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됐다. 장마전선이 소강상태에 접어들면서 무더위가 시작된 것이다. 지난 28일은 서울의 최고기온이 29.5℃ 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우리가 느끼는 온도, 즉 체감온도는 30℃에 그치지 않는다.
밖에 나가면 온몸이 익어버릴 듯한 뜨거운 열기를 느낄 수 있다. 주위를 둘러보면 더운 여름을 더 덥게 만드는 주범들을 찾을 수 있다. 도로위에 가득한 자동차들의 엔진룸 온도는 100℃이상이다. 요즘 모든 건물마다 몇 개씩 붙어있는 에어컨 실외기에서는 에어컨의 냉매가 응축되기 때문에 액화열을 방출하면서 더운 바람을 연신 뿜어내고 있다.
그 중에서도 지표면의 온도를 높이는 가장 큰 원인은 바로 대부분의 땅을 덮고 있는 아스팔트 도로이다.
요즘엔 자동차가 못가는 곳이 없을 정도로 도로가 많이 깔려 있다. 그리고 그것들은 거의 대부분이 아스팔트 포장으로 덮여 있다. 여름철 한낮의 아스팔트 온도는 약 50℃를 넘어서면서 체감온도를 높이고 있다.
아스팔트는 원유의 찌꺼기?
아스팔트는 현재 인류의 가장 큰 에너지원이 되고 있는 원유에서 나온다. 원유를 채취하면 가열로에서 증류를 시켜 여러 연료들을 얻게 되는데, 이는 각각의 물질들의 끓는 점 차이를 이용한 것이다.
가장 낮은 온도인 -42~1℃에서는 LPG가스를 증류하여 분리한다. 그 다음 점점 높은 온도에서 휘발유, 등유, 경유 등을 분리하고 나면, 마지막 300℃ 이상의 온도에서 아스팔트를 얻을 수 있다. 즉, 아스팔트는 원유의 찌꺼기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우리가 보는 도로가 모두 아스팔트인 것은 아니다. 사실 도로포장에 들어가는 아스팔트는 그 양이 상대적으로 적다. 모래나 돌가루 등에 약 5~6%의 아스팔트를 혼합해서 사용하는 것이다.
아스팔트 그 자체는 도로 포장용으로 사용하기에 견고하지 못하며 인체에 해로운 타르 같은 물질들이 들어있기도 하다. 하지만 액체 상태에서 점성이 커서 모래나 돌가루들을 쉽게 뭉치게 하며 도로를 부드럽게 만들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소량을 섞어서 사용한다. 물론 석유의 마지막 남은 부분을 사용하는 것이므로 재활용의 효과도 있다.
아스팔트를 사용하지 않은 도로들은 노면이 매우 거칠기 때문에 타이어와의 마찰력이 커져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게 된다. 또한 울퉁불퉁한 곳을 지나가다 보면 몸의 균형감각에 이상이 생겨 멀미를 일으키기도 한다. 이런 점들을 감안한다면, 아스팔트를 사용하는 것이 여러모로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지표면 온도상승의 주범, 아스팔트
위와 같은 이유로 아스팔트는 어느새 지표의 토양보다 훨씬 쉽게 볼 수 있는 땅이 돼버렸다. 도로를 비롯해 주거지역 대부분이 아스팔트로 덮여 있으며, 고속도로의 확장으로 깊은 산 속에도 아스팔트가 펼쳐져 있다.
아스팔트는 그 색깔이 어두워 빛의 반사율이 매우 낮기 때문에 열을 쉽게 흡수한다. 또한 하루에도 셀 수 없이 많은 차들이 지나다니기 때문에 타이어와 아스팔트 도로 사이의 마찰열도 매우 높다. 이 마찰열 또한 아스팔트를 뜨겁게 하는 이유가 된다.
흙으로 덮여있는 땅의 경우엔 아스팔트에 비해 반사율이 높을 뿐더러, 흙 입자들 사이사이에 공간이 많아 받아들인 열도 통풍이 잘 되어 쉽게 빠져나갈 수 있다.
반면 아스팔트 도로는 도로 포장재를 이루는 다른 성분들과 아스팔트가 단단히 결합해 있어 받아들인 열을 밖으로 쉽게 방출하지 못한다. 이렇게 열받은 아스팔트 도로는 한낮에도 땅위를 뜨겁게 달구며 그 효과는 밤까지 이어진다. 낮 동안 충분한 열을 받은 아스팔트가 해가 진후에도 계속 복사열을 방출하는 것이다. 낮처럼 확연히 느껴질 만큼은 아니지만 아스팔트가 뿜어내는 열기는 열대야를 만드는데 크게 한 몫을 한다.
싼 것이 비지떡, 아스팔트의 문제점
아스팔트는 이 외에도 많은 문제점이 있다. 타르, 중금속 같은 유해물질이 포함돼 인체에 해로울 뿐만 아니라, 아스팔트가 덮고 있는 토양 안에도 침투해 자연을 오염시키기도 한다. 도로 포장재로서의 견고한 구조때문에 배수능력이 떨어져 토양에 물이 들어가는 것 또한 막고 있다. 실제 아스팔트는 도로 포장재 뿐만이 아니라 방수용 재료로 쓰일 정도이다.
한여름처럼 온도가 높을 때는 일부 아스팔트가 열 때문에 변형돼 악취를 내기도 한다. 도로 포장을 할 때 표면 온도가 160℃에 달하며 악취와 함께 다이옥신, 질소 산화물, 황산화물 같은 유해가스가 다량 배출된다. 또한 이산화탄소와 같은 지구온난화를 가져오는 온실가스도 배출 된다. 평소에도 온도가 높아지면 악취와 함께 유해물질들이 조금씩 배출 될 수 있다.
변화하는 아스팔트
이런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요즘엔 친환경적인 아스팔트가 나오고 있다. 저탄소 중온 아스팔트포장은 아스팔트가 만들어지는 온도를 160℃정도에서 110℃정도로 낮추면서 에너지소비를 줄이고 배출되는 유해가스 또한 줄일 수 있게 됐다.
아스팔트의 뜨거운 열기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도 있다. 아스팔트 포장재를 만드는데 밝은 재료들의 비율을 높여 반사율을 높이는 방법이다. 반사율이 높아지면 흡수하는 열도 적어진다. 또한 아스팔트에 작은 구멍들을 뚫어 놓음으로써 배수를 잘 되게 하고 토양이 숨을 쉴 수 있게 도와주기도 한다. 이 구멍들을 통해 열이 쉽게 배출되기 때문에 일반 아스팔트 포장에 비해 방출하는 열이 줄어든다.
물론 이런 아스팔트 포장재에는 비용이 보다 많이 소모되며, 이미 포장되어 있는 도로를 다시 포장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하지만 우리 주변의 자연환경이나 생태계, 그리고 뜨거운 열로 인한 도심지역의 열섬효과를 줄이기 위해선 감수해야 할 부분이다.
- 조재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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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0-06-3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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