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아래에서, 아니 우리들의 머리 위에서 바라본 도시의 모습은 어떨까. 연휴 때 헬리콥터에서 바라본 고속도로의 모습은 수백 대의 차들이 그대로 멈추어 있는 듯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있다. 이러한 일상적인 모습, 그 일상적인 모습에 예술적 시각을 더해 새롭게 탄생한 광경, 그 광경은 우리들에게 어떠한 의미를 던져줄까.
인간은 하늘을 날 수 있는 수단을 가지자마자 그것을 이용하여 감시활동을 시작했고, 제1차 세계 대전을 거치면서 감시의 수단으로써 항공사진이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이 기간 중에 적진을 관측하고 정찰하며 폭격한 이후의 피해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항공사진이 요긴하게 사용되었다. 이러한 군사적 목적에서 항공사진을 사용한 것 이외에 현재 다양한 민간 분야에서 그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한 다양한 사례의 예로서 전 세계 위성영상 DB 구축, 국가별 위성 영상 CD-ROM 제작, 위성영상지도, 위성 영상 데이터베이스 라이센스 판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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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정보기술을 활용하여 먼 거리에서 촬영하는 원격탐사(remote sensing)는 일반적으로 “전자 스펙트럼 특성을 이용하여 비행기나 인공위성 등에 탑재된 센서(sensor)에서 지표면을 관찰 및 기록하여 나오는 데이터를 군사, 과학, 사회학, 지리학, 행정, 자원탐사 등 다양한 목적에 사용하는 행위”를 말한다. 이와 관련 1970년대 이전에 원격탐사는 주로 아날로그 형태의 사진으로 이루어졌다면, 근래에 플랫폼(Platform:원격탐사장비가 갖추어진 비행기나 인공위성 등을 일컬음)에 탑재된 관측 센서를 이용하여 얻은 정보를 디지털화해 이를 분석 처리하는 기법이 군사나 민간 분야에서 많이 쓰이고 있다. 이러한 기술은 더 정교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것에 대한 해석의 비중도 커지고 있다.
특히 1972년 7월 미국이 ERTS-1호(Earth Resource Technology Satellite, 2호부터 랜드샛(LANDSAT)으로 개칭)를 발사한 이후, 원격탐사는 인공위성 기술을 이용한 지구관측기술만을 말하기도 한다. 랜드샛(LANDSAT)은 705킬로미터 상공에서 시속 26,000km의 속도로 99분마다 한 번씩 지구궤도를 돌면서 정교한 센서로 수백만 개의 데이터를 기록하고 있다. 이 센서는 RGB(적, 녹, 청) 채널을 사용해 컬러 사진을 촬영하며, 오늘날의 기준으로 보았을 때 그리 좋은 성능은 아니지만 30미터 해상도를 제공하는 정도의 능력을 갖추고 있다.
센서를 이용한 정보취득은 종래 가시광선, 적외선에서 극초단파, 초음파, 레이저 등 점차 그 영역이 확장되고 있고, 그 적용 범위도 도시계획 및 설계, 환경, 교통, 농림수산업, 자원, 해양 분야 등으로 관련 분야가 확대되고 있다. 예를 들어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지만 인공위성을 이용하여 농업 및 임업, 토지 사용과 매핑, 지역계획, 지질학, 해안지역 측량, 환경 등 그 활용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특히 지도 제작 매핑과 지도 업데이트, 토지 사용 능력의 범주화, 도시 성장 관찰 등 토지 사용과 매핑에서 인공위성을 활용한 경우들이 증가하고 있다. 인공위성을 이용하여 찍힌 영상은 시공간의 급격한 축소를 가져와 사람들이 기존에 갖고 있는 지리적 감각을 없애버리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인공위성이나 비행기를 통해 수집한 자료와 정보들은 다양한 차원에서 활용되고 있고 우리들의 인식에 폭을 넓혀주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로 예술과 이러한 기술이 만났을 때이다. 미국의 사진가 에멧 고윈(Emmet Gowin)은 심미적 입장에서 지형을 캔버스처럼 사용하여 사막 등의 특이한 지형을 항공 촬영해 아름다운 이미지로 창조했다. 지상에서 촬영한 이미지는 원근감의 의미보다 단지 평면으로서 의미를 가져 사람들에게 새로운 것을 경험하게 했다. 이후에 고윈은 이스라엘의 주택 지구를 찍은 사진에서 도시 개발 과정에서 일어나는 지형 변화를 지리학자나 지질학자의 눈으로 바라보았다. 고윈은 과학과 기술을 이용하여 만들어진 주택 지구의 이미지들을 통해 전통적인 예술 작품에서 만날 수 있는 심미적 의미의 미 이외에 예술과 거리가 먼 색다르고 이질적인 면을 말했다.
고윈처럼 인공위성이나 헬리콥터 등을 이용해 촬영한 사진을 예술의 한 측면으로 전시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대표적으로 작가 이득영이 있다. 작가 이득영은 헬리콥터를 타고 한강 상공을 돌면서 구글과 네비게이션을 활용해 25개의 한강 다리를 촬영했다. 이들 사진들은 상공 1km에서 수직으로 지면을 향해 촬영한 것으로, 다양한 시점을 갖고 있어서 관람객들이 감상하고 사유할 수 있는 영역의 폭을 넓혀 주었다. 그 광경은 지리적 관점에서 한강 다리의 의미뿐만 아니라 예술적 시각에서 그러한 광경이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 말해주었다.
‘한강프로젝트 Ⅱ - 25개의 다리’이라는 이번 전시의 구성을 보면 GPS 좌표를 가진 한강다리, 한강다리 남과 북 진입 및 출입로의 기능에 따른 기하학적 이미지 분류, 한강 중심을 비행하면서 볼 수 있었던 숨 막히게 빠르게 진행 중인 서울의 파편적인 모습, 기무사에서 검열 후 지워진 부분과 본래 작업의 주제에 맞게 진행되어진 브라보 지역 경계 비행과 녹색의 촬영 금지구역 등에 대한 비디오 영상 작업 등이 전시되어 있다.
인간이 아닌 기계가 관찰한 사진들은 특정한 정보뿐만 아니라 기이한 체험들을 관람객에게 전달해주고 있다. 특히 먼 거리에서 촬영한 사진들은 그 사물의 형태를 가늠하기 어렵지만 그 사물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해 과학 기술이 어떠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또한 작가의 의도와 맞물려 탄생한 두 영역의 결합물이 예술품으로서 어떠한 의미를 갖고 있는지 생각하게 한다.
- 공하린 객원기자
- 저작권자 2008-03-2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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