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미래의 과학기술을 선보일 때 빼놓지 않고 등장한 것이 레이저 광선이다. 레이저는 언제나 최신기술의 대표격으로 소개되었고, 현란한 색채로 아이들의 마음을 빼앗았다. 공상과학(SF) 장르를 확실히 각인시켜 준 영화 스타워즈(Star Wars)에서도 제다이 루크 스카이워커(Luke Skywalker)와 우주선장 한 솔로(Han Solo)가 레이저 무기를 사용했다.
‘레이저(Laser)’라는 과학기술의 총아가 탄생한 지 50주년을 맞았다. 미국의 CNN, 프랑스의 피가로(LeFigaro) 등 각국 외신들은 레이저 광선이 지금 우리의 생활 어느 곳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소개하며 기념일을 축하했다.
루비 막대 이용해 강력한 붉은 빛 만들어
1960년 5월 16일, 미국 캘리포니아의 휴즈 연구소(Hughes Research Laboratory) 소속 과학자 시어도어 메이먼(Theodore Maiman)은 산화 알루미늄으로 만든 루비 막대를 광원으로 사용해 강렬한 빛을 만들어냈다. 재료를 이루는 원자에 동일한 특성의 빛 파장을 충돌시켜 강력한 복사선을 방출하도록 유도한 것이다. 이 빛은 단일한 파장을 지녔기 때문에 파괴력 또한 엄청나다. 일반 빛처럼 사방으로 퍼지지 않고 한 곳으로 초점을 모을 수 있어서, 레이저가 닿는 범위를 좁히면 좁힐수록 표면온도가 수십만 도까지 올라간다. 무시무시한 파괴력을 지닌 새로운 종류의 빛이 탄생한 것이다.
이것을 ‘유도 방출복사에 의한 빛의 증폭(Light Amplification by Stimulated Emission of Radiation)’이라 부르는데, 그 약자가 바로 레이저(LASER)다. 루비를 이용하면 붉은색 빛이, 이산화탄소에서는 무색의 적외선이, 아르곤을 매질로 하면 푸른 빛이 발생한다.
레이저에 대한 기본개념은 아인슈타인이 1917년에 이미 유도 복사에 관한 이론을 통해 제안한 바 있다. 이후 1951년 차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찰스 타운스(Charles H. Townes)가 아인슈타인의 이론에 마이크로파를 접목시켜 메이저(MASER)라는 증폭기를 발명했고, 1957년에는 타운스의 동료였던 고든 굴드(Gordon Gould)가 빛을 이용한 광학 증폭 시스템을 구상해서 레이저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리고 마침내 1960년, 메이먼에 의해 최초의 레이저 광선이 탄생하게 됐다. 이어 1962년에는 반도체 다이오드에 전류를 흘려보내 레이저를 만들어내는 장치가 상용화되었고, 이것이 오늘날 일상적으로 쓰이는 레이저 기기들의 효시다.
이후 레이저는 군사 무기에서부터 의료용 치료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쓰이기 시작했고, 문명사회는 이제 레이저 없이는 유지될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 광통신 = 전화로 통화할 때나 인터넷을 사용할 때도 레이저가 도움을 준다. 광통신은 아주 얇은 유리섬유를 이용해 레이저 빛 신호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어마어마한 양의 데이터를 보통 통신선보다 25배 빠른 속도로 전송할 수 있다.
인터넷 속도의 증가는 지역별, 계층별 정보의 격차를 줄여 정보 민주주의를 꽃피우게 했다. 반면에 대량의 불법 자료를 다운로드 받을 수 있게도 해주었다.
▲ 레이저 수술 = 레이저 수술은 일반 외과수술에 비해 통증이 적고 상처 부위가 작아 여러 분야의 치료와 시술에 사용된다. 예전에는 시력이 나쁘면 두터운 안경이나 콘택트 렌즈를 피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이산화탄소가 만들어내는 적외선 레이저를 이용해 간단히 고칠 수 있다.
레이저는 사마귀나 종양 등의 세포조직을 없애는 데도 쓰이며, 젊은 시절 호기심 때문에 팔뚝에 새겼던 검은색 문신을 지우는 데도 일조한다. ▲ 음악과 영화 =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보는 데도 레이저가 쓰인다. CD와 DVD의 원리는 디스크 내부에 새겨진 데이터를 레이저 광선이 정밀하게 읽어내 재생하는 식이다.
CD나 DVD가 데이터를 읽지 못해 이른바 튀는 현상이 나타난다 해도 레이저의 잘못은 아니다. 디스크 표면에 이물질이 묻었거나 흠집이 나면 레이저 광선이 데이터를 읽어낼 수 없다. 잘못은 보관에 신경 쓰지 못한 주인에게 있다.
▲ 공연과 오락 = 유명 가수들의 공연에서는 레이저의 다채로운 색깔과 움직임이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해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과학관에 지어진 구체의 천문관 내부에는 밤하늘의 별이 그대로 새겨진다. 모두가 레이저의 힘이다.
군부대에서는 총에 레이저 발사장치를, 전투복에 감응장치를 부착하고 훈련을 진행한다. 실제 총탄을 쓰지 않고도 명중 여부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바이벌 게임에 응용되기도 한다.
▲ 생활 = 상품마다 붙어 있는 바코드를 읽어내는 것도 레이저의 역할이다. 가격표를 일일이 확인하지 않아도 그저 계산대에 물건을 올려놓기만 하면 상품명과 가격이 나타난다.
레이저를 이용해 정보를 새기기도 한다. 과일이나 상품에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미세한 홈을 파면 위조나 변조가 쉽지 않아 제품을 믿고 구매할 수 있다.
▲ 학문 = 수백 수천년 전에 사라진 문명을 연구하는 데도 레이저가 쓰인다. 미국 센트럴 플로리다 대학교 연구팀은 남아메리카의 마야 문명 유적지를 조사하는 데 3차원 레이저 측량기술을 이용한다.
연구팀은 정글 숲을 헤치며 25년 동안 모은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의 지형 데이터를 4일만에 수집하는 성과를 얻었다. 대학 강의나 대중 강연에서는 레이저를 이용해 화면의 특정 부위를 가리키며 강조하는 일이 낯설지 않다.
이외에도 레이저는 우리의 생활 곳곳에서 수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살상무기가 아닌 치료와 연구를 위해 사용한다면, 레이저는 앞으로도 무궁무진한 쓰임새를 자랑할 것이다.
- 임동욱 기자
- duim@kofac.or.kr
- 저작권자 2010-05-1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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