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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공하린 객원기자
2008-03-25

주식, 꽃밭, 그리고 환경 김순기, 주식+꽃밭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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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거품 문화’라는 말이 나올 정도, 우리 사회는 급속도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고 그 영향 또한 문제시 되고 있다. 주식시장은 빨간색 불빛을 자랑하거나 파란색 불빛을 비추어 사람들의 마음을 조바심 나게 하는 곳이자 거품 문화의 동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거울과 같은 곳이기도 하다. 거품문화, 주식시장, 그리고 오늘날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는 환경오염이라는 서로 다른 세계가 만난다면, 그 모습은 어떻게 그려질까. 

옛 사람들이 오랜 시간 고민하고 훈련 받은 후에 하나의 결과물을 이끌어내는 삶을 살았다면 오늘날의 우리들은 누군가에게 자랑이라도 하는 듯 충분한 생각과 준비를 거치지 않고 아주 짧은 시간 내에 커다란 성과물을 만들어 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일상생활에서 물질과 영상이 과다하게 노출된 경우로 주변 환경을 장식하기 위해 만들어진 광고물이나 건축물 등이 있다. 또한 부유한 사람들이 자신의 경제적 규모를 극대화하기 위해 쓸모없고 희귀한 것을 사서 가격을 올리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활동들은 마치 스포츠 경기처럼 모든 것이 너무나 빨리 그리고 동시에 이루어지는 가속도가 붙은 상황이고 가치에 비하여 높은 가격이 매겨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활동이기도 하다. 그러한 경향을 잘 보여주는 금융과 미술 시장이 소위 ‘거품 문화’라고 불리는 새로운 문화를 잘 보여주는 대표적 분야이기도 하다.


프랑스에서 설치 작가이자 비디어 아티스트로 유명한 김순기는 주식 시장 시리즈 이전에 비디어 아트를 이용한 공공미술을 국내에 소개하면서 알려졌다. 김순기는 존 케이지 소개로 1979년 백남준을 만나면서 그들과 공동 작업을 하고 그것을 전시하면서 점차 비디오를 주 매체로 다루게 되었다. 이후 김순기는 비디오 아트가 지녔던 초기의 전위적 정신을 투영하는 작품을 선보여 제2의 백남준으로 떠올랐고, ‘백남준씨 안녕’이라는 비디오 작업을 선보여 백남준이 ‘가장 좋아하는 젊은 비디오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그의 작품은 국외에서 알려져 있을 뿐 국내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이후 1997년 천안에 있는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 공공미술 작품인 ‘Station 0 Time'이 이례적으로 소개되었다.

Station 0 Time은 비디오 벽과 시계탑으로 구성된 멀티미디어 설치 작품이다. 건물 안에 설치되어 있는 9개의 멀티프로젝션 모니터로 구성된 비디오 벽에 여러 가지 소스와 기호들이 전달된다. 즉 비디오와 3차원 컴퓨터 그래픽 신호를 담은 LD 플레이어들과 한국, 일본, 중국 등의 신호를 받은 TV 채널과 인터넷, 그리고 건물 내의 정보를 받을 수 있는 리셉션 디스크 기능들을 지니고 있다. 여러 신호를 전달하는 이러한 표출방식은 매일매일의 습도와 온도 등 기상 조건을 전달하고, 세계 시간을 서로 조합시켜 자연의 우연적 법칙과 우주의 기상 상태에 따라 자유자재로 프로그램이 짜여지게 되어 있다. 또한 건물 밖 연못 한가운데에 설치되어 있는 시계탑은 온도에 따라서 시계탑 위에 물이 흐르거나, 시계탑 밑만 물이 잠기거나 한다. 더욱이 시계탑에 매시간(9시-19시) 약 1분간 종을 치는 프로그램이 각기 다르게 짜여져 있다.


과학기술을 이용한 공공미술품을 국내에 선보인 김순기는 금융시장과 물질문화의 상징인 주식 시장을 이용한 새로운 작품들을 선보였다. 김순기는 “21세기 현대 사회의 삶을 지휘하는 가장 중요한 세 가지 조건으로 세계의 금융시장과 물질사회, 우주 기상 조건, 신기술의 발전과 디지털적 미래사회”라고 하며 “이들은 필연적 삼각관계를 갖고 현대의 삶을 지휘하며 예술도 이들과 함께 펼쳐지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생각에서 읽을 수 있는 것처럼, 김순기는 “주식과 디지털이 우주를 이끌고 있습니다. 또 자연은 우연과 패러독스를 항상 함께 갖고 있지요. 금융조건도 우연과 패러독스를 갖고 있습니다. 이 지점이 서로 만나는 것이지요. 서로 만나는 것을 붙여주는 것이 나의 역할입니다”며 자신이 현재는 물론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해 말했다. 이러한 다짐들이 금융 시장의 가치들이 어떻게 변동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주식 시장의 모습에 그 시기의 사회적 문제점을 연결하여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만드는 작업으로 이어졌다.

이번 ‘주식+꽃밭’이라는 그의 개인전에 경제가 지배하는 현대사회, 한국사회, 거품경제, 나아가 거품문화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담은 작품들이 전시되었다. 1997년부터 선보였던 작품인 ‘주식거래(Stock Exchange) 시리즈’는 세계의 대표적인 주가 지수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그래프와 작가가 촬영한 일상의 장면들, 예를 들어 소나무 등의 모습이 서로 어우러져 완성되는 설치작품이다. 사운드와 함께 벽에 설치된 이미지들은 1시간에 한 번씩 들어오는 닛케이, 다우존스, 유로50, 코스닥 주가지수의 변동에 따라 함께 변화 한다. 금융 시장의 가치들이 변동함에 따라서, 비디오 이미지들도 함께 변하고 그에 따라 이미지에 대한 가치(value)가 부여된다. 여기에서 가치를 부여 한다 혹은 갖는다는 것은 성공할 수 있다는 의미나 성공이나 승리 등을 차지할 수 있는 육체적 및 정신적 힘을 소유하고 있다는 뜻이다.


세계의 중요한 문제들이 금융사건과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김순기는 “주식거래를 설치할 때마다 당시 세계의 사회적 및 경제적 상황을 주목하고 시사점 내지 문제점을 반영”하려고 노력했다. 외환위기가 일어났을 때 세계 환율 조사표의 변동 리듬 박자를 비디오로 편집한 작품을, 광우병 문제가 터졌을 때 황소를 찍은 사진을 편집한 주식거래 시리즈가 전시되었다. 이러한 생각의 연장선에서 환경오염이 갖고 있는 심각성을 반영한 작품들이 이번 전시에 소개되었다. 그러한 생각들은 첨단기술을 사용한 영상작품뿐만 아니라 일명 ‘바보 사진 시리즈’라고 불리는 아날로그 작품, 혹은 영상으로 만든 날아다니는 벌과 작게 만든 실제 꽃밭에 비춘 ‘벌과 꽃밭’이라는 작품으로 선보였다.

언제나 분초를 다투는 주식 시장은 사람들에게 꽃밭과 같이 생생함과 즐거움만을 주는 곳은 아니다. 또한 주식의 오르내림은 얼핏 사회의 변화를 반영하는 것 같지만 과학 기술의 산물로서 인간의 삶을 지배하는 요소이기도 한다. 그렇다면 주식과 꽃밭이 만난 세상은 우리들에게 무엇을 던져줄까. 주식변동이 어떻게 우리의 삶을 좌지우지하고 있으며, 주식 시장이 어떻게 '인공적 대자연'으로 탄생했는지, 우리의 환경이 오염되고 있는 것처럼 그 인공적 대자연은 결코 이성적으로 예측하고 통제할 수 없는 자본주의 문화의 산물임을, 이 전시는 말하고 있다.

공하린 객원기자
저작권자 2008-03-2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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