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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애틀란타=권영일 기자
2008-03-10

돈 없이도 미국 명문사립대 간다 프린스턴·하버드·예일 등 중산층까지 학비감면 혜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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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미국 이민 생활 10년째인 권경순(47·여) 씨는 최근 큰 근심을 하나 덜었다. 미국 명문 사립대학들이 학비를 경쟁적으로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아들 상현이는 조지아주 월튼스쿨 12학년(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다. 학교에서 1~2등을 다투는 그는 하버드, 스탠포드, 예일, 브라운 등 이른바 아이비리그 대학에 입학원서를 내고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학교성적도 성적이지만 명문대학에서 요구하는 봉사활동도 열심히 해, 아이비리그 대학 입학이 확실시 된다.

권 씨는 그동안 아들을 명문 사립대학에 보내기로 결심은 했으나 높은 학비 때문에 걱정이 태산 같았다. 자영업을 하는 그가 버는 수입은 연 8만~10만 달러 정도. 하지만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을 학비로 보내면 나머지 가족들의 생활은 말이 아니다. 따라서 웬만한 중산층들은 사립학교에 보낼 엄두를 내지 못한다.

미국 사립대학들은 그동안 극빈층에게는 대학등록금 면제나 장학금 수여 혜택을 줬다. 반면 중산층은 학비를 고스란히 내야하니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았다. 따라서 미국에서 명문 사립대학을 가려면 아주 가난하게 살거나 혹은 아주 부자거나 둘 중 하나여야 한다는 우스개 소리까지 나왔다.

그런데 미국 명문대학들이 최근 경쟁적으로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학비면제 혜택을 주고 있다. 이에 따라 높은 학비 때문에 이들 대학의 진학을 포기해야 했던 우수학생들이 희망을 갖고 입학원서를 제출하고 있는 것이다.

브라운대, 연소득 10만 달러 이하 중산층 자녀에게 장학금

권 씨는 특히 아들이 입학을 가장 희망하는 브라운대학이 중산층 자녀를 위한 의욕적인 학비 감면 혜택을 발표해 더욱 마음이 가볍다.

브라운 대학은 지난 2월 23일 학교 웹사이트를 통해 “연소득이 연소득 10만 달러 이하인 중산층 출신 학생에게 학자금 대출 대신 장학금을 제공하겠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또한 6만 달러 이하인 저소득층 가정 출신 학생에게 학비를 전액 면제한다고 밝혔다.

이 조치는 오는 9월 압학하는 신입생뿐만 아니라 현재 재학 중인 학생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대학 측은 이를 위해 학자금 보조를 위한 재정을 20% 늘린 6800만 달러로 책정했다.

이로써 연소득 6만 달러 이하 가정 출신이 무료로 입학할 수 있는 대학은 하버드에 이어 예일, 스탠포드, 펜실베이니아, 브라운 등으로 늘어나게 됐다.

이 가운데 스탠포드대학은 6만 달러 미만의 학생들에게는 기숙사 비용과 식비까지 제공한다. <표 참조>



아이비리그 대학들의 잇단 학비감면 조치는 우수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여기에 불을 댕긴 곳은 프린스턴 대학. 이 대학 셜리 틸먼(Tilghman) 총장은 총장 취임 후 의욕적으로 우수학생을 유치하는 등 개혁정책에 힘입어 하버드대학을 누르고 최근 몇 년간 미국 대학 랭킹 1위에 올랐다.

이에 자극을 받은 하버드대도 올해부터 의욕적으로 장학금 제도를 확대해 우수학생 유치에 나서고 있다. 하버드대는 올해부터 가구수입이 18만 달러 이하인 중산층의 자녀에게도 학비를 보조해 주기로 했다.

예일대도 이에 맞서 올 학자금 지원액을 8000만 달러로 지난해보다 37% 늘리기로 했다. 캘리포니아 공대 등도 비슷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또한 펜실베이니아·스탠포드 대학 등은 연소득 6만 달러 이상 18만 달러 이하의 중산층 출신을 위해 별도의 학비 감면 조치를 마련했다.

다트머스 대학의 경우 학비 면제 대상이 연소득 7만5000달러 이하까지 확대됐다. 이러다보니 이들 대학에 지원하는 성적 우수 학생들이 부쩍 늘고 있다.

대학당국과 동창회 앞장서 기금 마련

이 같은 우수학생 유치 뒤에는 각 대학 당국과 동창회의 노력이 있다. 이들이 제공한 기부금과 대학 당국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대학기금이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05~2006학년도의 경우 4년제 사립대학 상위 10%의 1인당 대학기금 규모는 45만 달러에 달한다. 예일대의 경우 전체 예산의 45%에 달하는 12억 달러를 대학기금 수입으로 충당하고 있으며, 프린스턴대학도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대학기금의 사용처가 단지 우수한 학생 유치에 한정된 것은 아니다. 세계 수준의 교수진 확보를 위해서도 과감히 투자를 해 고급 두뇌 육성과 우수 인재 유치라는 2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하버드대의 교수 1인당 연봉은 평균 17만7400달러에 달한다. 이는 다른 공립대학 교수 연봉보다 1/3이상 더 많은 액수다. 각종 시설에서도 차이가 난다. 우수 교수 채용을 위해 펀드를 조성하고 연구와 충원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대학들은 학생들에게 최고의 교육 프로그램과 인프라를 제공하는 데도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MIT의 ‘UROP’(학부에서 학생과 교수 간에 연구 파트너십을 통해 학생 스스로가 연구 과제를 기획하고 수행하는 프로그램), ‘Open Course Ware’(교수의 강의 내용을 홈페이지에 상세하게 공개해 교육 품질을 검증받는 제도)는 전 세계 대학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반면 국내 대학들은 어떤가. 대부분의 학교 운영자금을 학생의 등록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들어올 학생들은 얼마든지 있으니 돈 없으면 학교에 오지 말라며 배짱을 부린다.

실제 교육비는 물가에 더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런데도 학생을 위해 사용하는 데는 인색하다. 심지어 고액의 등록금으로 학교법인의 부동산을 사들이고 건축 기금 적립에 쓰는 도덕적 해이를 저지르는 대학도 적지 않다.

미국대학은 시장논리에 입각해 대학을 운영하는 반면, 한국의 대학은 아직도 산업화 시대 정책인 공급자 주도에 안주하고 있는 것이다.
애틀란타=권영일 기자
sirius001@paran.com
저작권자 2008-03-1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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