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의 인류가 5만~4만년 전 인류와 유전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종전 가설과는 반대로 지난 수천년 동안 인류는 먼 옛날에 비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진화했다는 연구가 나왔다.
미국립과학원회보(PNAS) 최신호에 실린 미국 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5천년 전 인류와 현대 인류 사이의 유전적 차이는 5천년 전 인류와 약 3만년 전 사라진 네안데르탈인과의 차이보다 더 큰 것으로 밝혀졌다.
만일 600만년 전에 갈라진 인류와 침팬지가 지금 같은 속도로 진화됐다면 두 종 사이의 차이는 지금보다 160배나 컸겠지만 먼 옛날 인류의 진화는 지금보다 훨씬 느리게 진행됐기 때문에 오늘날과 같은 정도의 차이만 생기게 됐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런 유전적 차이가 농업 발달에 따른 식생활 변화와 전염병에 대한 내성 등 수많은 요인을 반영하는 것이라면서 예를 들어 아프리카인들은 말라리아에 저항력을 갖는 새로운 유전자를 갖게 됐으며 유럽 성인들은 우유의 소화력을 강화한 새로운 유전자를, 아시아인들은 마른 귀지 유전자를 갖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런 변화는 불과 1만년 동안 지구상의 인구 수가 수백만명에서 65억명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사람들이 새로운 환경으로 이주하고 이주지에 적응할 필요성이 생긴데 따른 것이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이들은 "우리 연구의 핵심은 인류 진화가 매우 빠른 속도로,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라면서 "진화의 가속도가 붙은 시기는 농업의 발명 이후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지난 1만년간"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전세계 270개 종족들로부터 채취한 390만 개의 DNA 정보를 분석, 지난 8만년 동안의 인류의 유전자 가운데 어떤 것이 선택적으로 돌연변이를 일으켰는지 분석해 현대 인류 종족간의 유전적 차이와 유사성을 도표화했고 이를 통해 특정 유전자의 변화가 최근에야 비로소 생겼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먼 옛날 유전자 변화의 속도를 추정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지난 5천년 동안 인간에게 유익한 유전자 변화는 진화 역사상 이전의 어떤 시기에 비해서도 100배 가량 빠른 속도로 나타났으며 지금도 전체 유전자 가운데 7% 정도가 최근에도 급속한 진화를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진은 그러나 이처럼 빠른 진화에도 불구하고 인류의 DNA는 종족과 관계없이 99%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런 유전적 변화의 결과로 오늘날 세계 각지의 주민들은 과거에 비해 차이점이 점점 커지고 있으며 아프리카와 아시아, 유럽에서 유전자 진화가 비교적 빠른 속도로 진행됐지만 이 모든 변화는 지역 고유의 특성을 지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인류가 아프리카로부터 다른 지역으로 확산된 4만년 전 이후 각 지역 인구간에 유전자 교환이 별로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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