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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공하린 객원기자
2008-03-04

세상은 On Air 아라리오 서울, On Air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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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바보상자라고 불리기도 하지만 오늘날 텔레비전만큼 대중문화의 꽃이자 일상 생활 깊숙히 자리 잡은 전자제품도 없다. 이러한 텔레비전이 다양한 메커니즘을 통해 예술, 과학, 문학 등 다양한 분야에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위험을 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처럼 텔레비전이 갖고 있는 기능들을 시각적 이미지로 재현한다면 어떤 모습일까. 

텔레비전의 개발에 기여한 사람은 한 둘이 아니지만, 실용적인 텔레비전을 처음으로 만든 사람으로 영국의 베어드(John Logie Baird, 1888-1946)가 유명하다. 그는 독자적인 이론이나 특허를 지니고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장인적 기질을 발휘하여 움직이는 영상을 재현한 기계식 텔레비전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그 방식은 30개의 주사선을 가지고 1초에 10번씩 번쩍이는 원시적 형태였다. 베어드는 이를 ‘텔레바이저(televisor)’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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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드가 텔레비전을 발명했다는 소문은 소매상점인 셀프리지 백화점까지 미쳤다. 셀프리지 백화점은 그에게 1주일에 20파운드를 대가로 텔레비전을 백화점에 전시해달라고 제안했다. 베어드는 자신이 발명한 텔레비전이 백화점 상품을 홍보하는 도구로 전락하는 것이 싫었지만, 1925년 4월에 런던의 셀프리지 백화점 앞에서 대중을 대상으로 텔레비전 실험을 했다.

이후 텔레비전이 사람들의 주목을 끄는 일련의 사건들이 일어났다. 1926년에 영국 왕립 과학 협회에 소속된 50여 명의 과학자들이 참석한 자리에서 텔레비전 공개시험이 이루어져 런던 <타임지>에 대서특필되었다. 또한 베어드가 창설한 베어드 텔레비전 개발회사가 주축이 되어 영국의 BBC 방송은 1929년 9월 30일에 최초로 텔레비전 시험 방송을 시작했다. 1930년대 들어서 수상기가 널리 보급되면서, BBC 방송은 보다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방영할 수 있었다.

세계적인 대기업을 중심으로 전자식 텔레비전이 발명되면서 매체의 중심은 전자식 텔레비전으로 옮겨갔다. 베어드는 컬러텔레비전 발명을 위해 다양한 연구를 하면서 BBC 방송에 자신의 기계식 텔레비전을 표준으로 채택할 것을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에 러시아 태생의 미국인 즈보리킨(Vladimir Kosma Zworykin, 1889-1982) 등이 전자식 텔레비전을 개발하면서, 베어드가 발명한 기계식 텔레비전은 그 빛을 잃어갔다.

세계적인 대기업이 브라운관이 장착된 전자식 텔레비전을 개발하면서 전자식 텔레비전은 정규 방송용으로 채택되었다. 스트라스부르크 대학의 물리학자 칼 브라운(Karl Ferdinand Braun, 1850-1918)이 1897년에 발명한 브라운관(Cathode Ray Tube: CRT)이 처음부터 텔레비전에 응용되기 위해 개발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모터로 원판을 돌려서 영상을 구현하는 닙코 원판 방식보다 진공관 속에서 전자를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는 전자관 방식이 훨씬 유용했기 때문에 전자식 텔레비전에 브라운관이 응용되었다. 그 무렵 미국에서 웨스팅하우스, RCA 등 세계적인 기업들이 전자식 카메라를 개발하고 있었고, EMI도 ‘에미트론’이라는 고화질을 전송하는 카메라를 기본으로 하는 텔레비전 시스템을 개발했다. 베어드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BBC 방송은 1936년 정규 방송을 시작하면서 EMI가 개발한 전자식 텔레비전을 채택했다.


제2차 세계대전(1939-45)이 발발하면서 대중을 위한 텔레비전 연구 및 개발이 중단되기도 했지만, 군사용 연구에서 얻은 성과들이 텔레비전 방송 연구에 큰 도움을 주었다. 전쟁 중에 미국이 초단파용 지향성 안테나를 군사용으로 사용하기 시작했고, 전파병기의 하나인 레이더는 공중전과 해전에서 대단한 위력을 발휘했다. 전후 군사용으로 쓰였던 안테나가 텔레비전 수신용 안테나로 응용되는 등 텔레비전 개발이 활발히 이루어졌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본격적인 텔레비전의 시대가 개막되었다. 텔레비전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세계의 각 지역에 따라 새로운 텔레비전 시스템에서 다른 영상 구현 방식들이 등장했다. 1960년대에 이르면 텔레비전 소유 가구 비율이 90%에 도달했고, 텔레비전 방송사들의 상업화가 이루어졌다. 이제 텔레비전은 공간을 뛰어넘어 세계의 모든 소식을 공유할 수 있는 만능장치가 되었다.

만능장치 혹은 바보상자로 알려져 있는 텔레비전은 순기능뿐만 아니라 역기능도 갖고 있었다. 무명의 정치가였던 케네디는 당시에 거물이었던 닉슨과 TV토론을 벌여 대승리를 거두었다면, 오스왈드에게 저격을 당하는 케네디의 모습이 텔레비전을 통해 전파되어 전 세계인을 놀라게 했다. 이처럼 텔레비전은 빠른 시간 내에 중요한 사건 자체를 그대로 알려주고, 음악, 문학, 과학 등에 관한 다양한 지식을 전달하고,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상품판매를 폭발적으로 늘리는 등의 기능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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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의 기능 중 일상생활을 윤택하게 하는 순기능적 측면보다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역기능적 측면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부르디외는 그의 저서 <텔레비전에 대하여>에서 텔레비전 방송을 문화생산의 다양한 분야들에 매우 큰 위협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비판했다. 그에 따르면 텔레비전 방송은 시청률을 의식하여 마술사처럼 인종차별적이고 협소한 자국중심주의적 방송을 일삼거나, 모든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일상사에 관련된 자그마하고 선정적인 뉴스들을 다루고 있다. 그 결과 텔레비전 방송은 국가주의나 민족주의적 현상을 일으키거나, 강력한 정보 독점체로서 사람들의 눈을 가려버리는 도구로 전락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텔레비전이 갖고 있는 역기능을 가장 대중적인 소재를 이용해 시각적으로 재현한 설치작가 진기종이 있다. 작가 진기종은 On Air이라는 이번 전시에서 CNN, National Geographic, Discovery 등에서 보이는 미디어 매체의 다양한 실상들을 시각적으로 재현했다. 여러 미디어 방송국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다양한 소재들을 선택해 편집하고 구성하는 과정에서 일방적으로 조작하고 소통시키고 있다. 그는 이러한 소통과 조작, 그리고 그 사이에 실재하는 현실과 가상의 세계를 시각적으로 재현했다.

그가 추구하는 작품 활동은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시절부터 TV를 보고, 그 TV를 통해 세상을 알게 되었다. 조그만 프레임 안의 바보상자에서 누군가 제공하는 정보를 통해 우리는 ‘세상’을 알아간다. 그것이 진실이 아닌 거짓이고 심지어 조작된 것일지라도 말이다."라는 그의 말에 잘 나타나 있다. 이러한 그의 생각들은 실타래를 풀 듯 하나하나 작품으로 재현되어 전시장 곳곳을 채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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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일방적 화자의 역할을 맡은 8개의 채널에서 선택한 사건이나 상황들을 담은 장면들이 8대의 TV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9.11테러 장면을 보여주는 CNN, 미국의 이라크 바그다드 폭격 소식을 전하는 알 자지라, 자연다큐멘터리의 거짓설정촬영을 보여주는 내셔널지오그래픽, 아폴로11호의 달 착륙 장면을 보여주는 디스커버리, 황우석 박사의 가짜줄기세포 사태를 전하는 YTN, 세기의 미스터리를 전하는 HISTORY Channel 등 8개 방송채널의 화면이 계속 흐르고 있다. 이러한 방송 장면들의 진실은 전시장 안쪽에 조그만 미니어처, 사람, 사진 등으로 연출되어 있다. 그러한 폭로의 과정 또한 어떠한 주체에 의해 꾸며질 수 있다는 점도 이 전시는 말하고 있다.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탄생한 (텔레비전을 포함하여) 여러 매체들을 통하여 이미지나 정보들이 전달되어 왔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린시절부터 그 이미지나 정보에 숨겨진 의미를  인식하지 못한 채 많은 시간동안 텔레비전을 시청하며 지내 왔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으로 매우 어렵게 느껴지는 미디어 매체의 의도를 재미있게 꾸며 관람객들이 그 의도를 비판적으로 볼 수 있도록 했다.


전 시 명: 온에어(On Air)展
전시장소: 서울 소격동 아라리오 서울
전시기간: 2008년 2월 14일 - 2008년 3월 13일
전시문의: 02-723-6191
사 이 트:http://www.ararioseoul.com

공하린 객원기자
저작권자 2008-03-0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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