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를 걷다보면 맨홀 뚜껑을 쉽게 볼 수 있다. 맨홀 뚜껑을 보며 드는 의문 가운데 하나가 “맨홀 뚜껑 왜 원모양으로 만들어져 있을까?”하는 점이다. 맨홀 뚜껑이 원모양으로 제작된 배경에는 수학적 원리가 숨어 있다.
똑같은 길이의 원, 맨홀 구멍에 빠지지 않아
맨홀 뚜껑을 원이 아니 사각형으로 만들어졌다고 가정해보자. 사각형의 대각선 길이는 한 변의 길이보다 길다. 도로 공사 등의 이유로 맨홀 뚜껑을 열어야 할 경우가 발생했을 때 사각형의 맨홀 뚜껑은 대각선이 긴 사각형의 특징 때문에 구멍 속으로 빠지기 쉽다. 만약 가로, 세로, 대각선의 길이가 똑같은 사각형의 맨홀 뚜껑을 만든다면 이 뚜껑은 구멍 속으로 빠지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폭이 일정한 도형은 정폭도형이라고 한다. 원은 중심에서 일정한 거리의 점의 궤적을 모은 것으로 어느 곳에서나 똑같은 길이의 반지름을 갖고 있기 때문에 구멍에 빠질 수가 없다.
이제 왜 맨홀 뚜껑은 정폭도형인 동그란 모양으로 만드는지 이해가 됐다. 그런데 왜 가로, 세로, 대각선의 길이가 같은 정폭 사각형으로도 만들 수 있는데 원모양을 고집하는 것일까. 이는 원모양이 만들기도 쉽고 이동시키기에도 용이하기 때문이다. 무거운 맨홀 뚜껑을 열고 옆으로 이동시킬 때 잘 굴러가는 원이 보다 공사에 편리하기 때문이다.
원과 사각형, 정폭도형과 같은 간단한 수학적 원리는 기실 우리 실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우리가 흔히 어려운 과목이라고 생각하는 수학이 이처럼 우리 생활에 응용될 수 있는 것은 수학에 감성과 창의성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학은 논리력, 수리력, 상상력의 조화로운 학문인 셈이다. 프랑스의 시인 폴 베를린은 “나는 수학자가 될 수 있을 만큼 상상력이 풍부하지 않기 때문에 시인이 됐다”고 말했다.
과일가게의 과일이 더 많이 쌓는 방법, 밀도차이
과일가게 앞 전시대에는 먹음직스러운 과일들이 줄줄이 쌓여 있다. 과일받침대에 차곡차곡 과일을 쌓아 올릴 때 어떤 방법으로 과일을 쌓는 것이 보다 많은 과일을 쌓을 수 있을까. 쉽게 생각하기로는 비슷한 크기의 과일을 가지런히 쌓는 것이 가장 많은 과일을 쌓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커다란 비이커에 큰 공만 넣을 때와 큰 공과 작은 공을 함께 넣을 때를 비교해보면 큰 공과 작은 공을 함께 넣을 때 더 많은 공이 들어간다. 이는 큰 공과 큰 공 사이의 빈 공간을 작은 공이 채워주기 때문이다. 같은 비이커지만 큰 공과 작은 공을 섞어 넣는 것이 더 많은 유효공간을 확보하기 되는 것이다. 이렇게 유효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것은 밀도가 높아지는 것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아래 사진을 보자. 정상에서 똑같이 구슬을 굴렸을 때 직선인 1번 레인과 곡선인 2번, 3번 레인 가운데 어느 레인을 타고 내려가는 구슬이 가장 먼저 밑바닥에 도착할까. 가장 짧은 거리인 직선 레인 1번 코스를 타고 내려간 구슬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정답은 3번 레인이다.
직선보다 효율적인 곡선, 베르누이 사이클로이드
직선이 가장 짧은 경로인 것은 사실이지만 가장 빠른 경로는 아니라는 것이다. 가장 빠른 경로인 3번 곡선을 ‘베르누이 사이클로이드 곡선’이라고 부른다.
우리 선조들은 소나기가 쏟아질 때 지붕에 빗물이 고이지 않고 최단시간 지상으로 떨어져야 유리하다는 점에 착안해, 일찍부터 한옥의 지붕모양을 기와모양으로 만들었다. 독수리가 먹이를 낚아채기위해 활강할 때 수직낙하하지 않고 사이클로이드 곡선 행태의 낙하를 하는 것도 그것이 가장 빠른 경로이기 때문이다.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빠져나올 때면 으레 크게 돌아서 가야하는 타원 모양의 길에 접어들게 마련이다. 그냥 일직선으로 길이 만들어졌다면 보다 쉽고 빠르게 빠져나갈 수 있을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는 않다.
자동차가 일정한 속도로 회전을 할 때 차가 그리는 나선형 곡선을 클로소이드라고 부른다. 이 클로소이드 곡선은 원심력을 줄여주고 직선을 부드러운 곡선으로 만들어서 좀 더 편안하고 안정감 있게 운전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역할을 한다.
철로나 놀이공원 롤러코스터의 레일모양이 곡선모양으로 만들어지는 것도 이 같은 원리를 응용한 한 사례이다. 이는 열차의 이탈을 방지하고 회전할 때 충격을 완화해주는 역할을 한다.
피타고라스 정리, 눈으로 직접 체험 손쉽게 이해피타고라스의 정리는 중학교 학생이면 누구나 알고 있는 수학법칙이다. 직각삼각형의 빗변의 제곱은 다른 두변제곱의 합과 같다는 것이 피타고라스의 정리인데 이는 간단한 모래시계로 증명할 수 있다.
빗변의 제곱은 빗변을 길이로 한 정사각형의 넓이와 동일하다. 나머지 두 변의 제곱도 각각을 한 길이로 만든 정사각형의 넓이와 동일하다. 빗변을 정사각형으로 만든 정사각형의 모래가 모두 나머지 정사각형을 채운다면 피타고라스의 정리는 증명되는 것이다.
수학적 원리 체험교육, 유네스코수학체험전 열려
이러한 수학적 원리를 눈으로 직접 보고 손으로 만져볼 수 있는 수학체험전이 서울 도심에서 열리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유럽, 아시아, 아메리카 등 3개 대륙 60개 도시에서 성황리를 전시를 마친 유네스코 수학체험전이 지난 9월 17일부터 10월7일까지 잠실종합운동장 서울디자인한마당 아이디어상상체험관에서 진행되고 있다.
유네스코 수학체험전은 국제수학연맹, 국제수학위원회, 유럽수학연맹, 프랑스 과학센터, 일본 토카이대 등 세계적 기관이 공동으로 세계 어린이에게 수학의 원리를 보다 쉽게 가르치기 위해 세계를 순회하는 국제 전시 프로그램이다.
이번 수학체험전은 생활, 경제, 자연 등 3개 분야로 전시를 구성했다. 생활전시에서는 바코드, 빠른 지름길 찾기, 이동통신 네트워크 구조 등 일상생활에서의 수학적 원리, 경제전시에서는 튼튼하며 미학적인 교량 건설 등 논리적 수학적 사고배양, 자연전시에서는 나무의 성장과 손가락 생김새에서 발견되는 황금비율 탐구 등을 주제로 진행됐다.
수학은 다양한 학문의 융합이 요구되는 현대사회에 창의력을 제공하는 아이디어의 텃밭이기도 하다. 우리 일상의 주변을 호기심과 상상력으로 관찰해 발견한 수학적 원리들은 로켓 발사, DNA염기서열 분석 등 다양한 과학 분야에 응용되고 있다.
천재 과학자이자 위대한 예술가인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수학자이자 발명가, 해부학자 그리고 물리학의 창시자였다. 아름다운 여성의 신체를 표현하는 예술의 황금비율은 사실 수학적으로 증명된 대표적인 사례 가운데 하나이다. 피보나치 수열이라고 불리는 수학적 원리를 파견한 피보나치는 자연의 예쁜 꽃들을 보며 그 잎을 세면서 독특한 숫자의 나열을 발견할 수 있었다.
유네스코수학체험전 한국 전시 주최를 맡은 네이트시스템 이재민 실장은 “창의적 문제 해결능력이 요구되는 현대 사회에서 생활, 자연, 경제 속에서 볼 수 있는 수학적 원리에 대한 체험 학습은 수학이 지닌 유용성, 심미성을 대중적으로 알리는 데 도움일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이성규 객원기자
- henry95@daum.net
- 저작권자 2010-10-0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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