사고와 감정을 자아내고 형태를 만들어낸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 (서울=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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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0-11-1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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