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공동기획] 우리는 지구에 살고 있는 총 생물 중량의 6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당연 지구의 주인이라고도 할 수 있겠죠. 우리가 누구인지 한번 알아맞혀 보세요. 혹시 사람 아니냐구요? 글쎄요. 인간은 자신들이 지구를 지배하고 있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우리의 정체를 알면 아마 그런 대답은 나오지 않을 겁니다.
지구의 산소는 미생물 덕분
우리는 바로 미생물입니다. 맞습니다. 사람의 눈으로 볼 수 있는 가시한계를 넘어선 0.1mm 이하 크기의 미세한 생물이 바로 우리들이죠. 그런데 그처럼 작고 보잘것없는 생물이 어떻게 지구의 주인 행세를 할 수 있냐구요? 자, 그럼 우리를 따라 35억년 전의 지구로 거슬러 가보죠.
35억년 전 지구의 대기는 화산 활동으로 유황과 이산화탄소 등의 유독가스만 가득 했습니다. 아무런 생명체도 살지 않던 그때, 바다 속에서 최초의 생물이 나타났습니다. 바로 우리들의 조상인 혐기성 박테리아가 그들이죠. 혐기성 박테리아는 무산소 호흡을 하며 바다 속에 녹아 있는 황화수소를 먹으며 살았습니다.
이들이 번성하면서 부산물로 만들어낸 산소 때문에 산소가 있어야 살아갈 수 있는 호기성 생물체들이 탄생하게 된 거죠. 그러므로 현재의 지구가 있게 된 것은 바로 우리 미생물들의 덕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제 왜 우리가 지구의 주인인지 알 수 있겠죠. 뭐라구요? 그건 까마득한 옛날 일이니 지금의 지구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구요? 이번에는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가장 극한 환경 속으로 찾아가 봅니다.
태평양이나 대서양처럼 깊은 바다 속의 열수구는 해저 화산 활동에 의해 광물이 녹은 고온의 물이 바다 밑바닥으로부터 솟아오르는 곳입니다. 마치 그 모양이 뜨거운 연기를 뿜어내는 굴뚝처럼 보이는데, 햇볕이 닿지 않아 그 주변은 낮에도 칠흑 같은 어둠에 휩싸여 있죠.
또 높은 수압과 생물체에 해로운 광물질, 그리고 400℃나 되는 중심부의 열기로 생명체가 살기 어려운 곳이죠. 하지만 실제 열수구 주변에는 수많은 종류의 미생물과 이들을 먹이로 하는 고무관 모양의 무척추동물을 비롯해 독특한 종류의 갑각류와 조개류 등이 모여 살고 있습니다.
400℃의 열수구 중심에 사는 고세균
그럼 우리가 견딜 수 있는 고온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요? 열수구를 연구하는 일본의 한 연구팀에 의하면 400℃에 가까운 열수구 중심에서도 많은 종류의 고세균(고대 지구와 비슷한 환경에서 자란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 사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하지만 지상에서는 이 같은 극한 환경을 만들어줄 수 없으므로 이런 고세균의 배양은 아직까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거죠.
그럼 뜨거운 마그마가 뿜어나오는 심해의 열수구와 정반대인 남극의 빙산으로 가볼까요. 사방이 온통 얼음뿐인 그곳에서도 다양한 종류의 우리 친구들을 볼 수 있답니다. 남극 빙산 속에서 발견된 어느 박테리아는 가정용 냉장고 속의 온도인 4℃에서 가장 활발하게 성장하며, 12℃가 넘으면 더워서 생장을 멈추어 버립니다.
뿐만 아니라 지표면의 2.8km 아래에서도 우리 친구들이 발견됐으며, 양잿물보다 독한 철광 산업폐기물로 오염된 호수와 강한 산성 또는 강한 알칼리성 환경에서도 꿋꿋이 살아가는 친구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처럼 높은 압력과 큰 온도 차이, 높은 농도의 독성화합물에 잘 적응하는 우리 친구들을 활용하면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먼저 폐수의 독성물질을 영양분으로 먹고 사는 미생물을 이용하면 오염 폐수를 정화시킬 수 있고, 기름을 영양분으로 하는 박테리아로 유조선 침몰사고로 유출된 바다의 기름을 제거할 수 있습니다. 또 동일한 부피의 식물체에 비해 20배나 많은 산소를 발생시키는 사이아노 박테리아를 활용하면 대기오염을 정화시킬 수도 있겠죠.
부패 박테리아는 저장 온도에 민감
먼저 신선육의 부패에 관여하는 박테리아는 저장 온도에 대해 매우 민감하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박테리아는 생존 온도에 따라 저온성, 중온성 및 고온성 박테리아로 분류되는데, 신선육은 무엇보다 빠른 시간 내에 냉장고에 넣는 것이 좋습니다. 도축과정에서 육류에 오염된 박테리아는 대부분 가축의 장내에서 자라는 중온성 세균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냉장고에 보관한다 해도 저온성 박테리아까지 피할 수 없으므로 장기간 보관할 시에는 냉동 보관이 필수인 거죠. 결국 신선육을 냉장고에 보관하면 주로 저온성 박테리아가 성장하여 부패시키고, 냉장고 밖에서는 중온성 박테리아가 부패의 원인임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저온성 박테리아가 서식할 수 있는 냉장고 안은 정기적으로 중성 세제를 이용하여 잘 닦아내야 합니다.
한편, 냉동의 경우에도 우리는 활동을 정지할 뿐 죽는 것은 아닙니다. 때문에 냉동했던 식품은 해동 직후 바로 요리해 먹는 것이 미생물의 증식을 방지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자랑 같지만 이 세상에서 우리 미생물이 못하는 일이란 없습니다. 우리를 알면 알수록 인간의 생활이 더욱 풍요로워질 수 있는 거죠. 이제야 우리 미생물에 의해 인간들이 지구 속의 작은 생활공간을 할애 받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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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규 객원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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