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국내 연구진이 지난 20년간 과학계와 산업계에 이론으로만 제시돼 왔던 전자의 스핀을 이용한 '스핀(spin)트랜지스터 소자'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 한홍택) 나노과학연구본부 스핀트로닉스연구단 장준연, 구현철 박사팀은 17일 이같은 스핀트랜지스터 소자 신기술 연구결과를 과학기술계의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사이언스지 18일자에 발표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번 신기술을 미국, 유럽, 일본 등 세계 각국에 관련 특허를 출원 중이라고 전했다.
이번 스핀트랜지스터 기술 개발로 우리나라는 규소 기반 반도체에 이어 차세대 반도체 산업에서도 한국 반도체 산업의 신화를 이어갈 수 있는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KIST는 지난 2002년부터 10년간 장기연구사업인 '비전21 사업'의 지원으로 전담연구단을 구성해 스핀트랜지스터 기술을 개발해왔다.
이후 7년 동안 노력 끝에 개발한 스핀트랜지스터 소자 기술은 반도체에 전자의 스핀을 주입해 스핀의 방향에 따라 전기저항을 변화시킬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이다.
이 기술은 그동안 반도체가 전자의 전하만을 이용할 수 있었던 데 비해 전하와 동시에 스핀을 새롭게 이용해 전자소자를 구동한다.
따라서 전극 재료인 강자성 금속도체에서 반도체로 전자의 스핀을 높은 효율로 주입하는 것과 반도체에 주입된 스핀의 방향을 제어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스핀트랜지스터가 상용화할 경우 기존 반도체의 한계를 극복한 비휘발성의 초고속, 초저전력 전자소자 개발이 가능해진다.
특히 기능 전환형 논리소자와 같은 새로운 전자소자를 만들어내 컴퓨터 부팅 과정 없이 바로 실행하고 메모리와 컴퓨터 중앙처리장치를 한 칩에 모두 담는 등 정보산업 전반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지난 1990년 미국에서 스핀소자의 개념에 대한 이론적 보고가 발표된 후 선진국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에서 많은 연구가 진행돼 왔다. 전기적 동작이 가능한 스핀소자를 실제로 구현한 것은 이번 KIST 연구진이 처음이다.
KIST 스핀트로닉스연구단은 금속과 반도체 간의 큰 전도도 차이로 자성금속에서 반도체로 스핀 주입이 불가능하다는 학계의 정설을 뒤집고, 정밀한 반도체 박막성장기술(MBE)을 통해 자성금속과 반도체의 계면을 효과적으로 제어함으로써 차세대 반도체 산업을 이끌어갈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향후 집중적인 연구를 통해 스핀전자소자가 차세대 반도체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 (서울=연합뉴스 제공) 김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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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09-09-1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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