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대회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우리나라 기초과학의 산실인 고등과학원(명효철 원장)에게 2007년 정해년은 “그야말로 기분 좋은 한 해”였다. 마치 속세를 등지기라도 한 이미지를 탈피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점차 받기 시작했고 국내 과학기술 분야에 현실적인 참여자라는 인식을 받았기 때문이다.
고등과학원 관계자는 “지난 2005년부터 고등과학원 연구원들의 활동이 사회적인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고 설명하면서 “특히 국제학술대회에서 고등과학원 연구원들의 잠재능력을 크게 인정하기 시작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특히 2006년 고등과학원의 황준묵 교수와 오용근 교수가 국제수학자대회(ICM)에 우리나라 최초로 초빙 강연자로 초청받은 것은 고무적인 일로 평가 받고 있다. 우리나라 기초과학인 수학의 능력을 세계가 처음으로 인정해 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등과학원의 수학 잠재력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교육인적자원부와 한국학술진흥재단이 선정한 2007년 국가석학 9명 가운데 2명이 고등과학원에서 나왔다. 수학부 금종해 교수와 김범식 교수가 주인공이다.
“정부도 고등과학원의 위상을 높이 평가”
우리나라가 산업화와 제조업에 맞춰 응용과학을 중요하게 생각했고, 반면 기초과학을 등한시 해온 과거의 과학정책을 생각해 본다면 획기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국가 석학 과학자 9명 가운데 2명이 고등과학원에서 나온 것은 정부가 기초과학 분야에 관심을 기울이겠다는 의미이며, 또한 고등과학원의 중요성을 높이 평가하겠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 교수가 국가석학으로 선정된 것은 ‘K3 곡면의 유한 대칭군의 분류 성공을 비롯한 대수기하학 분야에서 이룩한 국제적 업적’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또한 김 교수는 ‘균질한 공간 및 균질 공간 안에서 형성된 부분공간에서의 거울대칭이론을 지난 10년간 발전시켜온 공로’이다.
한편 이주영 교수는 요즘 떠오르고 있는 단백질 연구에서 인정을 받았다. 단백질 관련 세계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단백질 구조예측 학술대회(CASP7)에서 이주영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174개 팀이 참여한 ‘고해상도 구조예측 분야’에서 2등과 큰 점수 차이로 1위로 선정되는 쾌거를 올렸다. 생명과학에서 가장 핵심적인 단백질 연구가 세계적으로 검증 받은 것이다.
이러한 평가로 인해 단백질 구조예측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임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았고 갈수록 중요해지는 생명과학분야 특히 단백질 구조와 기능을 이해하고, 이를 응용한 여러 의약 산업 및 단백질 공학 등의 분야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가 석학 9명 가운데 2명이 고등과학원 수학부 교수
물리학 분야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계산과학부 이재원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물리학의 최대 난제 가운데 하나인 암흑에너지(dark energy)문제를 양자정보를 사용하여 풀어내는 새로운 이론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지난 8월 새로운 이론을 권위 있는 <우주론과 천체입자물리저널(Journal of Cosmology and Astropatricle Physics: JCAP)”에 실었다. 이 연구에 대한 해설기사가 지난 10월 3일 영국의 과학대중잡지인 뉴사이언티스트(Newscientist) 인터넷판에 실려 암흑에너지의 실체를 밝혀줄지도 모를 흥미로운 시도라고 평가 받았다.
암흑에너지는 그 동안 존재한다는 연구는 있었지만 실제로 규명하는 데는 실패했다. 암흑에너지가 무엇인지를 밝혀내는 잃은 우주의 생성과 소멸 등 우주의 신비를 푸는 중요한 열쇠다. 현재 우주는 눈에 보이지 않는 암흑에너지 73%와 암흑물질(dark matter) 23%, 그리고 눈에 보이는 일반물질 4%로 이뤄져 있다.
우주를 자동차에 비유하자면, 암흑에너지는 가속페달처럼 우주를 가속팽창 시키는 일종의 반중력이고 암흑물질은 서로 중력으로 끌어당겨 우주팽창을 억제하는 브레이크 역할을 한다. 현재는 암흑에너지가 더 많기 때문에 우주는 가속팽창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그러나 암흑물질은 엑시온이나 초대칭입자 같은 그럴듯한 후보들이 이미 있지만, 암흑에너지는 많은 관측자료와 수 십 가지 모델들이 있음에도 그 실체가 여전히 밝혀지지 않고 있어 물리학의 최대난제로 불린다.
NASA는 최근 암흑에너지 관측을 최우선 과제로 선택한 바 있다. 현재 연구팀은 이 이론을 보완해 또 다른 난제인 블랙홀의 정보손실문제에 적용하기 위해 열심히 연구 중이다.
단백질과 물리학에서 국제적인 수학을 거두어
물리학부 박형규 교수도 지난 7월 9일13일(금)까지 이태리 제노바(Genova)에서 개최된 통계물리 국제학회(STATPHYS 23)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초청 강연자로 선정됐다. 2004년 서울대 김두철 교수가 초청된 후 두 번째다.
3년마다 열리는 이 학회에는 이론 통계 물리학자에게 일생일대의 최고의 영예라 할 수 있는 볼쯔만(Boltzmann) 메달이 수여된다. 세계 통계물리 분야 학자들이 가장 많이 참가하는 그 규모가 매우 큰 학회이다.
한국인으로서는 유일하게 STATPHYS의 국제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박 교수는 2013년에 예정된 STATPHYS 25를 한국에 유치하기 위해 한국의 통계물리분과회원들과 더불어 다양한 경로로 노력하고 있다.
- 김형근 편집위원
- 저작권자 2008-01-0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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