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철이다. 고3 수험생들은 다음달 치를 수능을 위해 마지막 피치를 올릴 시기다. 미국 12학년(고3)들도 대학 진학을 위해 한창 신경이 예민해 있다. 여기서도 대학가기가 힘든 것은 마찬가지다. 입시 전형 방식이 달라 상대적으로 쉬워 보일 뿐이다. 고등학교 졸업생들은 보통 9~11월 입학을 희망하는 대학에서 요구하는 에세이와 함께 원서를 낸다. 미국은 9월에 새 학기를 시작하니까 우리 식으로 따지면 고등학교 3학년 1학기에 진학을 희망하는 대학을 정해 지원하는 것이다.
조지아주 마리에타시 소재 휠러고등학교(Wheeler High School) 12학년에 재학 중인 마이클(17)도 최근 주말을 이용해 부모와 함께 희망하는 대학투어를 하고 있다. 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싶은 그는 이 분야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MIT나 브라운대에 진학하고 싶지만 장학금을 받을 수 있을 정도의 성적은 아니다.
최근 불경기로 부모의 경제 사정도 여의치 않아 마이클은 고민 끝에 학비가 연간 5만 달러에 달하는 사립대 대신 조지아텍이나 UGA(University of Georgia)로 진로를 바꿨다.
실제 미국에서도 최근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대학진학을 앞둔 학생이나 학부모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가계의 어려움이 커지는 데다 학자금 융자도 갈수록 좁은 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마이클처럼 최근 희망하는 명문 사립대를 포기하고 대신 학비가 상대적으로 싼 주립대로 방향을 돌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학비 저렴한 주립대 뜬다 … 4만 달러까지 차이
12학년 아들을 둔 재미동포 윤모 씨는 “주변에 입시생을 둔 부모들은 한결같이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서울에서 학비를 보조 받아야 하는 유학생들의 걱정은 더욱 크다.
이 같은 고민은 미국 가정도 마찬가지다. 교육사이트인 메릿에이드 닷컴(www.meritaid.com)이 최근 입시생 2천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7%가 등록금 문제로 명문 사립대 지원을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플라이와이즈(www.applywise.com)의 여론조사에서도 입시생을 둔 가정의 50% 이상이 등록금이 저렴한 대학을 지원하겠다고 응답했다.
이런 점에서 조지아주는 매력적이다. 조지아텍의 경우 주내에 거주하고 있는 학생은 해마다 학비와 기숙사비, 교재비 등으로 1만6천340달러 정도를 낸다. 학비가 5~6만 달러에 달하는 사립대와 큰 차이가 난다. 재학기간 동안 학비가 인상되지 않는 것도 장점이다.
게다가 주립대 학생들은 가족이 조지아주에 합법적으로 1년 이상 거주하면 인스테이트(in state) 학비 혜택을 받는다. 또한 가정의 총수입이 매년 3만 달러 이상이며, 조지아주에 1년 동안 세금을 냈다면 학비지원을 받을 수 있다.
미 대학 학비보조 범위 확대 러시이 같은 추세에 따라 명문대학들은 우수학생을 주립대에 빼앗길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우수학생 유치를 위해 현지 대학들은 재정보조 확대 방침을 앞다퉈 발표하고 있다. 하버드 대학이 획기적인 장학금 지원책을 발표한 이후 저소득층을 겨냥한 각 대학들이 우수학생 유치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US뉴스&월드리포트 보도에 따르면 텍사스 A&M과 보스턴, 밴드빌트대학 등은 저소득층 학생들을 위한 재정보조를 대폭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텍사스 A&M대학은 지난 달 2012년도 신입생부터 가구당 연평균 소득 6만 달러 미만의 학생들에게 학비를 면제해주겠다고 밝혔다. 저소득층 학자금 면제대상 학생은 재학 중 성적이 B-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이 대학은 저소득층 면제 대상 확대를 위해 새로운 ‘애기 보증 장학금(Aggie Assurance Scholarships)’을 조성해 30만 달러 상당의 추가 기금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혜택을 받는 학생들이 현재 약 150명에서 2012년부터 5천 명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학자금도 300만 달러 상당이 소요될 것이다.
밴더빌트 대학도 내년부터 현재 시행 중인 모든 저소득층 관련 대출이 재조정된다. 이 안은 현재 4학년의 경우 내년 봄학기 등록금에 적용될 예정이다. 이에 필요한 기금은 1년에 1천500만 달러 상당으로, 학부생의 약 절반 정도가 혜택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보스턴대학은 보스턴 공립학교 졸업생 가운데 학비 전액보조가 필요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장학금을 수여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이들 3개 대학의 저소득층 대상 재정보조 확대 방침에 따라 저소득층 대항 재정보조 범위를 확대한 대학은 모두 55개 대학에 이른다.
- 애틀란타(미국) = 권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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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08-10-2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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