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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김광웅 서울대 명예교수
2007-10-21

과학기술, 리더십을 만나다 제8회 새로 보는 과학기술 포럼 취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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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예술, 사회, 종교, 고령화 사회, 여성, 미디어를 만난 과학기술이 이번에는 리더십을 만난다. 과학기술부(부총리 김우식)와 한국과학문화재단(이사장 나도선)은 '과학기술, 리더십을 만나다' 포럼을 11월 7일 개최할 계획이다.


과학기술과 다른 분야와의 연속 대화 중 8번째로 열리는 이번 포럼은 취지문과 기조강연이 사이언스타임즈에 미리 게재되고, 포럼 관련자들이 댓글로 달리는 독자들의 의견을 참조해 실제 포럼을 진행할 예정이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리며, 첫 번째로 제8회 '과학기술, 리더십을 만나다' 포럼 취지문을 소개한다. [편집자 註]



이번 제8회 마지막 과기포럼 [과학기술, 리더십을 만나다]에서는 작년부터 시작한 포럼의 완결판으로 과학기술의 발전과 이에 대한 사회적 인정은 역시 리더십에게 달렸다는 뜻이 함축된 기획입니다. 다시 말해서 과학기술의 발달이 국가적으로 유익하고 미래사회에서 의미가 있으려면 이를 제대로 이해시키고 전파하는 기제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과학기술분야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과학기술은 당해 분야의 전유물로 타 분야의 접근이 금지되다시피 한 상태로서 역으로 그 효용이 제대로 인식되지 못하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 한계가 극복되어야겠다는 것입니다. NT, BT, IT, GT 등이 아무리 앞서가도 이를 국가와 사회에 연결시키는 RT(관계기술)의 중요성이 인식되지 않으면 효과는 반감됩니다. 리더십은 RT의 창도자로서 그 정수가 아닐 수 없습니다.


여기서 과학기술은 미래 리더십의 핵심 요소라는 것을 다시금 확인합니다. 과학기술을 모르고는 미래의 리더가 될 수 없다는 주문은 과학도로서는 물론 국민으로서도 매우 당당합니다. 따라서 미래의 리더십을 염두에 두면서 이번 포럼에서는 다음과 같은 발표가 있었으면 합니다.


하나는 우리나라에서 왜 과학기술도가 리더십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가입니다. 5급 초임 사무관 10명 중 1급이 되는 것은2~3명에 불과합니다. 반면에 일반직 사무관은 7명에 육박합니다. 기업 등 다른 분야는 사정이 좀 다를 듯싶지만 아마 비슷할지도 모릅니다. 왜 과학기술도가 리더십에서 약한가를 밝히고 싶은 것입니다.


둘은 반면에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과학기술도가 정부의 고위직을 독차지합니다. 러시아와 중국을 연상하면 됩니다. 그리고 사회주의 국가가 아닌 자유진영에서도 이를테면 영국의 대처 총리나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각각 화학도이고 물리학도입니다. 한국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전자공학도입니다. 그래서 정치학적으로 외국은 과학기술학도가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는데 한국은 왜 그렇지 못한지 외국의 사례로 한국을 비추었으면 합니다.


미래의 리더십은 창조사회에 맞아야 하기에 과학기술을 모르고 미래 이야기를 할 수 없다는 명제를 제시하고 싶습니다. 이를 위해 첨부하는 제 짧은 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창조사회에 걸맞는 리더가 되려면

(중앙Sunday, 2007. 10. 21자 스페셜 리포트 게재 예정)


미래 리더십의 키워드는 ‘열림’, ‘소통’, ‘여성성’, ‘과학기술’, ‘창조사회’이다. 내일의 리더는 창조사회를 이끌 수 있어야 한다. 지본地本, 자본, 뇌본腦本 사회를 거쳐 21세기는 개방과 융합의 창조사회로 본격 진입하기 때문이다. 창조사회는 상상력으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사회다. 기존의 생각, 마인드 세트, 패러다임으로 세상을 바꾸어 가겠다면 큰일이다. 이를테면 환경을 희생해 개발하고 경제성장을 하겠다는 것은 구시대적 발상으로 용납되지 않는다. 채집이 아니라 태양열, 조력, 풍력 등과 같이 경작중심의 에너지 정책은 새롭다.


<호기심을 갖고 상상력으로>


창조적이고 유용한 상상력에 토대한 미래지향적 비전이 21세기 리더십의 근간이다. 미래를 어떻게 펼치겠다는 의지가 담겨야 한다. 여기에 남성성보다는 부드럽고 사려 깊고 너그러운 여성성이 담겨야 한다. 우뇌 리더십을 이야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동시에 미래 리더십은 과학기술의 발달을 모르고는 발휘되지 않는다. 후진타오의 ‘과학발전관’을 연상하면 된다.


요즘 창의적 지도자로 손꼽히는 사람이 아랍에미리트의 셰이크 무함마드이다. 그는 현실을 직시하는 위기의식, 상상력을 이용한 미래지향적 비전, 설정한 계획을 밀어붙이는 강력한 추진력 등을 강조한다. 클린턴도 서울에 왔을 때 리더십의 요소로 비전, 전략, 집행력, 인내 등을 꼽았다.


미래 창조적 리더십에 필수적인 것이 개방과 소통이다. 만약 리더가 ‘심리적 감옥’에 갇혀 폐쇄적이어서 주변 인물만 발탁한다면 어빙 제니스가 말하는 ‘집단사고의 오류’에 빠지기 십상이다. 미래와는 거리가 먼 12~3세기 때의 옛 이야기지만 칭기즈칸은 이방인을 참모로 많이 써 개방과 다양한 사고로 세계를 제패했다. 1955년에 워싱턴포스트지가 지난 천년 중 가장 훌륭한 지도자로 그를 뽑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한편 정치학 교과서에서는 대통령 리더십의 자질과 능력을 가리는 평가요소로 비전, 정부조직역량, 외교력, 정치기술, 맥락 파악, 인지 스타일, 감성지능 등을 꼽는다. 이를 토대로 국민에게 꿈과 희망과 결실을 쥐어줘야 한다. 리더는 표현력에서도 탁월해야 한다. 소통의 출발이다. 표현력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연설에서 문장의 구조론syntactics, 의미론semantics, 실용론pragmatics 등을 적절히 구사하며 상대방을 설득하는 명수라는 평을 듣는다. 자서전 ‘마이 라이프’를 보면 그는 늘 국민에게 전진, 희망, 단결, 구심점 등을 외쳐댔다. 반면에 노무현 대통령은 토론의 달인이라고는 하지만 메타언어와 대상언어를 구분 못해 평검사와 대화할 때 장관이 정치인이다 아니다,며 성격 규정에서 어긋난 경험이 있다.


<미래 리더십은 공유한다>


미래 리더십은 끄는 자와 끌려가는 팔로워의 관계가 아니라 ‘함께 간다’는 뜻이 부각된다. ‘공유한 리더십’shared leadership ‘코 리더십’co-leadership, ‘팀 리더십’team leadership, 파트너십partnership이라는 표현들을 그래서 쓴다. 대통령은 참모와 한 팀이 되어 가고 국민과도 함께 가야 한다는 뜻이다. 대통령만 아니라 어느 분야의 리더도 그래야 한다. 그렇다고 리더가 전혀 부상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위기 때는 리더가 돋보인다. 그러나 미래의 리더는 역할을 나누고 권한을 위임할 줄 알아야 한다. 피라미드의 정점에 있는 리더는 앞으로 상상하기 어렵다. 컨비너나 코디네이터 정도로 생각하면 매우 편해진다.


부시 대통령이 600단어 밖에 쓰지 못할 정도로 책을 안 읽는다며 지적이지 못하다고 비판받지만 그의 리더십은 임파워먼트에서 나온다. 참모들에게 많은 권한을 위임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위임도 조심해서 해야 된다. 리더 주변에는 항상 2인자가 있고 3인자도 있게 마련인데 이들과의 역할분담이 무엇보다도 성공의 열쇠이다. 우리나라처럼 악역만 맡고 대신 옥고를 치러야 하는 그런 역할분담은 미래에 생각할 가치조차 없다. 권력이 집중돼 결국 부패를 떠안은 일을 누가 더 이상 하겠는가?


<리더십 훈련은 몸으로 전뇌로>


그렇다면 새롭고 유용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어떻게 나오는가? 좌뇌보다는 우뇌, 나아가 다니엘 핑크가 말하는 전뇌적 사고로 가능하다. 로버트 루트번스타인은 ‘생각의 도구’에서 관찰하기, 형상화하기, 추상화하기, 패턴인식하기, 패턴형성하기, 유추하기, 몸으로 생각하기, 감정이입하기, 차원적 사고하기, 모형 만들기, 놀이하기, 변형하기, 통합하기 등으로 창조가 가능하다고 했다.


끝으로 미래의 지도자를 어떻게 기를 수 있을까? 창조적 상상력을 키워 내일을 바라볼 줄 아는 비전 훈련은 지적 호기심과 탐구욕을 갖고 아름다움에 가까이 가도록 하는 것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루트번스타인이 그렇게 말했다. 많은 경험을 하면서 늘 의문을 갖고 문제에 파고들게 해야 한다. 거기에 하나 더해서 오는 12월에 그런 인물을 대통령으로 뽑으면 역할 모델이 되어 누구나 따르려고 하지 않겠는가?

김광웅 서울대 명예교수
저작권자 2007-10-2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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