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분야의 정책 결정은 포괄적인 국민 여론 수렴과 이를 통한 신속한 정책 결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득실의 경계선이 확연하게 갈리는 정책결정에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은 쉽지 않은 문제이며 이를 위해선 국민과의 올바른 의사소통 능력이 요구된다.
지난 8일(월) 오후 2시 서울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선 이런 문제를 고민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언론학회와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연구실이 ‘과학기술 관련 국가 정책과 대국민 커뮤니케이션 전략’이란 주제로 공동주최한 심포지엄에는 과학기술인, 언론인, 정부관계자 등이 다수 참가했다.
김학수 서강대 교수(언론대학원장)는 “국가 정책, 어떻게 국민과 소통할 것인가?”란 기조강연을 통해 “최악의 경제난국, 남북관계의 경색 등 여전히 우리는 많은 도전들에 직면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런 국가적 난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국가정책이 더욱 중요한 시대에 국민과의 원활치 못한 의사소통은 문제를 더욱 커지게 만든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정부와 국민과의 의사소통 사례로 과거 노무현 정부의 한미 FTA협상과 지금의 미 쇠고기 수입정책을 들었다.
김 교수는 “2006년 2월에 시작, 2007년 4월에 끝난 한미 FTA협상은 매우 성공한 사례다”며 “일 년 반이라는 긴 협상과정에 농업, 축산 분야 등에서 숱한 반대시위가 발생했지만 선진국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한 한미 FTA협정의 필요성을 역설한 노 대통령의 정책에 국민, 여야, 언론들도 모두 지지했다”고 말했다.
또 “한미 FTA협정이 이뤄지는 오랜 기간동안 노 대통령은 수시로 미국산 쇠고기를 비롯한 농산물을 싼 값에 많이 수입해 국내 농업분야가 일시적 타격을 받지만, 자동차와 전자제품 등을 더 많이 팔 수 있어 국가적으론 이익이라는 점을 역설했다”며 “이 협상이 타결됐을 때,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을 비롯해 노대통령을 비판해왔던 소위 조 · 중 · 동 신문들도 크게 노대통령의 정책을 칭찬했다”고 말했다.
즉, 긴 협상기간이 오히려 국가정책을 놓고 정부가 성공적으로 국민과 소통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미 쇠고기 수입정책에 대해 “그동안 국민들은 이 협상이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끊임없이 거론됐던 한미 FTA협상을 위한 부수조치라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며 “미 쇠고기 수입정책은 곧 광우병 수입정책이란 동일시 현상이 나타나고 광우병이란 말이 정치, 경제, 심지어 과학적 설명도 들이 댈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국민 뇌리에 자리 잡아갈 때, 국민과의 재소통 노력은 매우 필요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정부와 국민과의 소통을 위한 대안으로 “개인이 아닌 공동체 문제에 대한 공감대를 얻기 위한 국민과의 소통 노력이 첫 번째 대안이다”고 말하고 “가장 강력한 소통의 힘은 문제를 알려주는 것이고 그 본질은 타이밍이다”며 정책 결정과정에서 언론에 편승(便乘), 시기적절한 타이밍(timing)의 중요성을 그 대안으로 들었다.
‘원자력 커뮤니케이션의 성찰과 발전 방안’으로 발제한 김찬석 청주대 광보학과 교수는 “고유가의 부담과 환경오염의 대안으로 향후 ‘원자력 르네상스’가 대두될 것이다”며 “원자력 정책은 산업, 경제뿐만 아니라 과학기술, 교육, 환경, 커뮤니케이션 측면과 긴밀하게 연계돼 있어 상보적이고 경우에 따라 갈등적이며 자기 대립적이어서 그 추진의 어려움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또 “어느 한 측면에서 발생하는 혜택이 다른 측면에 부작용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 사회구성원의 원자력 정책에 대한 인식이다”며 “그동안의 원자력 정책은 긍정과 부정의 이중적 메시지 구조, 지나친 계기적 홍보, 홍보 대상의 포괄적 설정 등의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사회구성원을 대상으로 한 원자력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말하고 향후 과제로 폭넓은 대상을 향한 홍보, 쟁점관리 차원의 원자력 정책 설정, 온라인과 대인 커뮤니케이션 강화, 지속적이고 일관성 있는 원자력 커뮤니케이션 전략 추진 등을 들었다.
‘새만금정책 사례 탐색’으로 발제한 이화행 동명대 교수는 “단군 이래 최대의 역사라는 새만금 사업은 착수 시점부터 지금까지 끊임없는 갈등과 논쟁으로 점철돼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지적하고 “이 사태의 가장 큰 원인은 새만금간척이란 국책사업이 정치적 고려에 의해 탄생됐다는 사실이다”고 강조했다.
또 “국민과의 합의 과정이 생략된 일방적인 정책 수립과 집행이 이제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교훈을 준 새만금 사업은 심지어 부처 간의 커뮤니케이션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시작했다”며 “이제라도 정부는 정책수립의 이른 단계부터 국민을 참여시키고 국민과의 합의를 거치는 대국민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정착시켜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 조행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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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08-09-1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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