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 이래 비슷한 기초구조로 개발돼온 하드디스크드라이브 등 현재의 정보저장방법이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나노와이어에 정보를 담는 RM(레이스트랙 메모리, Racetrack memory)이 상용화돼 새로운 정보저장기법이 될 전망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산호세에 위치한 IBM 알매던 연구소 실험물리학자 스튜어트 파킨(Stuart S. P. Parkin, 사진) 박사는 오는 6월자 <사이언티픽어메리칸(Scientific American)>에 ‘Racetrack Memory: The Future 3rd Dimension of Data Storage’라는 기고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파킨 박사는 기고에서 “컴퓨터 데이터 저장을 위한 획기적으로 새로운 디자인은 RM으로, 이는 나노 크기의 경주로를 따라 자기력 비트를 옮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킨 박사는 최근 <피지컬 리뷰 레터(Physical Review Letter)>를 통해 레이스트랙 정보기업 방법을 세상에 내놓은 데 이어, 이번 <사이언티픽어메리칸>을 통해 그 상용화 방안을 제안했다.
RM은 비휘발성 메모리—컴퓨터 전원을 껐을 때도 데이터가 유지되는 기억매체—로 기존의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가 가진 장애나 현재의 비휘발성 메모리 칩이 가진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
RM은 물리학의 스핀 전이를 사용해 자성의 방향을 바꿔 그 방향에 따라 0과 1을 구분해 정보를 저장한다. 레이스트랙에 전류가 흐르면 각각의 정보를 담은 자성의 방향이 나노와이어를 따라 흐르면서 정보를 읽고 쓰게 된다는 것이다.
빠르게 정보를 주고받아
정보가 빠른 클럭의 전류를 따라 흐르면 정보를 읽는 헤더가 이를 판별하는 방식으로 마치 자기테이프에서 정보를 읽는 모습과 유사하다. 전류의 흐름을 사용하기 때문에 기존의 어떤 저장매체보다도 빠르게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그가 연구 중인 스핀밸브 센서는 최초의 스핀트로닉스 나노디바이스이며, 이는 RM의 작동원리를 이해하는 데 핵심요소다. 스핀은 전자의 기초적인 퀀텀상태이며 전하를 각각 작은 스핀볼이라고 생각하면 스핀의 방향에 따라 0과 1이 기억된다는 것이다.
전체 자기력장에서 전자의 스핀 축이 평행에 놓여 있으면 0, 역평행에 놓여 있으면 1이 된다. 이를 각 자장에 대해 스핀 업, 스핀 다운이라고 부른다. 스핀밸브는 나노샌드위치로 구성돼 있으며 두 자기력층 사이에 비자성을 띤 철이 경계를 나눈다.
첫 번재 자성 층의 스핀은 특정한 방향으로 전류가 편향되고, 두 번째 층은 각각 지나치는 자성으로부터 나오는 장, 필드를 매칭하기 위해 그것의 자성 앞뒤를 변화시킨다. 이렇게 변화된 정보가 나노와이어에 기억된다는 것이다.
HDD는 디스크가 회전하는 가운데 자성의 방향을 읽어내는 헤드로 정보를 읽고 쓴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정보를 놓치는 경우가 많은 데다 정보를 읽어내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 가끔씩 헤드가 디스크나 프레임에 부딪히거나 디스크가 깨져 소중한 데이터를 잃어버리기도 한다.
HDD는 1950년대 기초구조가 개발된 이후 저장용량과 속도가 급격하게 개선됐다. 그러나 헤드와 디스크가 움직이는 물리적인 구조는 여전하다. 또 정보가 저장되는 위치가 임의로 정해지기 때문에 헤드는 부지런히 정보의 위치를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런 문제 때문에 최근에는 HDD를 대신할 SSD(Solid-state Drive) 등이 출시됐다. 메모리칩을 촘촘하게 박은 기판으로 HDD를 대신한 것이다. SSD는 HDD에 비해 빠른 속도로 데이터를 읽고 쓸 수 있다. 또 CPU 등의 프로세스에 데이터를 옮기는 속도도 빠르다. 그러나 가격이 비싸고 정보저장량이 적은 것이 문제로 지적됐다.
기존 저장매체보다 훨씬 작게 만들 수 있어
플래쉬 메모리의 경우는 다른 메모리와 비교하면 가격은 저렴하지만 정보접근 속도가 느리고 미덥지 못하다. 플래쉬 메모리는 고전압펄스를 가해 각 칩의 셀에 정보를 저장하는 것인데, 1만번 정도 쓰고 나면 수명을 다한다. 파킨 박사는 가격이 싸고, 정보저장이 믿을 만하고, 비휘발성 메모리이며, 고데이터 밀도를 가진 메모리칩이 필요하며 이를 RM이 대신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기고문에서 “RM을 개발하게 되면 컴퓨터는 더욱 작아지고, 적은 전력을 쓰며, 간단해지며, 정보저장에 안심할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RM은 스핀트로닉스 칩의 종류다. 이는 나노 크기의 전선 상에 자성을 띠게 만들어 데이터를 저장한다. 정보는 레이스트랙을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HDD처럼 움직이는 헤드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 또 전자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존 저장매체보다 훨씬 작은 크기로 만들 수 있다.
파킨 박사는 수평 레이스트랙으로 칩을 만들면 현재의 비휘발성 메모리인 플래쉬 메모리와 경쟁해 상업적으로 쉽게 따라잡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레이스트랙은 수직으로도 실리콘 기판에 심을 수 있는데, 이럴 경우 메모리를 2차원 기판의 형태가 아닌 3차원 형태로도 만들 수 있다. 현재의 HDD를 능가하는 고밀도 데이터 저장장치이면서도 다양한 모양으로 저장매체를 만들 수 있다는 예상이다.
파킨 박사의 기고문은 <사이언티픽어메리칸>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 박상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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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09-06-0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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