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박사학위 취득자의 출신 대학(학부)별 집계에서 우리나라 대학들이 근래 들어 `중국세'에 점차 밀려나고 있는 것은 국가 차원의 `글로벌 인재' 확보에 적신호가 켜졌음을 뜻한다.
이는 중국의 소득 증대에 따른 유학생 증가, 나라별 연구 여건의 차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긴 하지만 연구인력에 대한 병역혜택 감소, 대학생들의 이공계 기피 현상 등 국내 요인이 시차를 두고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21일 미국 국립과학재단(NSF)과 과학기술전문인력위원회(CPST) 홈페이지 등에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는 학부 졸업생 집계에서 우리나라 대학들의 순위가 최근 수년간 계속 떨어지는 반면 그 자리를 중국 대학들이 차지하고 있다.
1994년 집계에서 서울대는 638명의 미국 박사를 배출해 미국 이외의 해외 대학 가운데 단연 1위였고 이어 연세대(4위, 203명), 고려대(9위, 130명), 한양대(11위, 112명) 등이 10위권 내외에 들었다.
당시 국립대만대(2위, 571명), 인도 뭄바이대(5위, 191명)가 해외 대학 중 상위권이었고 5위권 내 중국 대학은 베이징(北京)대(3위, 300명)밖에 없었다.
1999년부터 2003년까지 5년간 집계에서도 서울대는 1천657명의 학부 졸업생이 미국 박사학위를 받아 미국 외 대학 중 1위를 차지했고 연세대(6위, 721명)와 고려대(9위, 446명)도 10위권을 유지했다.
이 기간에 2위 베이징대(1천332명), 3위 칭화대(1천234명), 5위 중국과기대(988명) 등 중국세의 급성장이 두드러져 국립대만대(1천190명)를 4위로 밀어냈으나 서울대의 아성만은 깨뜨리지 못했다.
그러나 서울대는 2004년 전 분야 미국 박사학위 취득자 집계에서 칭화(淸華)대에 1위 자리를 내 준 데 이어 2005년과 2006년에는 베이징대에도 추월당해 해외 대학 중 3위로 밀려났다.
또 2004∼2006년에는 미국에서 박사를 받는 서울대 학부 졸업생 수가 10년 전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어 해마다 350∼390명에 그쳤다.
1997∼2006년까지 10년 누계에서는 서울대가 여전히 해외 대학 중 1위이고 미국 대학까지 포함한 전체 순위에서도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에 이어 2위이긴 하지만 최근 수년간 중국 대학들의 급성장에 밀리고 있는 것이다.
1985년∼2005년 미국 대학의 박사 학위 취득자를 국적별로 보면 중국이 4만4천345명으로 압도적으로 많고 한국은 2만4천139명, 대만 2만2천914명, 인도 2만1천623명 등의 순이다.
미국과학진흥협회(AAAS)가 발간하는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 최근호는 "하계(베이징) 올림픽은 다음달에나 개막하지만 중국 대학들은 이미 고등교육기관 간의 중요한 글로벌 경쟁에서 금·은메달을 땄다"며 "앞으로는 10년 누계로 따져도 칭화대와 베이징대가 한국 라이벌(서울대)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오세정 서울대 자연대 학장은 "1980년대 중반 서울대의 경우 연간 입학정원이 6천∼7천명에 달한데다 당시는 대부분이 해외에 나가 공부를 계속하는 분위기였지만 최근에는 입학 정원도 줄어들었고 국내 대학원이 커지면서 국내에서 공부를 하는 경우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는 최근 이공계 기피 현상과도 관계가 있는데 요새는 (박사)학위를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데다 중간에 전공을 바꾸거나 고시를 보는 학생들도 많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학계 일각에서는 연구인력에 대한 병역혜택 등이 줄어들고 이공계 기피 현상이 심화되면서 10여년의 시차를 두고 인력 양성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수도권 모 사립대에 재직중인 컴퓨터공학 전공 교수는 "1994년 미국 박사학위 취득자는 대부분 이공계 연구인력에 대한 각종 병역 혜택이 있었을 때 유학을 갔던 이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연구를 계속하면서 박사학위를 따려면 기회비용까지 합쳐서 수억원의 비용이 드는데 처우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요즘 젊은 학생들이 그런 길을 가지 않으려는 것은 개인 차원에서 보면 지극히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말했다.
- (서울=연합뉴스 제공) 장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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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08-07-2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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