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라늄 자원의 효율적 이용과 경수로 및 농축기술의 의존성을 탈피하기 위한 방안으로 새로운 고속로 개발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제4세대 원자력시스템의 하나인 소듐냉각고속로(SFR,Sodium Cooled Fast Reactor)에 원자력 선진국들이 관심을 갖고 본격적인 연구개발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SFR은 기존 경수로와는 달리 고속 중성자를 이용해 핵분열을 일으키며 이때 발생하는 열을 액체 소듐으로 전달해 증기를 생산하고 이 증기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고속로를 의미한다.
고속 중성자를 이용해 핵분열을 일으키기 때문에 플루토늄과 마이너 악티나이드 등과 같이 방사성 독성이 강하고 수명이 긴 핵종을 효과적으로 연소시킬 수 있다.
또한 기존 경수로에 비해 소모된 것보다 더 많은 핵연료 물질을 자체 생산하는 것, 즉 증식이 가능하고 사용후핵연료를 재순환함으로써 우라늄 자원 이용률이 기존 경수로에 비해 100배 이상 높은 것이 특징이다.
우라늄 자원 효율적 이용 및 안전성 확보한 SFR
이처럼 소듐냉각고속로는 액체 소듐을 냉각재로 사용하는 고속로로서, 핵분열 반응에 의해 생산된 열에너지를 소듐 냉각재로 전달해 증기를 발생시키고 이 증기로 터빈을 구동해 전기를 생산하게 된다.
소듐냉각고속로의 냉각재로 사용되는 액체 소듐은 열전도도가 매우 좋고 구조제와의 양립성이 우수해 출력밀도를 높일 수 있어 열효율이 좋고 일차계통이 대기압 상태에서 운전되기 때문에 안전성면에서도 유리하다.
따라서 소듐냉각고속로는 에너지 자원 부족국가인 우리나라에겐 미래의 에너지 안보를 책임질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할 수 있다.
소듐냉각고속로는 1950년대 후반 연구개발을 시작한 이래 전 세계적으로 현재까지 약 500억 달러에 달하는 개발비가 투입됐고 1960-70년대에는 우라늄 자원의 효율적 이용과 경수로 및 농축기술의 미국 의존에서 탈피하기 위해 많은 원자력 선진국들이 소듐냉각고속로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원자력 발전량 증가율 둔화와 우라늄 자원의 추가개발로 우라늄 가격이 안정되면서 경수로 대비 경제성이 불리해 상용화를 위한 소듐냉각고속로 기술개발의 필요성이 점차 희미해져 연구개발에 많은 영향을 주게 됐다.
1980-90년대에는 소듐냉각고속로의 경제성 확보를 최우선으로 연구개발이 진행됐으며 체르노빌과 TMI 원전사고 이후에는 고유 안전성을 강조하는 노형 개발에 치중해 왔다.
또 동서냉전 종식으로 인한 핵무기용 플루토늄의 증가 및 원전에서 방출되는 방사성 폐기물의 처분문제가 대두됨에 따라 장수명 방사성 핵종의 소멸처리 및 핵무기용 플루토늄 연소로로서의 활용 가능성에 대한 연구도 추진되기 시작했다.
경제성과 안전성 입증하기 위한 연구로 전환
2000년대 들어서면서 교토 기후변화협약에 따른 청정에너지원 확보와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원 확보 필요성이 대두됨에 따라 사용후핵연료 재활용을 통한 처분 폐기물량의 획기적 감소와 장수명 핵종의 핵변환을 통한 방사성 독성의 감소가 가능한 소듐냉각고속로 기술개발의 중요성이 재인식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원자력 기술 선진국을 중심으로 소듐냉각고속로의 기술현안인 경제성 제고 및 안전성 입증을 위한 연구가 제4세대 원자력시스템(Gen Ⅳ) 국제공동연구를 통해 추진되고 있다.
제4세대 원자로는 2030년경 상용화를 목표로 더욱 안전하고 경제적이며,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하고 핵확산 저항성을 가진 혁신 개념의 원자로를 말하며 제4세대 원자로 중에서 가장 실현성이 높다고 평가되는 것이 소듐냉각고속로이다.
우리나라는 선진국보다 다소 늦은 1972년부터 소규모로 소듐냉각고속로에 대한 기초기술 연구를 수행해 왔다. 1997년부터는 국가 원자력중장기계획사업으로 본격적으로 연구개발에 착수, 2001년까지 소형 소듐냉각고속로인 KALIMER-150 개념설계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KALIMER-150은 국내 최초의 소듐냉각고속로 개념설계이며 해외 참조노형에서 출발한 개념이다. 지난 2002년부터 2006년까지는 중형 소듐냉각고속로인 KALIMER-600 개념설계를 개발, 우리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우리 고유의 독창적 개념의 고속로 개발을 이뤄냈다. 이는 Gen Ⅳ 소듐냉각고속로의 참조노형으로 선정돼 우리의 기술력을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계기가 됐다.
한국형 SFR…KALIMER-600
KALIMER-600은 풀형 소듐냉각고속로로 전기출력이 600MWe인 중형 원자로이다. 블랭킷 제거를 통해 핵무기의 원료가 되는 고순도 플루토늄의 생산을 원천적으로 봉쇄함으로써 핵확산 저항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고유 안전성이 확보되도록 설계됐다.
특히 안전성이 매우 뛰어나고 기존 산화연료와는 달리 금속연료를 사용함으로써 원자로가 높은 부반응도계수를 가지게 돼 사고 시 핵연료 용융에 의한 재임계 가능성이 거의 없는 고유 안전특성을 지니고 있다.
또한 일차계통이 대용량 소듐 풀로 구성돼 있어 사고시 온도상승을 최대한 지연시켜 주고 피동 붕괴열제거회로계통(PDRC)과 같은 신뢰성 높은 피동 안전개념을 토대로 하고 있어 설계기준 사고 발생시 어떠한 능동기기 또는 운전원의 개입 없이도 계통 안전성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미국, 프랑스, 일본 등 소듐냉각고속로 상용화 위한 노력 열중
미국은 사용후핵연료 재순환과 연계해 소듐냉각고속로를 개발하는 선진 핵연료주기(AFCI) 프로그램을 수행 중으로 지난 2006년 국제에너지파트너십(GNEP) 구상으로 확대돼 모든 초우라늄원소를 함께 회수․재순환해 소멸 처리하는 ABR을 2020년 운전 개시하는 것을 목표로 추진 중에 있다.
프랑스는 오는 2040년 상용화를 목표로 2020년까지 Gen Ⅳ 소듐냉각원형로를 자국 내에 건설하겠다고 2006년 천명했다. 2004년부터는 고속로 도입에 맞춰 모든 액티나이드를 회수해 고속로 핵연료로 사용하는 제4세대 재순환 및 사용후핵연료 재처리기술을 확립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일본은 오는 2015년까지 독자적인 고속로 및 관련 핵연료주기를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오는 2050년 상용화를 목표로 2025년까지 소듐냉각고속로 실증로 건설을 추진함과 동시에 핵연료주기기술의 조기개발을 위해 2006년 FaCT 프로젝트를 착수했으며 2007년에는 개발을 주도할 개발회사를 설립, 개발체제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
개발 성공 위해 경제성 및 안전성 답보돼야
소듐냉각고속로는 제4세대 원자력시스템 중에서 개발 성공 가능성이 가장 높은 노형으로 상업적 이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경제성 향상과 안전성 입증이 필요한 실정이다.
소듐냉각고속로는 우라늄 자원의 효율적 이용 측면에서 큰 장점을 지니고 있으나 현재 가동 중인 경수로를 대체할 수 있을 정도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경제성을 향상시켜야 한다.
특히 건설비용을 포함하는 발전단가는 기존 경수로에 비해 대략 10% 가량 비싸기 때문에 이를 경수로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 기존의 설계 개념에서 탈피한 보다 혁신적인 설계개념 개발이 요구된다.
또한 소듐냉각고속로의 상업적 이용을 위한 혁신적인 설계 개념들은 원자력 선진국에서조차 아직 완성 단계에 이르지 못한 기술들이기 때문에 초기에 많은 연구개발 비용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같은 기술이 소듐냉각고속로에 성공적으로 도입된다면 궁극적으로 기존의 경수로에 견줄 수 있거나 오히려 경제성 확보 측면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안전성 입증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소듐냉각고속로는 소듐을 냉각재로 사용하기에 소듐의 높은 화학적 반응성으로 인한 안전성 문제가 상존해 있다.
이러한 안전성 이슈는 경제성과도 직결되는 문제이므로 소듐냉각고속로의 상업적 이용을 위해서는 기존의 설계개념에서 탈피한 안전성 및 경제성 향상을 위한 혁신적인 설계개념 개발이 요구된다.
소듐냉각고속로의 상업성 확보는 지금까지 수행돼 왔던 국내 핵심기반 기술을 토대로 경제성 및 안전성 향상을 위한 보다 창의적인 기술개발을 통해 충분히 가능하고 이를 위해 소듐냉각고속로 분야에 대한 적극적인 연구개발 투자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 이준기 객원기자
- bongchu@empal.com
- 저작권자 2009-05-2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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