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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박미용 기자
2009-07-13

영장류도 '소식'하면 오래 산다 사이언스지 발표, 수명이 10~20% 늘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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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가 속해 있는 설치류 동물과 빵을 부풀리는 효모, 회충이 속한 선형동물에겐 공통점이 있다. 그건 바로 적게 먹으면 오래 산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이 그룹에 인간이 속해 있는 영장류 중 하나인 붉은원숭이가 추가되었다. 20년도 넘게 기다려온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말이다.

20년 넘게 기다려야 했던 이유

과학자들이 소식을 하면 수명이 늘어난다는 걸 발견한 지는 꽤 오래 되었다. 1935년 쥐를 대상으로 최초로 밝혀졌다. 그리고 지난 10여 년 동안 과학자들은 효모균과 선형동물에 대한 유전자 연구를 통해 소식과 수명연장의 연관 이유가 특정 유전자에 있음을 밝혀냈다.

과학자들은 그 특정 유전자가 환경적인 스트레스로부터 개체를 보호하게 하는 시스템을 높여주어 음식이 부족한 열악한 환경에서도 개체가 살아남을 수 있게끔 진화하도록 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소식의 결과로 얼마나 수명을 연장할 수 있는 걸까? 건강에 필수적인 영양요소들을 모두 포함하는 대신 칼로리만 30퍼센트 줄인다. 그리고 성장이 끝났을 때쯤부터 이런 소식을 시작한다. 그럴 경우 쥐는 수명이 최소 20퍼센트에서 최대 80퍼센트까지 늘어났다.

그렇다면 사람도 그럴까? 만약 그렇다면 그 어떤 것보다도 소식만으로도 인간의 수명연장의 꿈은 실현될 수 있다. 이 점을 알아보고자 지금으로부터 20년도 넘은 과거에 미국에서 인간처럼 영장류에 속하는 붉은원숭이를 대상으로 두 그룹에서 연구가 시작됐다. 붉은원숭이의 평균수명은 27년이고 최대수명은 40년이다. 그러므로 실험결과를 얻으려면 상당한 인내심이 필요했다. 이에 반해 쥐의 수명은 고작 수년 정도다.

그 두 연구팀 중 한 팀인 미 위스콘신 대학의 리차드 웨인드루후 교수 연구팀이 사이언스지 최신호에 결과를 발표했다(Science, Vol. 325. pp. 201 - 204). 그동안의 실험진행 결과로 볼 때 붉은원숭이의 수명이 10~20퍼센트 정도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었다. 붉은원숭이가 그렇다면 우리 인간도 소식으로 더 오래 살 수 있다.

당뇨, 암, 심장질환 적게 걸린다

위스콘신 대학 연구팀은 애초에 76마리의 붉은원숭이를 대상으로 실험을 시작했다. 이 원숭이들이 어른이 되는 7~14살부터 실험에 돌입했다. 원숭이의 절반은 그들이 원하는 대로 먹을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나머지 반은 30퍼센트 줄어들 칼로리를 섭취하도록 했다. 이때 연구팀은 소식을 하는 붉은원숭이들에게 비타민과 무기질 보충제를 주었다. 영양실조로 인한 요인을 철저하게 배제하기 위해서 말이다.

이 실험이 시작되고 20년쯤 지나자 과학자들은 이 두 원숭이 집단 간에 건강상에서 확연한 차이가 있음을 확인했다. 식이조절을 한 원숭이 집단에서는 당뇨병, 암, 심장과 뇌 질환이 확실히 적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 결과가 칼로리 제한이 영장류에서 노화를 느리게 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현재 실험대상인 붉은원숭이들은 인생의 후반기인 20대 중반이거나 후반이다. 두 집단 간에 아직 살아남은 개체수는 얼마나 차이가 날까. 노화로 인한 사망만을 따졌을 때 보통 집단에서는 37퍼센트, 칼로리 제한 집단에서는 13퍼센트가 늙어죽었다.

예를 들어 심혈관 질환이나 암으로 사망한 경우만 따졌다는 것이다. 이 결과와 그동안의 쥐의 실험을 통한 비교를 통해 소식이 붉은원숭이의 수명을 10~20퍼센트 정도 늘려준다고 연구팀은 해석했다.

그렇다면 사람들도 지금 당장 섭취하는 칼로리를 30퍼센트 줄이면 될까. 아쉽게도 사람의 경우, 보통보다 칼로리를 30퍼센트 적게 섭취하고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한다. 그래서 생물학자들은 적게 먹는 고통을 겪지 않고도 칼로리 제한의 효과를 모방할 수 있는 약물을 찾는 중이다.

그런 약물 가운데 하나가 레스베라트롤(resveratrol)이다. 레스베라트롤은 레드와인이나 포도 속에 함유되어 있는데, 그 양이 너무 적어 어떤 효과를 보긴 어렵다.

아직은 그래도 불명확한 상태

한편 이번에 발표된 위스콘신 대학의 연구결과에 대해 아직 과학계에서는 논란이 많다. 결과가 결정적이지 않다는 거다. 텍사스 대학의 노화연구가인 스티븐 오스태드 교수는 “아직 결과가 상당히 불명확한 시점이다”라면서 “왜 그들이 발표하는 걸 좀더 기다리지 않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번 연구에서 노화에 의한 사망을 제외한 것에 대한 비판도 있다. 미 MIT의 노화 연구가인 레오나드 쿼렌테 교수는 “쥐 연구에서 사망한 쥐의 숫자를 셀 때 사망원인이 노화였는지 아닌지를 따지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위스콘신 대학의 연구결과는 아직 확정적인 게 아니다고 평했다.

그렇다면 이런 논란이 종식되려면 위스콘신 대학 연구팀 외 또다른 연구팀의 실험결과가 중요하지 않을까? 현재 붉은원숭이를 대상으로 노화를 연구하는 또다른 연구는 미 노화국립연구소(National Institute on Aging)에서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이곳에서의 실험의 진행정도는 위스콘신 대학보다 느리다. 

이곳의 연구에서도 성과는 있었다. 칼로리를 제한한 그룹의 경우 면역체계가 더 좋다는 결과를 얻은 것이다. 비록 20년 넘게 기다려온 연구의 결과가 아직까지는 불명확한 것만 보여주어서 실망스럽긴 하지만, 그래도 소식을 하면 건강에 좋다는 건 이의가 없는 듯하다.

박미용 기자
pmiyong@gmail.com
저작권자 2009-07-1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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