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휴가철이나 연휴를 망치는 주범은 끝이 안보일 정도로 꽉 막힌 도로 위의 자동차들일 것이다. 요즘 같이 더운 여름엔 그 오랜 행렬 속에서 발생하는 열기 때문에 에어컨까지 틀어야 해 낭비되는 기름값 또한 장난이 아니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심각한 교통체증을 겪어본 사람이라면 차 막힘에 대해 한번쯤은 고민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도대체 차는 왜 막힐까. 맨 앞의 차는 뭘 하기에 도통 뻥 뚫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일까.
교통 정체, 사고도 공사도 없는데 왜?교통 정체가 발생하는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핵심이 되는 요인은 물론 도로 위의 자동차 유입수가 많아지는 것이다. 휴가철, 명절을 비롯해 매일매일 지옥을 방불케 하는 출퇴근길까지 일정 시간대에 많은 차가 도로로 들어오면서 교통난이 발생한다. 또한 큰 원인이 되는 것은 바로 교통사고다.
차량이 많아지면서 교통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높아지고 우선 사고차량 두 대 이상이 도로를 막고 있다면 차선이 좁아지면서 병목현상이 발생해 심한 정체가 시작된다. 물론 차량이 많지 않을 때도 사고 발생 시 그 구간은 정체가 벌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사고에 의한 경우는 사고 지역을 벗어나면 어느 정도 체증이 풀리기 시작한다.
이 외에도 특수 차량이 지나간다든가 도로 일부 지역이 공사 중이라든가 하는 특정 상황 하에서 정체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특수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을 때도 어느 정도 차량이 증가하게 되면 정체가 일어나게 되는데, 신호등도 없고 도로에 큰 변화가 없는 고속도로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사고나 공사 같은 눈에 보이는 특수한 상황이 없는데도 자꾸만 정체현상이 나타난다면 운전자는 속이 터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알고 보면 이유가 없는 듯해도 보이지 않는 매우 복합적인 이유들이 존재한다.
한 가족이 차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리는 도중 어린 아이가 뒷좌석에서 물을 엎어 사고를 쳤다. 그 순간 아이는 울고 부모들은 당황하며 아이를 달래고 물기를 닦으면서 처리를 하게 된다. 그리고 운전자 또한 불안감에 뒤를 돌아보기도 하고 부인을 도와주면서 자동차 속도가 느려지게 된다. 여기서 교통 정체가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앞의 차가 느려지자 안전거리 확보를 위해 뒤차도 느려질 것이며 이는 점차 뒤로 갈수록 심해진다. 문제의 가족이 처리를 끝내고 다시금 제 속도를 유지하며 운전을 시작했다 하더라도 한번 발생한 정체의 물결은 마치 파동이 전달되듯이 뒤로 퍼지게 된다. 실제로 이런 교통 현상을 실제로 파동 또는 충격파와 연관지어 설명하는 이론들도 있다.
정체를 일으키는 수많은 원인들
이렇게 다른 사람들은 전혀 알 수 없는 이유로 시작된 작은 사건이 도로의 정체를 가져다 줄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자동차가 얼마 달리지 않는 한적한 도로 위에선 한 대의 차량에 작은 문제가 생겨도 전체적인 교통 흐름에 영향을 주진 않는다. 하지만 도로 위의 차량이 어느 정도 증가하게 되면 이런 현상이 발생하게 되는데, 재밌는 것은 충분히 정체가 일어나지 않을 정도의 차량임에도 불구하고 국소적으로 정체 구간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체에 대한 연구를 하는 일본의 한 연구팀에서 이와 비슷한 실험을 했다. 실험 결과 230m의 트랙에 조금씩 차량 수를 늘렸는데 22대가 유입됐을 때부터 정체가 일어나는 구간이 발생한 것이다. 차량의 시속을 30km 정도로 실험한 것으로 봐서 이론적으로 생각하면 차량들이 적당한 안전거리를 유지하고도 충분히 원활한 소통을 기대할 수 있지만 정체가 발생하는 구간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엔 앞서 예를 든 아이의 작은 실수뿐만이 아니라 더 수많은 원인이 존재한다. 고속도로의 옆 길가에 여성 연예인의 매혹적인 광고가 세워져 있어 운전자들의 눈길을 끌 경우, 명절 귀가길이면 남모르게 일어나는 차 안에서의 부부싸움, 그 외에도 에어컨을 조절하기 위해, 간식을 먹기 위해 등 일반적으로 예측하기엔 너무 복잡한 이유들이 존재한다. 이 때문에 어디서 정체가 발생할 것인가를 예상해 내기가 매우 힘든 것이며 그에 따라 교통 흐름을 연구할 때 카오스 이론을 도입하기도 한다.
작은 변화가 전체를 움직인다카오스 이론은 혼돈 이론이라고도 불리며 ‘나비 효과’로 더 유명한 이론이다. 이는 어떤 현상에서 초기의 민감한 변화가 나중의 결과에 큰 변화를 가져다준다는 것이 기본 원리다. 많은 사람들이 잘 알고 있는 나비효과는 ‘브라질에서 나비가 날갯짓을 하면 미국 텍사스에 돌풍이 일어난다’ 라는 황당한 이야기다.
이는 미국의 기상학자인 에드워드 로렌츠가 처음 한 이야기로, 기상 예측 시 초기에 입력하는 값의 소수점 뒷자리 일부를 반올림 했는데 매우 미세한 값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에서 큰 차이가 나게된 것을 보고 말한 것이다.
기상현상 예측에는 기압, 풍속, 풍향, 기온 외에도 주변 환경을 비롯해 매우 많은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그 작은 차이들이 큰 결과의 차이를 가져온 것이다. 여기서 ‘나비효과’가 거론됐고 이는 카오스 이론의 토대가 됐다.
이런 카오스 이론을 주제로 한 영화도 있는데 주인공이 어렸을 적 한 행동 하나, 말 한마디가 주인공을 포함한 주변 인물들의 인생 전체를 송두리째 바꿔놓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이처럼 어떤 현상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이 복잡하고 다양할 경우, 그것들의 작은 차이 하나하나가 전체적인 계에 매우 큰 영향을 주게 된다.
교통흐름과 카오스 현상
교통 현상도 마찬가지다. 앞서 말한 운전자들의 상태와 주변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건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정체를 만들게 된다. 그것들이 거의 예측 불가능하며 너무 불규칙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카오스 이론으로 설명하기도 하는 것이다.
사실 카오스 이론에서 말하는 이런 카오스 현상들은 그 초기 상태의 변화가 심해 결과가 불규칙해져 정확한 값을 예측하기 매우 힘들다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이 불규칙성 속에서 나름대로의 질서를 찾아내고자 하고 있다.
실제로 이론물리학 분야에서 다양한 카오스 현상의 미분방정식 모델이 제안되기도 했다. 교통의 흐름에 연관지어 생각해 볼 때, 사실 교통이 원활할 땐 간단한 수리적 접근 방법으로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지만 교통상태가 혼잡해졌을 때 카오스 현상을 보이게 된다.
차량의 통행시간을 측정하는 한 연구에서 교통이 혼잡한 상황시 기존에 사용하던 수리적 방법으로 예측했을 때보다 카오스 현상을 적용해 계산한 결과가 더 적은 오차가 발생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교통 혼잡시 교통의 흐름이 카오스의 성질을 띠고 있다는 것을 말하며 카오스 이론에 대한 연구로 더욱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현상을 분석 가능한 것을 의미한다.
아직 카오스 이론에 대한 연구 자체가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이런 복잡한 현상들을 완벽히 분석할 수는 없다. 하지만 연구가 활발히 진행된다면 교통사고나 도로 공사 등의 이유도 아닌 원인 모를 정체에 도로위에서 신음하는 운전자들에게 조금이나마 유용한 정보를 줄 수 있을 것이다.
카오스 이론 연구로 불규칙 현상들 분석 기대이 외에도 카오스 현상에 대한 연구는 증권시장의 시세변화나 난류의 움직임, 뇌파와 심장의 박동 등에서 더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교통현상 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많은 불규칙적인 현상들이 카오스와 관련돼있기 때문이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들이 독립적으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온갖 환경에 영향을 받는 복잡한 일들이기에 카오스이론은 현상이해에 가장 획기적인 이론이 될 것이다. 물리 교과서나 지구과학 교과서에 나오는 것처럼 여러 운동을 비롯해 기상현상이나 유체의 움직임들이 식 하나로 간단히 계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일어나는 모습들은 작은 입자의 특성 하나하나에도 영향을 받는 복합적인 모습을 띠고 있다. 계속해서 진행될 카오스 이론에 대한 연구와 양자 컴퓨터와 같은 비약적인 연산 시스템 등의 발달로 골치 아픈 교통 정체를 비롯한 복잡한 현상들을 설명할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해 본다.
- 조재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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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0-08-0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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