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공룡과 매머드가 관람객을 맞이하는 자연사박물관. 약 4만년 전 씹던 풀이 위장 안에 보존되어 있는 아기 매머드와 거대한 엄마 매머드가 웃음 짓고 있는 전시장. 매머드와 공룡에서 시작하여 아주 작은 화석까지 국내에서 보기 어려운 고생물들을 전시하고 있는 러시아 자연사박물관展을 찾아가 보자.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자연사박물관은 자연의 다양성과 가치를 모든 계층의 대중에게 전달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표본을 수집하고 그 수집품을 보존 및 발전시키는 활동들이 박물관 내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관람객은 이러한 박물관에서 자연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고 이해하며 자연을 보존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낄 뿐만 아니라 자연을 즐기고 있다.
자연사박물관은 표본 내지 수집물 중심의 박물관으로서 표본과 그와 관련된 정보를 어느 정도 보존하고 있느냐에 따라 그 위상이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자연사박물관은 선캄브리아대에서 시작하여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에 이르는 다양한 동식물들을 보존 및 전시하고 있다.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박물관에 거대한 공룡 혹은 매머드들이 아주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으며, 눈으로 보기도 어려운 아주 작은 조개류 화석들도 함께 전시되고 있다. 그렇다고 자연사박물관에 전시된 이 모든 것들이 아이들의 흥미를 끄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자연사박물관은 박물관의 설립 목적이나 특성에 맞게 표본들을 소장 및 연구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들을 거치며 자연사박물관의 전문성이나 지명도가 달라진다. 만약 표본에 대한 정보가 빈약하다면, 그 표본의 가치는 물론 박물관의 위상도 함께 낮아진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자연사박물관은 표본을 발견한 장소, 그와 관련된 문화적 혹은 과학적 측면에서 중요한 정보들을 연구 및 보존하고 있다.
자연사박물관은 21세기 정보화 시대의 박물관으로서 관리, 연구, 전시, 교육 기능에서 앞서 나가고 있다. 박물관의 주된 기능은 연구와 전시 그리고 교육 기능이다. 그 중 연구와 전시 활동은 전통적으로 잘 알려진 분야뿐만 아니라 오늘날 사회적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새로운 주제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자연사박물관이 과거를 살펴봄과 동시에 미래의 모습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전시 기법은 단순히 표본을 전시하는 방법에서 벗어나 첨단 전시 기법을 이용하여 전시의 역동성, 예술성, 교육성에 역점을 두고 있다. 예를 들어 전시에 참여하는 예술가 및 과학자들은 여러 주제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 넣어 아이들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처럼 최근에 진행되고 있는 연구 및 전시 그리고 교육 활동 등은 자연사박물관을 방문하는 관객층의 확대를 가져왔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최근에 자연사박물관은 멸종된 표본들보다 인류와 관련된 문제나 동식물에 대한 주제를 다차원적 멀티미디어를 이용하여 전시하고 있다. 오늘날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은 환경 파괴, 생태계 보존, 종의 보존 등 우리들의 삶과 깊이 연관되어 있는 민감한 주제들이다. 과거를 보여주는 멸종된 표본들을 전시하는 것은 미래지향적 주제에 대한 이해에 부족한 감도 있다. 즉 현재의 상황을 통해 미래를 보고 생각하게 하는 그러한 활동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에 따라 자연사박물관은 진열장 안에 표본을 비치하던 방식에서 탈피하여 표본을 수집하고 관찰하는 다양한 활동을 펼치는 체험활동이나, 아이맥스나 옴니맥스 영화, 영상물 설치 등을 통해 동식물에 대한 다양한 정보들을 제공하고 이러한 활동들을 통해 미래에 존재할 자연에 대해 고민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이번에 한국 나들이에 나선 <러시아 자연사박물관>展은 이러한 자연사박물관의 모습을 두루 포함하고 있다. 2월 10일까지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리는 <러시아 자연사박물관>展은 다양한 고생물학 표본들을 전시하고 있다. 이번에 전시되는 표본들을 보유하고 있는 러시아 자연사박물관은 1930년에 개관이후 냉대지역 동물을 중심으로 100만 점에 이르는 진귀한 표본들을 보유하고 있으며 특히 유라시아 지역 출토 유물을 두루 갖춰 세계적으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이 곳에서 수백 명의 과학자가 표본 수집과 연구 활동에 참여하면서 냉대지역 동물에 관한 진귀한 자료와 연구물을 축적하여 국제적인 정보의 산실로서 그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이곳은 미국의 소미소니언, 영국의 런던자연사박물관과 함께 세계 3대 자연사박물관으로 손꼽히고 있다.
전시 방식도 눈여겨 볼 만하다. 이번 전시장은 지구 진화의 역사를 지질 시대별로 감상할 수 있도록 지구의 탄생, 선캄브리아대와 고생대, 중생대, 빙하기, 신생대 등 5개의 공간으로 꾸며져 그 공간에 고생물 90여 점이 전시되어 있다. 각각의 표본들도 단순하게 나열되어 지루함을 주기보다 독특한 스토리에 따라 표본이 전시되어 있고, 각 지질시대의 대표적인 화석 및 표본, 발굴 사진, 영상, 슬라이드쇼 등 다양한 시청각 자료들도 함께 준비되어 있다. 이 곳을 방문하는 관람객은 전시장에 푹 빠져 발걸음을 옮기가 아쉬울 정도이다.
이번 전시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러시아 자연사박물관 부관장인 세르게이 로즈노프는 90여 점의 표본들 가운데 세 가지를 ‘쓰리스타’라고 소개하였다. 그것은 바로 냉동상태로 온전하게 발굴된 아기 매머드 디마, 대표적 육식공룡인 티라노사우르스의 아시아계 조상인 타르보사우르스, 6마리의 매머드 가족과 7m에 이르는 거대한 매머드이다. 이처럼 이번 전시는 러시아 자연사박물관을 대표하는 3대 유물이 한 자리에 보이는 자리일 뿐만 아니라 고생물학을 통해 지구의 역사를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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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리스타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바로 디마이다. 소비에트 연방은 당시에 국가적인 지하자원 탐사작업을 진행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수많은 고생물학 관련 유물들이 발굴되었다. 그 중 1977년 시베리아에서 냉동 상태로 있는 아기 매머드 디마가 발견되었다. 신생대에 살았던 아기 매머드 디마는 대략 70cm 정도의 크기로 4만 년전 늪지대에 빠져 죽은 것으로 추정되었고, 디마의 눈과 코는 얼어붙은 땅과 눈에 눌려 납작해졌지만 온전하였고 몸통의 털뿐만 아니라 장기까지 잘 보전되어 있었다. 특히 당시에 씹던 풀이 소화되지 않은 채 위장 안에서 발견될 정도로 보존 상태가 좋았다.
그러나 디마는 당시 보존기술 중 가장 진보된 방식인 특수 파라핀으로 방부 처리되어 조직을 굳혀 고정시키는데 성공하였지만 화학변화가 일어나 연구를 위한 샘플로 부적절한 상태이다. 현재 디마는 세계인을 대상으로 러시아의 고생물학을 알리는 홍보 고생물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러나 부관장에 따르면, “공룡은 중생대, 매머드는 신생대를 살았던 동물이기 때문에 운송하는 방식부터 다를 수밖에 없고, 특히 미라인 디마를 자주 운송하는 것은 대단히 해로운 일이기 때문에 향후 20년간 이런 규모의 해외 전시를 또 다시 갖기는 어렵다.”라고 말할 정도로, 디마의 전시는 어려운 일 중 하나이다. 지금까지 새끼 매머드가 3구 정도 발견될 정도로 희귀하며 그 표본들도 전세계 9개 도시에서만 특별전시 되었다는 것은 디마 전시의 어려움을 말해준다.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보기 어려운 표본들이 선보이고 있는 이번 전시는 지구 진화의 역사를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는 좋은 자리이다. “고생물학은 천문학적인 시간을 통해 생물체가 어떻게 생성, 소멸했는가를 추적함으로써 지구와 생명, 환경문제에 대한 놀랄 만큼 의미 깊은 성찰을 제공하는 분야"라는 부관장의 말처럼, 이번 전시는 방학을 맞은 아이들과 가족들이 함께 관람하며 ‘살아있는 입체 교과서’용으로 함께 둘러볼 만 하다. 많은 아이들이 이번 전시를 통해 고생물학에 관심 갖고 이 분야의 전문가로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전 시 명: 러시아 자연사박물관展
전 시 장: 서울 양재동 aT센터 제2전시장
전시기간: 2007년 12월 14일 - 2008년 2월 10일
사 이 트: http://www.naturalhistory.co.kr
문 의 처: 02-336-1584
- 공하린 객원기자
- 저작권자 2008-01-3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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