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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조행만 기자
2010-03-16

첨단과학에 포위된 바다의 무법자, 해적 물대포, 전기난간, 음향무기 등에 손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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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해적들의 주 활동무대가 동남아에서 아프리카로 확대된 가운데 해적이 바다를 어지럽히는 공공의 적으로 다시금 국제사회의 이슈로 떠올랐다. 

지난 12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국가 해적피해 방지대책 국제세미나’에서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2009년의 해적사건은 지난 2008년 대비 39% 증가, 406건이 발생했다”며 “우리 함정의 소말리아의 해적퇴치 활동 이후 지난해 4월부터 우리 선박의 피해는 사라졌으나 해적사건이 계속 증가하고, 그 행위도 더욱 흉포해져, 더욱 공고한 국가적 해적피해 방지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앞으로 우리나라는 정부를 중심으로 국가 해적피해 방지대책을 더욱 개선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해적에 대한 해운업계의 문제인식 증진 및 해적대응 역량 강화 등으로 정부차원의 해적피해 방지대책을 세우고, UN, 국제해사기구(IMO), 아시아해적퇴치협정(ReCAAP) 등과 긴밀한 공조체제를 유지한다는 것이 골자.

그러나 전 세계 각국의 오랜 방지 노력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해적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먹이를 노리는 포식자처럼 바다 곳곳에 덫을 놓고, 지나가는 배들을 노리고 있다.

바다의 무법자 해적들, 그들의 수법은 무엇이며, 막을 방법은 과연 없는 것일까?

▲ 소말리아에서 암약하는 해적떼를 미 해군이 검거하고 있다.

은밀하게 다가오는 밤바다의 습격자

1999년 10월 22일 저녁 8시 10분. 파나마 선적 대형화물선 ‘아론드라 레인보’호는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항을 출발, 목적지인 일본 후쿠오카(福岡)항을 향해 순항 중이었다. 이 선박에는 ‘이케노 이사오(池野功, 67)’ 선장과 일본인 기관장, 필리핀 선원 15명 등 모두 17명의 사람과 70억 원 상당의 알루미늄괴 화물이 실려 있었다.

배는 정해진 하역시간에 맞추기 위해 말래카해협의 좁은 뱃길을 빠른 속력으로 빠져나가고 있었다. 오후 10시 쯤 조타실 전방 창문을 통해 별빛에 부딪혀 반짝이는 파도를 유유히 바라보던 이케노 선장은 당직 근무자들에게 업무 지시를 내리고, 선장실로 돌아갔다. 바다는 매우 고요하고, 평화로워 보이기까지 했다.

그러나 조금 후에 그 평화는 여지없이 깨지고, 그들은 모두 악몽과 같은 현실에 맞닥뜨리게 된다. 아론드라 레인보호 뒤에는 은밀하게 다가오는 일단의 무리들이 있었다.

오후 11시 30분이 막 넘어 대부분의 선원들이 잠자리에 든 시각. 갑자기 총과 칼로 무장한 괴한들이 느닷없이 조타실에 들이닥쳤다. 동남아 언어를 혼용해 쓰는 괴한들은 선장과 선원들을 모두 깨워, 선원식당에 가두고, 별다른 질문도 없이 마치 훈련받은 병사들처럼 일사불란하게 배를 장악했다.

해적 떼는 밤바다의 어둠을 노려서 대형화물선보다 훨씬 빠른 쾌속선을 타고, 신속하게 접근, 배의 난간에 갈고리를 걸고, 하나 둘씩 기어 올라왔던 것이다. 노련한 이케노 선장도 그들의 접근을 전혀 눈치 채지 못했고, 바다 한가운데서 중무장한 그들의 위협에 선원들이 대처할 방법은 전무했다.

해적 떼는 선장과 선원들을 다른 배로 갈아타게 한 다음에 눈을 가린 채, 어디론가 데리고 다니다 일주일후에 구명보트에 태운 후, 풀어줬다. 이케노선장과 선원 17명은 표류 11일 만에 태국 어선에 구조돼 푸켓항에 귀환, 고국에 돌아갈 수 있었다.

아론드라 레인보호는 국제 장물아비 손에 넘어가 ‘메가 라마’호란 이름으로 바뀐 채 팔렸으나 한 달여가 지난 11월 14일 밤 10시쯤 인도 남서부 코친 앞바다에서 인도 해안경비대 순시선 ‘타라바이’호가 이를 발견, 납포에 성공했다.

경비의 사각지대로 파고드는 해적들

▲ 소말리아 해적 소탕에 나선 청해부대의 위용.
아론드라 레인보호 사건은 동남아 근해에서 빈번히 일어나는 해적 피습사건의 대표적인 사례. 이케노 선장과 17명의 선원들은 매우 운이 좋은 편에 속했다.

1998년 12월 대만 해역에서 피습된 ‘청손’호 선원 23명은 해적 떼에 의해 전원 바다에 수장됐고, 이중 7명이 남중국해에서 어선 그물에 걸려 올라온 끔찍한 사건도 있었다. 살해된 선원들의 몸에는 총탄자국이 선명했으며, 나중에 발견된 나머지 선원들의 사체에는 외상이 없는 것으로 밝혀져 산채로 수장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해사기구(IMO)에 따르면 91년~98년 사이 전 세계적으로 선원 173명이 해적에 의해 살해됐으며, 인질로 잡힌 선원도 1,238명에 이르고 있다.

이를 위해 각국은 해적 떼가 기승을 부리는 동남아의 말래카해협, 남지나해, 아프리카의 소말리아, 나이지리아 연안 등의 주요 수송로에 자국 경비함을 파견, 국제 공조를 강화하는 한편, 홈페이지를 만들어 위험지역의 운항 자제를 촉구하는 경보를 내리고, 해적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해적들은 보안이 취약한 야간에 빠른 쾌속선을 타고, 배에 바싹 접근해 난간을 타고 기어오르기 때문에 여간해선 막기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에는 육지 가까운 곳에서 지나가는 선박을 노리던 수법에서 소말리아 해적들의 경우, 모선을 거점으로 1,000 마일 밖 해상에서도 지나가는 배를 노리는 등 수법도 더욱 대담해지는 추세다.

여기에다 최근의 해적들은 이리듐 위성전화기까지 사용, 해군 경비함을 피하기도 하고, AK 47 자동소총과 RPG 7 등의 중화기로 무장, 선원들이 대항할 수 없는 위력을 갖추고 있다.
전문가들도 “해적에 대항하기 위해 총기로 선원들이 무장해선 안 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군인이 아닌 선원들이 전문적인 그들을 당해내기 어렵고, 만약에 흉포한 해적들을 완전히 제압하지 못할 경우, 그들을 자극하게 되고, 배에서의 참변은 불을 보듯 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

따라서 해적들의 피해를 입는 주요 국가들은 선원 보호를 위해 총기 이외의 방법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 해적 퇴치에 활용되고 있는 강력한 음파를 내는 음향무기.

총을 대신하는 첨단 해적퇴치 무기 개발

2001년 11월 16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디애고에 위치한 아메리칸 테크놀로지(American Technology)사의 '노리스(Norris)' 회장은 “좁은 고에너지 음향 빔을 만드는 장치를 개발, 특허를 냈다”고 밝혔다.

9.11 테러 이후 개발된 이 초음파 무기는 길이 1m, 직경 40cm의 튜브 내부에 압전소자 원판들을 연결, 각각의 원판이 하나의 작은 스피커처럼 동작하는 원리. 전기신호가 튜브 끝의 첫 번째 원판에 전해지면 튜브가 팽창하고, 압력파(음파)를 낸다. 지속적으로 음파는 각각의 원판에서 증폭되고, 순식간에 음파의 세기는 140dB을 넘어서는데 이는 생명을 잃을 수 있는 음파 세기.

지난해 11월 소말리아 해역에서 해적에 피습당한 호화 유람선 시본 스피리트호는 300m 밖에서도 청각에 영구 손상을 줄 수 있는 ‘장거리 음향무기(LARD)를 사용, RPG 7으로 중무장한 해적을 막아낸 일도 있었다.

지난해 2월 미국 ‘제로폴루션모터스(ZPM)’사의 관계자는 “나노튜브 보강 탄소섬유를 재질로 만든 무인해상보트 ‘파라냐(The Piranha)’를 현재 개발중”이라고 밝혔다. 이 보트는 24시간 선박을 따라다니며 보호할 수 없는 해적 방어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무인조종되며,해적 탐색 및 구조, 잠수, 항구 순찰 등과 같은 다양한 임무에 적합하도록 설계됐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최근에는 선박에 대한 인공위성 위치추적 시스템(SHIPLOC)이 개발돼 화제를 모았다. 해적이 발견하기 어려운 소형 전파발신 장치를 선박 내의 은밀한 곳에 장착, 나포된 후에 선박에서 발신되는 전파를 프랑스의 아르고스 위성이 포착, 해군 경비정들에 송신해 해적을 추적하는 이 장치는 아직 너무 비싼 것이 단점.

반면에 우리나라 기업 ‘아이디폰’ 사가 개발한 휴대용 영상장비 ‘카이샷(KAISHOT)’의 경우, 해적 퇴치에 필수인 링스 헬기가 수십㎞ 떨어진 지역에서 작전영상을 실시간으로 청해함대에 전송, 소말리아 해적 퇴치작전에 큰 기여를 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난간을 기어오를 수밖에 없는 해적들의 약점을 이용하는 첨단 장비들이 개발되고 있다. 강력한 물대포, 야간에는 손을 잡으면 일정 시간 동안 강력한 전압이 걸리는 전기난간 등이 바로 그것들이다. 
조행만 기자
chohang2@empal.com
저작권자 2010-03-1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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