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영상을 분석하면 진짜기억과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일을 일어난 것처럼 착각해 기억하는 가짜기억을 구분해 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대구대 재활심리학과 김홍근 교수는 8일 듀크대 인지신경과학센터 로베트토 카베자 교수와 함께 성인남녀 16명에게 단어 훈련으로 가짜기억과 진짜기억이 형성되게 한 다음 뇌를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 장치로 촬영, 가짜기억과 진짜기억이 작동할 때 각각 다른 부위가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7일자 '신경과학저널(Journal of Neuroscience)'에 공개된 이 결과는 뇌영상을 통해 재판과정 등에서 거짓말 탐지기로는 판별할 수 없는, 가짜기억을 토대로 한 거짓 증언까지 구별해 내는 것이 가능함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람들은 거짓말을 할 때 심장박동이 빨라지거나 땀을 흘리는 등 불안반응을 보이며 거짓말 탐지기는 이런 반응을 통해 거짓말을 가려낸다. 하지만 가짜기억을 토대로 증언을 할 때는 본인도 사실이라고 믿기 때문에 불안반응이 나타나지 않으며 거짓말 탐지기는 무용지물이 된다.
그러나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진짜기억을 회상할 때와 가짜기억을 회상할 때 뇌의 전혀 다른 부위가 활성화된다는 것을 밝혀냄으로써 의도하지 않은 거짓말까지 찾아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연구진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먼저 어떤 범주에 속하는 전형적인 예들이 4개(예, 가축: 말, 닭, 양, 염소)씩 적힌 목록을 학습시킨 뒤 이에 대한 기억을 검사했다. 기억검사에서는 실제 제시된 단어들(예, 말)과 제시되지는 않았지만 연관이 있는 단어들(예, 소)을 보여줬다.
실험 참가자가 실제 제시된 단어들을 '본적이 있다'고 답하면 진짜기억이고 실제로 보지 않은 단어들을 '본적이 있다'고 답하면 가짜기억이다. 연구진은 연구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자신의 답을 '확신한다'고 답한 반응들만 결과 분석에 사용했다.
그 결과 진짜기억을 회상할 때는 뇌에서 기억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해마' 부위가 활성화되고 가짜기억을 회상할 때는 전두엽 일부와 두정엽 일부가 함께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가짜기억 때 활성화된 부위들은 '친숙함'을 느낄 때 활성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이것으로 미뤄 볼 때 진짜기억은 '회상'에 기초하지만 가짜기억은 '친숙함'에 기초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 결과는 fMRI를 사용해 진짜기억과 가짜기억을 변별할 수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며 "다만 이런 가능성이 실용화되려면 실험결과가 실제 상황적인 증언에서도 일반화될 수 있는지, 뇌 반응의 개인차를 고려한 신뢰할 만한 분석법 개발이 가능한지 등의 과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팀은 앞서 지난 9월 뇌과학 분야 저널 '대뇌피질(Cerebral Cortex)'에 가짜기억은 뇌에서 기억할 내용을 의미상으로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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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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