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에는 간식으로 밥알이 둥둥 떠 있는 식혜를 마신다.
날씨가 추워 밖에서 놀지 못할 때 답답한 가슴을 쑥 내려가게 해주는 달콤한 식혜를 마시는 일은 겨울철에나 누리는 재미였다.
요즘은 마트나 백화점에 가면 캔에 담긴 식혜를 많이 팔지만 옛날에는 겨울철이면 시원한 식혜를 직접 만들어 먹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럼 겨울철 별미인 식혜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설탕을 넣지도 않은 식혜가 단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조상들이 전통적으로 만들어 온 식혜는 전혀 설탕을 사용하지 않는다. 다만 커다란 통에 밥알, 엿기름, 그리고 물을 부어 따뜻한 아랫목에 넣어두기만 하면 저절로 식혜가 만들어진다.
식혜를 만드는 방법에는 우리조상들의 슬기가 담겨 있다. 김치나 된장과 마찬가지로 일종의 발효를 통해 식혜를 만드는 것이다.
식혜는 엿기름(맥아)이라고 하는 물질을 발효시켜 만드는 데 이 엿기름은 미생물의 작용으로 엿당(maltose)으로 변하게 된다. 식혜의 단맛을 내는 것은 엿기름이 발효돼 엿당이 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그럼 단맛이 나지 않던 엿기름이 엿당이 되면 단맛이 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그것은 ‘단당류’와 ‘다당류’의 차이 때문이다.
당은 탄소와 수소, 산소가 결합해 이루어진 물질인데 당 분자가 하나씩 떨어져 존재하면 '단당류'라고 하고, 단당 분자가 여럿 이어져서 큰 분자를 만든 경우에는 다당류라고 부른다.
그런데 덩치가 큰 다당류는 단맛이 내지 못하지만 단당류는 우리 혀에 닿으면 단맛을 낸다. 다당류가 화학적으로 분해 돼 단당류가 될 때 비로소 우리의 혀가 단맛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쉬운 예를 살펴보자. 우리가 밥알을 입에 넣으면 처음에는 단맛이 나지 않지만, 밥을 오래 씹다 보면 단맛이 나는 것을 느끼는 것과 마찬가지 원리다.
밥알의 주성분은 녹말이라는 다당류다. 이것을 입안에서 씹다보면 침 속에 섞인 ‘아밀라아제’라는 효소가 녹말을 포도당과 같은 단당류로 분해 시키게 된다. 이 때문에 밥을 처음 씹을 때는 아무런 맛도 나지 않다가 오랫동안 씹으면 단맛을 내게 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식혜의 주재료인 엿기름도 다당류여서 그 자체로는 단맛을 내지 못한다. 하지만 이것이 미생물과 효소의 작용에 의해 단당류인 엿당으로 분해 되면 비로소 단맛을 내는 되는 것이다.
- 박지환 객원기자
- 저작권자 2008-02-0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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