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기원전 1500년 경에 사망한 여성의 미이라 가면입니다. 즉, 이것은 3,500년 전의 것입니다."(삿제후티의 미이라 가면)
세계에서 매년 600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찾는 대영박물관에서 멀티미디어 기기를 이용해 이처럼 유명 전시품의 한국어 해설을 들을 수 있게 됐다.
대한항공은 1일 오전 8시30분(현지 시각) 런던 대영박물관 인라이튼먼트 갤러리에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닐 맥그리거 대영박물관장, 한승수 전 총리, 유의상 주영 한국대사관 공사, 원용기 주영 한국문화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어 작품 안내 서비스의 시작을 알리는 기념식과 시연행사를 열었다.
이로써 지난해 2월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을 시작으로 6월 러시아 에르미타주박물관에 이어 대영박물관까지 세계 3대 박물관에서 대한항공 측의 지원으로 한국어 작품 해설이 이뤄지게 됐다.
해설은 주요 전시 작품 220개에 대해 이뤄지며 해설 원문은 박물관 학술팀이, 음성 녹음은 성우 7명이 각각 맡았다.
조양호 회장은 인사말에서 "인류가 문화와 예술을 매개로 함께 즐기고 감동을 공유함으로써 소통과 교류를 더욱 촉진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 전세계에 걸쳐 문화 예술 후원 활동을 꾸준히 펼치고 있다"며 "국민들도 세계 3대 박물관의 작품을 한국어로 감상하며 한국인의 자부심을 느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인이 많이 방문하는 다른 유명 박물관이나 미술관도 후원을 요청하면 적극 검토해 한국 관광객들이 세계 문화 예술을 한국어로 쉽고 깊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대영박물관에서는 그동안 구형 오디오 안내 기기를 이용해 영어, 스페인어, 일본어 등 3개 언어로만 안내 서비스가 이뤄졌으나 이날부터 한국어뿐만 아니라, 프랑스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러시아어, 중국어, 아랍어, 청각 장애인을 위한 수화 등 8개 언어가 추가됐다.
1753년 설립된 대영박물관에는 이집트 파라오 석상, 파르테논 신전 조각상, 로제타석, 투탕카멘과 같은 세계적인 문화유산이 소장돼 있으며 지난 1997년 한국관도 문을 열었다.
맥그리거 박물관장은 한국관 확장 계획을 묻는 질문에 "향후 몇 년 간 전시품을 향상시킬 계획"이라며 "또 한국 문화 축제나 강연, 음악공연 등 박물관에서 할 수 있는 이벤트를 늘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관은 전시공간이 한정돼 있고 방문객이 많이 찾고 전시품의 질도 우수하기 때문에 물리적인 공간 확대 보다는 문화 프로그램을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가족들과 함께 대영박물관을 찾은 김준성 씨는 "다른 나라에 가면 문화를 이해하고 체험하기가 상당히 힘들었는데 여기 와보니 한국어 해설을 들을 수 있는 멀티미디어 기기가 갖춰져 있어 상당히 도움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 (런던=연합뉴스 제공) 이성한 특파원
- ofcourse@yna.co.kr
- 저작권자 2009-12-02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