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30일 바베이도스에서 열린 ‘제9차 유네스코세계기록유산 국제자문위원회의’에서 동의보감이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신청된 55개 과제 중 21건이 탈락되는 엄격한 심사에서 동의보감이 심사위원의 만장일치로 등재가 결정된 것이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7건의 세계기록유산을 보유해 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세계기록유산을 보유한 국가에 올라섰다.
세계기록유산은 무엇보다 세계사적으로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 등재기준은 ▲한 국가를 초월해 세계사와 세계문화에 중요한 영향을 준 자료 ▲역사적 중요시기를 이해하는데 중요하거나 그 시기를 특별한 방법으로 반영하는 자료 ▲세계사 또는 세계문화발전에 기여한 지역에 대한 정보를 지닌 자료 ▲세계사 또는 세계문화에 기여한 인물에 관련된 자료 ▲세계사 또는 세계문화의 주요사항을 기록한 자료 ▲뛰어난 미적양식을 보여주는 자료 ▲뛰어난 사회적 문화적 또는 정신적 가치를 가지는 지료 등을 충족해야 한다.
동아시아의 중요한 유산이란 심사평동의보감의 경우, 세계의학사에 대한 기여도가 상당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심사위원들은 “동의보감은 내용이 독특하고 귀중하며 오늘날에도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동아시아의 중요한 유산”, “역사적으로 동의보감의 적용은 한국 사회에 국한된 것으로 보일 수 있으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현대 서양의학이 발견되기 전까지 동아시아인 수 백만명의 건강에 기여했다”는 등의 심사평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2년에 한 번 선정하는 세계기록유산은 한 국가에서 한 번에 두 건까지 신청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또 국가 단위에서 신청을 하는 것이기에 국내 심사를 거쳐 유네스코에 신청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홀수 해에 문화재청에 심사를 통해 후보를 선정하고 짝수 해에 유네스코에 신청한다. 유네스코는 짝수 해에 신청서를 접수해 홀 수해에 심사를 진행, 결과를 발표한다.
동의보감은 지난 2005년 복지부에서 자체적으로 추진했다가 국내 심사에 한 번 고배를 마셨다. 의학서적에 대한 특징을 살리지 못했고 당시 후보로 선정된 팔만대장경과 조선왕조의궤 등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준비가 부족했다.
지난 2006년 정식으로 관련 사업을 추진할 ‘동의보감 기념사업단’이 출범했고 한국한의학연구원이 운영을 맡았다.
이듬해인 2007년 10월 문화재청 심사는 올해부터 한 건만 올리자는 결정에 따라 문턱이 더 높아졌지만 사업단의 완벽한 준비 덕에 최종 후보로 선정됐다.
유네스코 신청을 위해 사업단은 등재 논리를 중점적으로 연구, 개발했다. 의학서적이 등재된 경우가 굉장히 드물었기 때문에 전문의서임을 특징으로 내세웠고 현재에도 여전히 활용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동의보감에 내포된 사상이 단순히 치료가 목적이 아니라 예방의학을 표방한다는 점에서 시대를 앞서고 있으며 세계사적인 의미가 크다는 것도 장점으로 기술했다.
세계사적 가치 높은 전문의서 논리개발 주효
아울러 사업단은 보충자료로 4분 45초 분량의 영문 동영상을 제작, 제출해 눈길을 끌었고 동의보감을 주제로 한 국제 심포지엄도 개최하는 등 서양인에게 다소 낯선 동의보감의 우수성을 알리는데 주력해 왔다.
‘한의학 세계화’를 모토로 설립된 사업단의 주요 역점 사업 중의 하나인 동의보감의 세계기록유산 등재가 성공됨에 따라 사업단은 브랜드가치가 높아진 동의보감의 모멘텀을 마련하는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우선 25권 25책의 방대한 분량의 동의보감을 오는 2013년까지 ‘21세기 글로벌 동의보감’으로 영역(英譯), 동의보감 영문 개설서를 발간할 계획이다. 올해는 침구와 탕액편에 대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 2013년 한의학 국제 엑스포도 역점 사업으로 준비하고 있다. 올해는 기본 구상과 계획 수립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며, 내년에는 타당성 조사와 세부 계획에 돌입하게 된다.
영문 동의보감 및 허준의학상 제정 등 후속작업 추진아울러 ‘허준의학전서’에 대한 연구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모두 6종의 책을 영인했고, 올해도 3인종이 더 영인될 예정이다. 동의보감 외의 책들은 국역이 안 돼 있어 각각의 책에 대한 학술적 연구가 올해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이밖에 동의임상전서 제작과 허준의학상 제정도 추진하고 있다.
동의보감 이후 연구성과를 집약 정리해 교육은 물론 실제 진료의 지침이 될 기준서로 활용할 예정인 동의임상전서는 전통의학의 맹점인 과학화, 표준화를 보완해 동의보감을 중심으로 근거 중심의학을 구축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 허준의학상은 한의사협회와의 협력을 통해 한의계의 뜻을 모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한의학연구원 김승언 연구원은 “동의보감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통해 한의학의 인지도를 높이면 세계전통의학시장에서 우선권을 갖고 한방화장품이나 한방식품 등의 수출도 가능해 질 것”이라며 “앞으로 동의보감을 국가 전체의 사업으로 인지시켜 세계적으로 사업으로 만들어 세계기록유산 성공의 모범적인 사례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 이준기 객원기자
- bongchu@empal.com
- 저작권자 2010-02-0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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