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과학과 예술 분야가 중요한 도구로 상상력과 창의성을 사용해왔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두 세계는 영원히 만날 수 없는 평행선처럼 달리며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해왔다.
과학의 창의성, 예술의 창의성 이 둘은 과연 같은 것일까?, 아니면 다른 것일까?
7일(화) 서강대 가브리엘관 109호에서 열린 ‘과학문화연구센터/과학문화아카데미 공동 심포지엄’에서 전북대 정광수 교수는 ‘과학과 예술의 공약 가능성과 한계’란 주제를 통해 과학 및 예술의 창의성의 차이점과 유사점을 비교하는 주제발표를 했다.
정 교수는 “과학은 자연에 관해 성과 있는 이해를 위해 관찰과 실험, 설명 및 예측에 필요한 법칙을 얻는 방법으로 가설을 사용하고 있다”며 “가설이 만들어지는 과정의 초기 단계에 상상력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과학자는 과학적 발명을 하는 초기 단계에 가설부터 세운다. 그 가설을 토대로 새로운 예측을 하고 그것이 학자들의 의심을 충분히 해소시킬 만큼 만족스러운 설명을 제공한다면 그 가설은 학설로 받아들여지고 이런 과정을 통해 과학은 발전해왔다.그 초기과정인 가설을 세울 때, 상상력과 창의성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이 정 교수의 주장.
일례로, 정 교수는 화학자 케쿨러의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케쿨러는 오랫동안 벤젠 분자식을 연구했으나 성과를 보지 못했다. 그러던 중 1865년 어느 겨울, 난롯가에 앉아 졸며 불꽃을 바라보던 케쿨러는 서로 꼬리를 물고 춤추는 모습의 불꽃을 연상하게 되면서 육각형 고리 모양의 벤젠 분자식의 가설을 세우게 됐다는 것.
정 교수는 “상상력은 외부의 자극 없이 의식 내부에서 일어나는 직관, 즉 통찰이며 감정까지 관여하기 때문에 이성에 의한 사고 작용과 구별된다”며 “가설의 발명에 비춰볼 때, 상상력과 창의성은 과학의 진보에 매우 필수적이고 중요했다”고 말했다.
예술 분야 역시 창의성은 중요한 도구라고 정 교수는 주장했다. 정 교수는 “직관 즉 통찰은 내적 감정으로부터 유발되는 상상적이고 비개념적인 인식으로서 예술가의 직관과 통찰, 즉 상상력은 이미지를 통해 그 자신의 아름다움을 표현한다”며 “예술가들은 상상을 통해 만들어낸 이미지를 보다 더 잘 표현하기 위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과학과 예술이 직관과 통찰 즉 상상력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공약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과학행위는 감정이 관여하는 직관과 통찰 즉 상상력과 창의성을 필수적인 요소들로 갖고 있고, 예술 행위도 직관과 통찰로 이뤄진 상상력을 통한 인식과 창조성을 필수적인 요소들로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과학과 예술, 같지만 다른 세계
그렇다면 과학자와 예술가의 상상력과 창의성의 원천은 모두 같은 것일까? 정 교수는 “과학과 예술이 상상력과 창의성에 비춰 공약가능하다고 할지라도 그 한계는 분명히 있다”고 지적했다.
첫째, 과학의 상상력과 예술가의 상상력은 양적인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는 것. 예술가의 상상의 폭이 더 넓고 보다 더 자유롭게 그 나래를 펼 수 있다는 주장.
둘째, 과학자의 상상을 통해 창의적으로 발명된 가설은 경험적 의미를 지녀야 한다는 것. 가설이 의의가 있으려면 그 가설로부터 “시험조건 C가 갖추어지면 결과 E가 일어날 것이다”란 형식의 시험명제를 끌어내는 일이 가능해야 하지만 예술은 그렇지 않다는 주장.
아울러 정 교수는 반프라센의 말을 인용해 “예술 작품은 같은 대상일지라도 여러 해석에 의해 여러 다른 작품이 만들어질 수 있고 과학 역시 같은 세계라도 뉴턴과 아인슈타인의 서로 다른 관점에서 다른 이론이 제기됐다”며 “예술과 과학의 결과물들의 이런 특징이 바로 ‘개방성’이다”라고 말했다.
또 “예술과 과학의 결과물들이 갖는 해석들 중에 현저하게 두드러진 해석들이 긴장과 충돌을 지닐 때, 이를 ‘애매성’이라고 부른다”며 “개방성은 새로운 현상에 대한 반응가능성의 길을 열고 애매성이 함의하고 있는 긴장은 과학의 창의적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정 교수는 “과학과 예술의 표상물 둘 다 공통적으로 갖는 개방성과 애매성들이 예술과 과학의 공약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는 창의성 진작에 직접 연결되는 것은 사실이다”며 “그러나 과학과 예술은 여러 점에서 분명히 차이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과학과 예술의 유사성을 너무 지나치게 주장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조행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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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09-07-0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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