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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박미용 기자
2009-08-13

언어보다 정확한 '터치의 힘' 5초 접촉으로 특정 감정 전달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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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남녀가 어쩌다 우연히 어깨를 부딪치는 가벼운 접촉만으로도 불꽃이 튀어 사랑이 시작된다. 영화나 소설 속에서 흔히 등장하는 이야기다.

실제로 이런 일이 얼마나 일어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우리는 접촉이 때론 수많은 말보다 나을 때가 있다는 것을 안다. 두려움에 떨고 있는 아이를 말로 위로하기보다 따스하게 앉아주는 게 훨씬 효과적인 것처럼 말이다.

미국의 한 연구팀은 접촉이 실제로 감정을 전달하는 데 얼마나 효과적인지를 연구를 했다. 그 결과, 서로 보지 않고 서로 말을 주고받지 않은 채 단지 접촉만으로도 슬픔이나 두려움과 같은 특정 감정을 아주 조용하게 전달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접촉으로 감정 전달되는 비율, 50~78%

미 인디애나주 드라우 대학 심리학과 매튜 J. 헤르텐슈타인(Matthew J. Hertenstein) 교수 연구팀은 248명의 학생을 모았다. 그리고선 이 학생들에게 접촉을 통해 다음의 8가지 감정 중 하나를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도록 했다. 화, 두려움, 행복, 슬픔, 혐오, 사랑, 감사, 동정을 말이다.

접촉을 당하는 사람은 눈을 가려 자신을 만지는 사람이 여성인지 남성인지를 알지 못하게 했다. 만지는 사람은 8가지 감정 중 하나를 전달하도록 사전에 지도를 받았다. 그리고 두 사람 모두 말없이 조용히 할 것을 요구했다. 44명의 여성과 31명의 남성이 한 여성의 신체를 만졌고, 25명의 남성과 24명의 여성이 한 남성의 신체를 만졌다.

접촉을 당하는 여성과 남성은 매번 접촉할 때마다 8가지 중 어떤 감정이 느껴졌는지를 말하도록 했다. 이때 8가지 감정 외 다른 걸 골라도 됐다. 실제로 아무 것도 느끼지 못했을 경우에 특정 감정을 골라야 하는 중압감을 없애기 위해서 “어떤 감정도 아니다”는 조항을 넣은 것이다.

한편 만지는 사람은 접촉을 할 수 있는 적절한 신체 부위들에 대한 교육을 사전에 받았다. 그들은 머리, 얼굴, 팔, 손, 어깨, 몸통과 등 중에서 어디를 만질지는 자신들이 알아서 선택하도록 했다.

실험 결과, 접촉을 통해 감정이 제대로 전달되는 비율은 50~78퍼센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놀라운 결과였다. 말이나 표정을 통한 연구와 비교를 통해 기대했던 비율보다 무려 11 퍼센트나 더 높게 나온 것이었다.

여성과 남성, 접촉 언어가 다르다

헤르텐슈타인 교수 연구팀은 여기에서 한 발짝 더 앞으로 나아갔다. 그들은 접촉의 복잡한 언어도 알아내고 싶었다. 즉 흔드는지, 비비는지, 톡톡 치는지, 아니면 꽉 누르는지를 확인했다. 이뿐 아니라 누르는 동안 압력이 얼마나 변하는지, 갑자기 쓰다듬는다든지, 피부를 따라 손가락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어느 부위를 만지는지, 그리고 얼마 동안이나 만지는지를 기록했다.

이를 통해 여성과 남성이 감정을 전달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음이 드러났다. 남성은 좀처럼 상대방의 얼굴을 만지려고 하지 않는다. 단지 여성에 대해 화를 내거나 혐오감을 드러내거나 남성에 대해 동정을 표할 때만 얼굴을 만지는 일이 있었다.

반면 여성의 경우에는 얼굴을 잘 만졌다. 상대방이 여성이건 남성이건 화, 슬픔, 혐오를 표현할 때 종종 그랬다. 그리고 남성에게 화를 내거나 행복을 표현할 때도 얼굴을 만졌다.

연구팀의 이 연구에 대해 미 마이애미 대학의 촉각연구소 티파니 필드 소장은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는 “이 정보는 매우 흥미로울 뿐 아니라 감정과 커뮤니케이션의 과학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대개의 접촉시간은 5초

아직까지 접촉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이 진화적으로 어떻게 발전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이번 연구팀은 다른 영장류도 갖고 있는 사회적인 몸치장 의식(social grooming ritual)과 기원이 같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연구팀은 자신들의 데이터가 미국의 젊은이들의 경우에 한정되어 있다는 점을 각인시키면서 문화적인 차이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헤르텐슈타인 교수는 미국의 일간지 뉴욕타임즈에 이렇게 얘기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터치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대부분의 접촉은 단지 5초 정도 걸렸다. 그러나 이 짧은 순간에도 우리는 감정을 분명하게 전달할 수 있다. 마치 얼굴로 하듯이 말이다. 접촉은 우리가 이전까지 알지 못했던 복잡한 메시지 체계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이모션(Emotion) 저널 8월호에 게재되었고, 뉴욕타임즈에 소개됐다.

박미용 기자
pmiyong@gmail.com
저작권자 2009-08-1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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