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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그 사람들이 눈으로 볼 수 있는 세상은 우리들이 볼 수 있는 세상보다 넓다. 그래서 눈이 나쁜 사람은 안경을 착용한다. 필자 역시 신문을 볼 때 돋보기안경을 사용한다. 돋보기안경이 없으면 신문은 그저 하나의 종이 뭉치에 불과했지만, 돋보기안경을 쓰고 신문을 펼쳐들면 밤새 물가가 얼마나 올랐고 어디서 무슨 사건이 있었는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신문 속에 새롭게 펼쳐진다.
16세기 말 네덜란드의 안경제조업을 하던 얀센(Jansen)은 볼록렌즈를 가지고 현미경을 발명해 마이크로 단위(㎛)의 세상을 열었다. 인간은 현미경이라는 눈으로 보이는 세상에 대해 호기심을 갖게 되었으며, 이는 곧 세포와 미생물 연구로 이어져 생물학 발전의 토대가 되었다.
인간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빛 대신 전자를 이용해 더 작은 세계를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갖게 되었다. 바로 전자현미경이 그것이다.
독일의 루스카(Ruska)는 빛보다 파장이 훨씬 짧은 전자선을 광원으로 이용하면 더 정밀하게 관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수년간 노력한 끝에, 1933년 광학현미경의 분해능(分解能)을 뛰어 넘는 전자현미경을 세상에 선보였다.
루스카는 마이크로미터(㎛)보다 더 작은 미시세계를 인간의 눈앞에 펼쳐 보임으로써 지난 20세기 동안 물리학을 비롯해 의학, 나노과학, 생명공학 등 다양한 과학기술 분야가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데 근본적인 방향을 제시했다
이후 전자 산업의 발전과 함께 전자현미경의 성능은 급속도로 향상되어 현재는 물질의 미세 구조는 물론, 이를 구성하는 원자까지도 직접 관찰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물질을 원자 수준으로 보기 위해서는 약 1천500만 배 정도로 확대해서 볼 수 있는 눈이 필요한데, 이는 우리가 지구에서 망원경으로 달에 있는 모래 알갱이 하나를 사과 크기로 확대하여 보는 것과 마찬가지이니, 인간은 얼마나 좋은 눈을 가지게 된 것인가?
물론 우리나라도 일본, 미국, 독일에 이어 세계에서 4번째로 이러한 첨단과학의 눈을 갖고 있다. 2003년 말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에 가속전압이 1천300만 V(볼트)인 초고전압투과전자현미경(High Voltage Electron Microscope, HVEM)이 설치되었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20여 대가 운영 중인데,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장비는 가장 최근에 설치되어 현존하는 장비 중 최고의 성능을 자랑하고 있다.
물질의 원자 배열구조를 관찰하기 위해선 적어도 0.1 nm(나노미터, 10-9m)의 분해능을 가진 장비가 필요한데, 우리 연구원에 설치된 초고전압투과전자현미경은 약 0.11 nm 의 분해능을 가진 우수한 장비이다. 하지만 여기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0.1 nm 라는 장벽을 넘기 위해 전 세계 과학자들의 도전이 계속 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 연구원도 0.05 nm 의 분해능을 가진 차세대 장비 개발 및 기술 축적에 애쓰고 있다.
물론, 보인다고 해서 모두 아는 것은 아니다. 어린 학생이 전자현미경을 통해 이것저것 보았다고 해서 그것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이라는 말처럼 직접 볼 수 있다는 것은 큰 의미를 갖는다. 특히 눈에 보이는 것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 유발이 바로 탐구의 출발점이기 때문에, 잘 볼 수 있다는 것은 과학기술의 잠재적 발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더 작은 세상을 잘 보려는 우리의 도전은 나노과학(NT)이나 생명과학(BT)과 같은 다양한 분야의 과학기술이 발전할 수 있도록 견인차 역할을 함으로써, 우리의 과학기술을 더 넓은 세상으로 안내할 것이다.
-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강신원 원장
- 저작권자 2007-11-2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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