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똥이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하지”, “똥 밟았다” 라는 표현에서 보듯이 ‘똥’은 부정적이고 더러운 것으로 대부분 사람들에게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황금똥’이란 말처럼 우리의 건강을 나타내는데 사용되기도 하고 때론 유머 소재로 이용돼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기도 한다. 한편 동물의 똥은 예로부터 ‘약’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다양한 모습으로 활용되고 있는 동물들의 ‘똥’에 대해 알아보자.
미끼로 이용되는 동물의 똥동물에게 똥은 단지 음식물을 배설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동물은 똥을 통해 자신의 냄새를 남겨서 길잡이를 삼기도 하고 영역을 표시하기도 한다. 한마디로 생존을 위한 수단인 셈이다.
고양이는 경쟁 상대와 마주칠 만한 길 한가운데나 나무 그루터기에 배설을 한다. 노골적 영역 표시라고 볼 수 있다. 개가 똥을 먹는 것은 자신의 영역을 지키려는 행동이다. 똥을 먹어치움으로써 자기 구역에서 다른 개의 냄새를 없애려는 것이다. 얼룩말은 자신의 배설물 위에 다른 얼룩말이 배설하면 도전으로 받아들여 싸움을 벌인다.
동물에게 똥은 식품이기도 하다. 토끼 같은 경우에는 똥을 먹지 못하면 불안증을 느끼며 정상적인 발육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 토끼는 풀을 먹고 난 뒤, 1차적으로 배설되는 자신의 똥을 먹어야 건강하게 살 수 있다. 1차적으로 나오는 똥에는 단백질과 질소, 섬유소를 비롯한 다양한 영양소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번째 똥에는 영양분이 포함되지 않아 먹지 않는다.
굴파기 올빼미에게 똥은 생존을 위해 필요한 미끼이다. 예전에는 굴파기 올빼미들이 소똥이나 말똥을 모아 둥지 입구에 놓는 것을 오소리와 같은 포식자로부터 알이나 새끼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2004년 미국 플로리다대 더글라스 레비 박사는 굴파기 올빼미는 똥을 먹고 사는 곤충을 유인하기 위해 동물의 배설물을 자신의 둥지 앞에 뿌려놓는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그는 “굴파기올빼미가 똥이라는 도구를 이용해 미끼 전략을 펼친다” 면서 “동물의 배설물은 쇠똥구리와 같이 똥을 먹고 사는 곤충을 유인하구 위한 도구”라고 말했다. 따라서 새끼를 키울 시기에는 더 많은 사냥을 해야 하기 때문에 굴파기 올빼미 주변에는 똥냄새가 더욱 심하기도 하다.
냄새는 나지만 약효는 좋아똥은 동물에게뿐만 아니라 사람에게도 유용하다.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몸서리쳐지지만 예로부터 선조들은 약으로 사용해 왔다. 속담에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라는 말이 있다. 이 속담처럼 개똥도 분명 약에 쓰였다는 기록이 있다.
‘동의보감’에 “흰 개의 똥을 말려서 불에 태운 후 술에 타 마시면 뭉친 것을 풀어주고 독을 풀어 준다”고 기록돼 있으며, 상처와 고름의 독을 치료하는데도 좋다고 쓰여있다. 또한 개똥을 깨끗이 침전시킨 후 그 윗물만 복용하고 이어 술을 약간 마셔 땀을 내면 갑자기 허리를 삐끗했을 때도 효과가 좋다고 나와 있다. 싸움으로 인해 멍들고 아플 때도 좋다고 한다.
‘동의보감’에는 말똥에 대한 기록도 있다. 더위를 먹었을 때 생말똥을 짜서 그 즙을 먹으면 효과가 있다고 적고 있다.
누에똥의 경우에는 항암제의 원료로 쓰이고 있다. 일본 한 제약회사가 항암치료제로 개발한 것. 누에똥에는 폴피린이란 물질이 있는데, 이 물질은 암세포에만 들러붙는 성질이 있고 빛에 예민하다. 빛을 쏘면 폴피린이 들러붙은 암세포를 죽이게 되는 것이다.
지난 2008년도에는 농촌진흥청에서 그동안 민간요법으로 내려오는 누에똥의 효과를 입증하면서 특히 아토피효과에 탁월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시판 중인 아토피 치료제는 세포가 정상의 70%정도의 회복율을 보인 반면, 누에똥 추출물에 의한 치료 효과는 95%이상의 회복을 보였다.
종이로 변신한 코끼리와 캥거루의 똥 보통 종이는 나무로 만드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하지만 똥으로 종이를 만들기도 한다.
케냐는 동물의 천국이다. 특히 야생동물과 각종 식물이 자라고 있는 암보셀리 국립공원에 가면 어디에서나 아기 코끼리와 거닐고 있는 코끼리 가족들을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코끼리가 많은 만큼 문제도 있다. 코끼리들은 하루에 평균 100~200킬로그램의 똥을 눈다. 케냐 정부는 한동안 코끼리 똥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코끼리 똥을 처리하기 위해 고심하던 끝에 똥을 종이로 만들어 상품화했다.
사실 코끼리의 똥에는 섬유질이 가득하다. 이점에 착안해 섬유질만 남을 때까지 똥을 헹군 뒤 향균제를 첨가하면서 똥물이 빠질 때까지 반복하다보면 결국 강하고 좋은 섬유질만 남게 되는 것이다. 이것을 잘게 자르면 멀건 종이죽으로 변하게 된다. 여기에 염료를 첨가해 바짝 말리면 우리가 쓰는 일반 종이가 된다. 냄새가 날거 같지만 여러 처리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괜찮다. 최근에는 반응이 좋아 수출도 하고 있다.
호주도 캥거루 똥으로 종이를 만는데, 이 종이는 브랜드화 되기도 했다. 이름은 루푸페이퍼. 약 25킬로그램의 캥거루 배설물로 400장의 A4용지를 생산한다고 한다.
똥이 만든 환상적인 커피, 코피 루왁
똥이 만들어낸 환상적인 커피도 있다. 일명 ‘코피 루왁’이다.
이 커피는 사향 고양이의 배설물을 끓여 만드는데, 고양이의 몸속에서 침, 위액 등과 섞여 발효과정을 거치면서 나온 커피열매가 독특한 맛과 향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커피마니아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외에도 베트남에서 다람쥐 똥커피를, 예멘에서는 원숭이 똥커피를 수확해 생산되고 있다.
- 김연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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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0-08-1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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