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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안동=이강봉 편집위원
2009-01-28

“이렇게 재미있는 과학실험, 첨 봐요” 안동포 마을 3박 4일 ‘과활마당’ 현장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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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왔니껴? 퍼떡 들오소...”는 “어서 오세요. 얼른 들어오세요”라는 안동 사투리다. 투박하고 거친 말투지만, 그 속에 인정이 넘치고, 지나치는 과객에게라도 따뜻한 아랫목에 밥 한 그릇 내놓을 줄 알았던 마을.

그리고 “딸그락 찰칵! 째그락 딸깍!” 안동포 짜는 베틀 소리가 끊이질 않았던 경북 안동시 임하면 금소리 ‘안동포 마을’에 최근 큰 행사가 열렸다. 안동포전시관에서 19일부터 22일까지 진행된 대학생 봉사단의 과학공감활동(이하 과활마당)이 그것.


3박 4일간 인근 지역 유치원생 2명, 초등학생 19명, 중학생 3명 등 24명의 학생들은 그동안 보아왔던 과학공부가 아니라 처음 접해보는 다양한 과학놀이에 흠뻑 빠져들었다. 과학놀이의 즐거움을 만끽한 학생들은 22일 오후 일정이 끝난 후에도 안동포전시관을 떠나지 못하는 분위기.

학생들이 매긴 과활마당 평점 A++

갈주중학교 3학년 임은지 학생은 그동안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7명의 대학생 선생님들에게 다음 여름방학에 꼭 다시 와줄 것을 부탁하고 있었다. 평소에 과학에 관심이 많았던 임은지 학생은 “이렇게 재미있는 과학 프로그램를 처음 보았다”며, 그동안 체험했던 과학의 즐거움이 계속 이어지기를 기대했다.

안동서부초등학교 5학년 이창형 군은 “처음 이곳에 올 때는 프로그램이 이처럼 재미있을 줄 몰랐다”며 “선생님들이 다음 여름방학에 또 오신다면, 많은 친구들과 함께 꼭 참석하겠다”고 약속하면서, 그동안 정들었던 선생님들과의 이별을 아쉬워하고 있었다.

과활마당에 대한 학생들의 평가는 최고 수준이다. 기자가 전체 참여 학생들을 모아놓고 프로그램에 대한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모든 학생이 최고의 과학체험 행사였다고 대답했다. 평점을 매긴다면 A++. 그동안 어린 학생들이 살아 있는 과학 체험 프로그램을 얼마나 기다려왔는지 말해주는 대목이다.

이번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는 안동포전시관 조풍제 씨는 “과활 프로그램이 안동시 영재과학교실보다 더 재미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안동포 마을 학생들이 모처럼 수준급 과학체험활동을 경험하게 됐다”며 “과활마당이 끝나 섭섭하지만, 그런 만큼 다음 프로그램이 더욱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안동포 마을에서 이처럼 과활마당이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창의적인 프로그램 내용에서 비롯된 것이다.

‘사이언스송’이 대표적인 사례. 빛과 그림자, 빛의 굴절 등 과학이론을 노래와 율동에 결합시켰다. 그리고 최고 댄서와 팀을 선정해 시상하는 등의 레크리에이션 방식으로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과학 골든벨’ 역시 학생들이 고대했던 프로그램 중의 하나. TV에서 방영했던 골든벨 프로그램 방식을 각색, 학교 교과 과정에 포함된 과학 지식에 대한 질문과 대답을 유도하면서 참여 학생들로부터 과학에 대한 전폭적인 관심을 이끌어냈다.

학생들을 위한 사전 맞춤식 프로그램 준비

수준급 과학실험 프로그램 역시 주목할 부분이다. 미생물 탐구를 위한 ‘그람 염색’, 연날리기를 이용해 과학의 원리를 이해하는 ‘민속놀이 체험’, 화학실험을 통한 ‘야광팔찌 만들기’, 물질결합 이론을 활용한 ‘고체연료 만들기’, 과학기자재를 활용한 ‘에디슨 전구 만들기’, 천체망원경을 직접 가져다 수행한 ‘천체관측’, 과학원리를 응용한 ‘과학마술쇼’ 등등. 과학실험에 놀이를 결합한 창의적 프로그램들이다.

7명의 대학생봉사단은 그동안의 치밀한 준비 과정을 통해 한 농촌마을에서 도시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만지고, 느끼는’ 과학체험 현장을 만들어냈다. 도시뿐만 아니라 농촌과 어촌, 산촌에 이르기까지 과학교육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말해주고 있다.

전국 과학문화 소외지역을 대상으로 실시되고 있는 ‘과활마당’이 이처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요인은 다른 프로그램과 달리 사전에 치밀한 준비가 있었다는 점이다.

과활마당을 위해 전체 지원자 640명 가운데 최종 선발된 80명의 대학생 참가자들(봉사단 68명, 기자단 12명)은 주최 측에서 마련한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현지 학생들 상황에 맞는 맞춤식 체험 프로그램을 준비해왔다.

한양대학교 황북기 교수팀 등의 지도로 학생들이 즐겁게 소화해낼 수 있는 창의적 프로그램들을 발굴, 고정 프로그램화했는데, 이번 안동포에서 진행된 과활마당을 통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안동포전시관 운영자 조풍제 씨 역시 같은 분석을 하고 있다. “여러 가지 과학체험 활동이 있었지만 이번 프로그램에서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는 이유는 철저한 사전준비가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며 “앞으로 과활마당을 더 발전시켜 나갈 경우 농어촌 지역 과학교육 저변을 확대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봉사단원들, 사명감으로 과활활동 참여

교육과학기술부(장관 안병만)가 주최하고 한국과학창의재단(이사장 정윤)이 주관하는 과활마당은 전국의 학교, 사회복지시설 등을 찾아가 아이들에게 과학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봉사활동이다. 청소년들을 위한 과학교육 저변확대를 위해 마련됐다.

과학문화 소외지역을 대상을 지난 14일부터 17일까지 1차 과활마당이, 그리고 19일부터 22일까지 강릉, 울산, 안산, 제천, 원주, 아산, 부여, 안동, 순천, 전주, 여수 등에서 3박 4일간의 일정으로 2차 과활마당이 진행됐다.

한편 과활마당 봉사단에 참여하고 있는 대학생들은 대부분 이공계 학생들. 안동포 마을에서 과활마당에 참가하고 있는 부산대 화공과 2학년에 재학 중인 전형진 씨는 자신이 한 농촌마을에서 이처럼 뜻 깊은 과학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데 대해 큰 의미를 부여했다.

“한 명의 후배 과학인으로서 가장 뜻 깊은 일을 하고 있는 생각이 든다”며 “앞으로 기회가 주어지는 한 더 훌륭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과학기술 대중화를 위한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안동포 마을 과활마당에는 학생팀장인 전형진 씨 외에 황희만 씨(한양대 산업공학과 3년), 허회준 씨(부산대 재료공학과 2년), 김지현 씨(계명대 광고홍보학과 2년), 안영은 씨(경북대 식품공학과 2년), 김지연 씨(영남대 미생물학과 4년), 강현진 씨(계명대 신문방송학과 1년) 등이 참가했다.
안동=이강봉 편집위원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09-01-2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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