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전반에 있어서 침체된 경기로 인해 많은 미국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반도체 부문 또한 예외가 아닌 상황이다. 그에 속해 있는 직원 및 관련산업 종사자들 모두 경기침체 한파에 고통을 겪고 있다.

우선 업계 대표 기업인 인텔이 지난 13일 4분기 예상 매출액을 $10.1B~ $10.9B에서 $1B 가량 낮추고 이익률도 초기 예상치인 59%보다 4% 가량 낮아질 것이라고 발표하자 바로 주가가 6.7% 감소했다. 인텔의 경우 전체 매출의 80%를 미국 외에서 얻는 것을 고려하면 침체가 전 세계에 확산되어 있다는 뜻이다. 

정리해고 전반적으로 심각한 상황

인텔의 발표는 내셔널 세미컨덕터(National Semiconductor)가 매출 전망을 낮추고 직원수의 5%에 해당하는 330명의 인원을 정리하겠다고 발표한 직후에 나왔다.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스(Applied Materials)의 경우도 4분기 이익이 45% 감소했고 전체 직원의 12%에 해당하는 1천800명을 정리하겠다고 발표했다.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스는 그동안 DRAM 가격 하락으로 장비 수주에 있어서 큰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 회사의 CEO인 마이크 스프린터(Mike Splinter)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 수 개월에 그칠 일이 아니며 시작에 불과하다고 언급했으며 내년 상반기에 감원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실리콘밸리의 기술자들도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실리콘밸리뿐만 아니라 미국 전반적으로 대규모 정리해고 상황은 심각하다.

美 노동부 통계에 의하면 지난 9월에 2천269개사의 고용주가 대규모 정리해고를 시행했는데, 한 달 전에 비해서는 497건이 늘었다(50명 이상 기준). 이는 9·11 테러로 엄청난 정리해고를 겪었던 지난 2001년 9월 이후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아래 표 참조).


원자재 및 유틸리티 가격이 크게 올라 반도체 재료 업체들이 제품 가격을 올리고 있다. JSR Corp은 지난 12일 g라인과 i라인 PFR 시리즈 포토리지스트 가격을 12월 1일자로 6~10% 올린다고 발표했다. 생산성 향상으로 원자재 가격상승분을 상쇄시키려고 노력해왔으나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지난 수개월간 에어리퀴드 사(Air Liquide Industrial)와 AZ Electronic Materials, 다우케미컬 , 롬앤드하스(Rohm and Haas) 등 반도체 제조에 사용되는 화학약품 및 전자재료, 가스 등을 공급하는 회사들이 원자재 가격 및 운송비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제품 가격을 올렸다. 특수 화학제품들의 경우 일반화학 제품들과 달리 어느 정도의 가격 변동이 있더라도 쉽게 공급업체를 바꾸기 어렵기에 반도체 제조업체들의 고민은 가중되고 있다.

다우케미컬은 3분기 매출 13% 상승

다우케미컬의 경우 적절한 가격 인상과 적극적인 지출 조절로 작년 대비 13%나 상승한 3분기 매출 실적을 발표한 바 있다. 다우케미컬과의 합병이 내년 초에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이는 롬앤드하스도 가격인상과 원가절감을 통해 원자재 상승과 에너지 지출 상승에도 불구하고 12%의 매출 상승을 기록하였다.

특히 전자재료 부문은 14% 증가된 매출을 발표했다. 미국 내 특수화학업체 수가 줄어들게 되면 공급선 다변화에 역행하는 일이라 재료를 공급받는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적어져 가격상승을 무마할 방편이 줄어드는 면이 있다.

이런 와중에도 차세대 반도체 공정 개발을 위한 학계 및 업계의 노력은 뜨겁다. 필자가 일하는 Rohm and Haas Electronic Materials에서도 'atomic layer deposition(원자층 증착)'에 들어가는 차세대 precursor 개발을 위해 하버드 대학의 로이 고든(Roy Gordon) 교수의 특허에 대한 라이센스를 사들여 공동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는데, 한국 회사들이나 학교에서의 성과는 이곳에서조차 인정받을 정도로 훌륭하다.

원자층 증착 분야에 국한하여 보면 서울대학교의 황철성 교수팀의 차세대 유전막에 관한 최근 연구 결과가 이곳 업계 및 학계에서도 인지되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전 세계적으로 이런 성과들이 쏟아져 나와서 산업체에서의 좋은 결과로 이어지기를 바라며 이러한 노력과 결과가 전반적인 반도체 경기 개선의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