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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의 연대측정 전문기관을 방문하다! 가상기행문 ; 기초연 박사의 '연대측정실험'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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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경쟁의 시대에 국가경쟁력 제고와 과학기술입국의 기반이 되는 요소로서 기초과학의 중요성이 날로 강조되고 있습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국내를 대표하는 창조적 기초과학 공동연구기관인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과 공동으로 기초과학 관심 증대를 위해 흥미로운 과학 이야기를 담은 기획시리즈를 마련해 연재합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註]



혼잡한 아침 교통상황을 뚫고 가까스로 9시에 출근한 한국기초과학연구원 연대측정팀 기초연 박사는 현미경 앞에 앉아 숨을 골랐다.


현미경으로 확인한 광물은 불과 0.0006 입방밀리리터의 크기. 쌀 한톨의 2만분의 1에 불과한 광물. 정교한 핀셋과 손수 제작한 피펫을 이용하여 능수능란하게 저어콘 광물 한 개를 증류수에 담아 시료 용기에 옮겼다. 그 뒤 다섯 개의 저어콘을 순식간에 마저 처리하는 솜씨는 예술의 경지에 다다른 듯했다. 강한 산을 용기에 넣어 높은 온도에서 이틀간 숙성을 거친 후 초정밀 열이온화 질량분석기의 분석을 시작했다.


고가의 분석장비일수록 자동판매기처럼 쉽게 자동화되는 줄 알았지만, 워낙 정교한 실험이다보니 예상은 빗나갔다. 기초연 박사는 1천200도로 필라멘트를 가열하는 순간부터 모든 동위원소 분석이 끝나는 두세 시간 동안 차 한 잔 마실 틈도 없이 컨트롤실에 앉아 끊임없이 실험조건을 보정하고 최적화하는 고단한 작업에 몰두해야만 했다.


납 동위원소의 비율을 먼저 측정한 뒤 우라늄 동위원소 측정이 끝나자, 숙련된 솜씨로 키보드를 두드려 곧 2억2천972만년이라는 강원도 인제군에 분포하는 암석의 연령을 구할 수 있었다. 반만년이라는 우리나라의 역사가 4만6천번 반복되었을 만한 시간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분석한 암석과 광물은 강원도, 경기도 일대에서 흔히 발견되는 18억7천2백만년 전에 생성된 암석보다는 엄청나게 '젊은' 암석이라고 하니 그 광대한 시간 규모에 말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그것도 눈꼽보다도 훨씬 더 작은 광물을 분석하여 구한 결과라니!


기초연 박사는 실험실 분석작업뿐 아니라 야외에서 지질조사도 직접 하고, 먼지가 펄펄 날리는 광물 분리작업도 손수 한다고 한다. 정확한 연대측정을 위해서는 모든 작업 하나하나가 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지구의 나이에 대한 물음은 몇 백년간 지속된 과학 논쟁 중의 하나였다. 기원전 4004년이라는 주장에서부터 끊임없는 영겁의 순환이라는 종교사상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지구의 나이가 제시돼 왔다. 영국 지질학자 아서 홈즈가 확립한 우라늄-납 동위원소법을 사용해 캐논 디아블로 운석에서 측정한 45억5천만년이라는 값이 그 이후의 여러 측정에서도 재현돼, 이 나이가 현재까지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나이로 알려져 있다.


여러 연대측정방법 중 우라늄 납 동위원소 연대측정법이 정확한 이유는 암석 생성 이후의 자연환경에서 교란을 받을 가능성이 비교적 적어서 생성의 시기를 고스란히 보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우라늄 납 동위원소의 특성상 교란을 받았다고 해도 분석을 통해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에 결과의 신뢰성을 곧바로 부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기초연 박사는 열이온화 질량분석기뿐 아니라 내년부터는 초고분해능 이차이온 질량분석기라는 장비를 이용해 국내에서의 연대측정 연구가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소개한다. 초고분해능 이차이온 질량분석기는 열이온화 질량분석기보다는 정밀도와 정확도가 낮지만, 암석 및 광물을 녹이지 않고 머리카락 굵기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면적의 광물 표면을 직접 분석할 수 있는 최첨단 장비다.


역시 우라늄 납 동위원소법이 여기에도 적용되며, 시료준비 작업이 열이온화 질량분석기보다는 빠르고 간편하다. "그런데, 지구의 나이와 암석의 연대는 도대체 왜 분석을 해야 되는 거죠?" 연구실을 나서며 던진 우문에 기초연 박사는 활짝 웃으며 현답을 제시했다.


"우리들이 평소에 서로의 나이 따지는 것을 좋아하잖아요. 지구도 마찬가지이고 과학자들도 마찬가지예요. 지진, 화산, 광물자원 등의 정확한 지구 활동 시기를 알지 못하면, 그 지구의 표면에 가까스로 붙어서 살고 있는 인류는 삶의 터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가까운 미래도 전혀 예측할 수 없으니까요."


각 타원은 초고분해능 이차이온 질량분석기로 분석한 영역으로 반지름이 약 0.01밀리리터인 크기이다. 하나의 광물에서도 각 분석영역마다 현격하게 다른 연대를 보여주고 있는데, 그 이유는 지구환경의 여러 활동을 거치면서 각각 다른 시기에 성장했기 때문이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이기욱 박사
저작권자 2007-11-0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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