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약 3500년경부터 존재했던 도시는 농업시대를 거쳐서, 산업혁명에 의한 공업화가 발생하자, 인구가 늘어나면서 팽창하기 시작했다. 도시는 많은 인구를 수용하기 위해 새로운 기능들을 하나 둘씩 채워가면서 비약적 발전을 거듭해갔다.
하지만 인구의 증가, 물질문명의 발달로 도시는 점차 회색빛으로 변해갔다. 생태적 환경을 무시한 발전의 이면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대량 소비가 만들어낸 엄청난 쓰레기, 자동차가 쏟아내는 매연, 인구 증가로 인한 각종 소음공해 등은 도시의 매력을 감소시키고, 미래의 생존을 위협하는 원인이 됐다.
오늘날 기후변화가 지구의 생존을 위협하는 위기로 등장하면서 녹색 패러다임이 그 대안으로 자리 잡은 가운데 도시 역시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세계미래포럼과 유엔미래포럼이 21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 2층 국제회의실에서 공동 주최한 ‘미래녹색경영 국제회의(Green Management Forum)’에 연사로 참석한 석학 가운데 미국의 에코시티 빌더스 대표 ‘리처드 레지스터(Richard Register)’ 박사는 그런 도시문제를 연구하는 전문가다.
그는 각종 공해로 몸살을 앓고 있는 기존의 도시에 녹색 옷을 입혀 새로운 친환경 기능도시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데 그가 꿈꾸는 도시가 바로 ‘에코시티(Ecocity : 생태도시)’. 그는 ‘에코시티’란 어휘를 최초로 사용한 장본인이다.
그는 에코시티와 관련해 그동안 수많은 저서를 출간했으며, 녹색성장· 대체에너지를 이용한 신도시개발 이론가이자, 에코시티 디자인, 기획, 정책개발, 에코시티개발 사업을 진행하는 최고의 전문가다.
매연과 교통사고 사망자가 없다
“그는 미국의 오클랜드, 산호세, 버클리, 팰러엘토, 리치몬드 및 인접한 수십 개의 소도시를 포함하는 샌프란시스코만 유역의 거대도시를 서로 분리된 작은 도시들이 한 줄로 연결돼 있는 목걸이로 묘사했다. 그 도시들은 자체만의 특별한 경제, 상품, 특성을 지닌 분리된 개체지만 초고속 대중교통을 통해 서로 연결된 연속체이기 때문이다.”
냇물과 작은 강물이 원래의 지하공동구에 옮겨와 거주 지역 사이에 재배치되고, 그 물이 도시를 가로질러 공원과 과수원, 정원과 놀이터, 그리고 보도와 자전거 도로 사이사이로 흐르는 광경이 미래의 생태도시 에코시티의 모습.
레지스터 박사는 과거의 단순한 상자형 건물들은 앞으로 혹독한 바람을 막아주고, 따뜻한 햇볕을 받아들일 수 있는 설계 특성을 가진 건물들로 바뀔 것이라고 전망, 에코시티의 건물들이 지금의 기능과 많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가장 큰 규모의 건물들은 아파트, 콘도, 작업장이 한데 섞인 혼합용 건물이며, 사람들이 사는 주거 공간이 되기도 한다. 영화관이나 사진 작업실, 창고 등과 같이 자연관이 필요치 않은 장소들은 주로 아래층에 배치되고, 상업 활동은 태양 빛을 많이 받는 위층에서 이뤄지게 만들어 전망이 굉장히 뛰어나다.”
레지스터 박사에 따르면 미래의 에코시티에 사는 사람들은 지금과 달리 먼 거리의 직장을 다닐 필요가 없어진다.
“에코시티의 중심가에 위치한 큰 규모의 빌딩들은 과거의 건물과는 달리 지역 거주자의 직장이 된다. 한때 수천 억 달러에 이르는 자동차들을 타고, 수십억 달러가 든 고속도로를 통해 번화가로 쏟아져 들어왔던 수십만 명의 사람들은 이제 가까운 곳에 위치한 집에서부터 자전거를 타거나 걸어서 조용하게 출퇴근한다.”
아주 소수의 사람들만이 버스와 기차를 타고 출근하고, 비상 배달과 건설/관리용 차량을 위한 주차장 외에는 중심가에서 주차장은 찾아볼 수 없다는 것.
“큰 빌딩에 만들어진 여러 층의 태양열 온실과 옥상 정원은 자체 생산한 식량과 꽃을 갖고, 민간 및 자치단체 농가들과 경쟁을 벌인다. 태양열 채집기와 풍력 발전기가 태양 빛을 받아 반짝거리며, 거리는 기계 소음과 소란 대신에 사람들의 활동으로 웅성댄다.”
에코시티에선 공기오염과 매연도 없고,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도 없다. 많은 빌딩들이 다리로 연결되며, 옥상 카페들도 거리와 수로를 따라 나와 있는 지상 카페만큼이나 활기가 넘쳐흐르고, 아케이드와 차양을 친 거리, 지붕을 씌운 보도 등의 도시 중심가는 날씨에 구애를 받지 않는다.
또 에코시티의 집들은 대부분 뒤뜰에 온실과 채소밭을 갖고 있다. 저밀도 지역에는 거리 대신에 보행로와 자전거 도로가 들어서고, 과일과 너트 생산업자들은 가로수를 과수나무로 바꿈으로써, 전통 방식의 과수원만큼 소득을 올릴 수 있으며, 이곳에서는 유통경비도 매우 낮다는 것이 레지스터 박사의 설명.
상상 이상의 밝은 미래를 갖고 올 에코시티
에코시티는 몇 가지의 원칙에 의해 기능한다고 레지스터 박사는 말했다.
첫째, 고품질의 소규모 도시. 레지스터 박사는 미국 애리조나 주에 ‘아르코 산티’라는 에코시티를 건설 중인 '파올로 솔레리(Paolo Soleri)'의 아이디어를 인용, 도시 전체가 단일 구조이며, 동일한 양식의 고층 건물들이 아주 조밀하게 연결된 빌딩단지 등으로 묘사했다.
그는 “이런 도시에서 인간사회가 차지하는 땅 면적은 절대적 최저치를 기록할 것”이라며 “백만 인구가 사는 도시들이 단지 몇 백 에이커의 땅밖에 차지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둘째, 근접성에 의한 접근. 이는 생태도시를 건설하기 위한 중요한 원칙으로 도시 구조 안에 접근 가능한 모든 것들을 최대한 많이 설계, 복합적 사용공간으로 만드는 것이 아이디어이다. 이를 위해선 고용관행 등의 정책이 따라야 한다는 것. 즉, 에코시티 건설을 위해선 기술 및 기능적 설계 못지않게 정책적 배려도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셋째, 소규모 재중심화. 에코시티의 관점에서 볼 때, 도시나 소도시, 마을들은 물리적인 면에서 재중심화되고, 공동체 생활과 정치적 참여라는 면에서는 분산화돼야 한다는 것. 지리적, 물리적으론 떨어져 있지만 가장 집중화된 건물들을 유치해 기능의 재중심화를 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레지스터 박사는 “현재 캘리포니아 버클리에 있는 얼번 에콜로지(Urban ecology)가 유일하게 에코시티 개발을 직접적으로 촉진하고 있는 단체지만 많은 개인들에 의해서도 에코시티에 대한 아이디어가 추진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유럽의 녹색 운동가들은 에코시티의 개념을 인식하고,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정치 체제를 제안하고 있다”며 “그것은 곧 실현될 수도 있고, 그렇게 되길 희망하며, 에코시티는 상상 이상의 밝은 미래를 우리에게 가져다 줄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 조행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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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09-08-2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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