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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정리=서현교 객원기자
2007-10-17

“기업, 과로에서 벗어나야 생산성 높아진다”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 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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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이 지난 11일 코엑스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인간개발경영자연구회 강연에 나서 평소 자신이 생각하는 기업론에 대해 설파했다. 본지는 문 전 사장의 강연을 요약해 게재한다. [편집자 註]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가 작년 10월 지식포럼에서 한국의 문제 5가지를 꼽으면서 우리나라의 과로를 지적했다. 포터 교수는 “한국은 우선 고립돼서 큰 문제다. 한국의 부패가 큰 문제이다. 그렇지만 한국의 근로자들이 이렇게 과로하는 것이야말로 한국의 미래를 완전히 지식사회에서 멀게 한다. 21세기는 지식사회이고 한국은 교육 때문에 일어난 나라인데, 이제는 교육을 하지 않는 나라가 되어 위기에 몰리고 있다”는 얘기를 했다.


미국이 하고 있는 것도 과로라고 하고, 유럽은 너무 일을 안 한다고 하는데, 한국은 미국이나 일본보다도 30~40% 일을 더 하는데, 이 숫자는 그나마 대기업들이 평균을 낮춰줘서 그렇지 중소기업에 가면 평균을 훨씬 넘어선다. 이런 과정 중에서 전 세계에서 가장 사망률이 높은 산업체들, 사고율이 가장 많은 사업체들이 됐다.


중소기업 아픔 보듬어야


지난 7년 사이에 중소기업 종사자들의 사고율이 두 배로 뛰고, 10만명이 다치고, 3천여 명이 죽었다. 개인들의 불행뿐만 아니라 이 나라가 부담한 경제적 손실이 15조원을 넘어섰다. 그런데도 우리는 15조원을 아까워하지도 않을 뿐더러 10만명의 아픔을 전혀 이해 못 한다. 자기가 안 다쳤기 때문이다.


과로하는 기업들에게 레드카드를 보여줘야 한다. 이것은 글로벌스탠더드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국가의 경쟁력을 1/3로 떨어뜨려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생산성이 일본과 중국의 1/3밖에 안 되는 이유가 이것 하나뿐이라는 것을 알게 해야 한다.



과로만 없애고 평생학습을 집어넣으면 왜 우리나라 중소기업 생산성이 독일과 일본의 1/3밖에 안 되겠는가? 이것을 전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 그리고 매년 다치는 10만명을 우리가 지켜줘야 한다. 그러면 이 분들이 75세까지 열심히 경제적 사회적 활동을 함으로써 국가에 보답하리라 본다.


겸손/섬김의 리더십 절실


기업도 사람을 너무 헤프게 버리는 것이 큰 문제다. 유한에 34년 있었지만 지금 71년째 계시는 분이 있다. 지금 91세인데, 유한은 그렇게 사람을 중요시 한다. 킴벌리클라크의 경우나 미국의 많은 기업들을 보면 정말 사람을 중요시 여긴다. 영속하는 기업, 성공하는 기업의 8가지 습관에도 나오지만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에는 사람을 중시하고 사람을 섬기는 리더들이 있다.


독선적이고 저돌적으로 사람을 무시하는 경향이 아니라 사람을 사랑하고, 사람의 가치를 높이려고 노력하고, 그 가정을 지켜주고 그 사회를 지켜줄 때 그들에게 창조성이 나오고 국제경쟁력이 나오는 것이다. 겸손의 리더십, 섬김의 리더십은 정말 우리 사회에 필요한 요소가 됐다.


자기 직원을 섬기는 것이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실상 어려운 일이다. 내가 고용했는데, 나보다 20세나 어린데 하는 생각을 하지만 이것은 오만이다. 저 사람들이 지식을 가지고 열정을 가지고 일을 한다면 현재 3배의 생산성이 나올 텐데, 세계 최고의 경쟁력이 나올 텐데, 저 가정이 지켜질 텐데, 그런 생각을 하다보면 사람을 씹던 껌처럼 버리지는 않을 것이다. 전 세계 지식의 히말라야봉을 올라가 볼 때까지, 전 세계 최고의 전문가들의 이너서클 안에 들어가 볼 때까지 자기 직원들을 아들과 딸처럼 아끼는 사람들이 증가해야 한다.


마이클 포터나 김위찬 교수는 빨리 한국이 저임금 경쟁이나 저가경쟁에서 벗어나서 프리미엄 쪽으로 바꾸라고 한다. 레드오션에서 블루오션 쪽으로 빨리 빠져나오라고 충고한다. 저임금경제, 규모경제는 이미 끝났다는 것이다. 이제 차별화경쟁, 기술경쟁, 지식경쟁, 디자인경쟁, 신용경쟁, 국가브랜드경쟁이라는 것이다.


국가의 신용도가 얼마나 중요한데, 국가의 지도자들이 국가의 신용도에 무관심하고, 국가경쟁력에 무관심하다면 어떻게 한국 상품과 한국의 서비스가 제값을 받을 수 있겠는가? 어떻게 저가경쟁력을 중국과 베트남 같은 나라와 할 수 있겠는가? 이제 한국은 국가브랜드를 국가품격을 올려야 할 때라고 이야기들을 한다.


전통산업, 혁신만 하면 멀리 갈 산업


덧붙여 전통산업과 신산업을 구별해서 전통산업의 업그레이드 기회를 놓치는 실수를 범해선 안된다. 가장 오래된 산업이 먼저 망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오래된 산업이 끊임없는 혁신만 하면 가장 멀리 갈 산업이다.


섬유산업이 대표적인 예이다. 왜 중소기업이 작다고 이야기하는가? 중소기업을 모으면 한국 기업의 99.9%이고 일자리의 93%이다. 그런데 왜 독일이나 일본의 중소기업처럼 대기업 못지않게 중소기업이 강한 나라를 왜 못 만드는가? 왜 그런 리더십이 대한민국에는 없는가라는 이야기를 한다.


왜 한국에는 사람을 중시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선진국 중소기업보다 생산성이 1/3밖에 안 되는 것을 알면서도 그 격차를 줄이겠다는 노력이 없는가? 대기업에 지난 40년간 종합무역상사특별법으로 도와줬듯이 중소기업도 국제경쟁력을 갖춘 다음에 우리보다 60배나 큰 세계시장으로 나갈 날개를 달아줘야 한다. 중소기업이 잘 되면 대기업도 잘 된다. 이것이 상생의 길이라는 것이다.


중소기업, 안정지원이 절실


내가 유한킴벌리에 들어갈 때 유한킴벌리는 유한양행의 한쪽 구석에 있던 조그만 사업부였다. 이름은 유한킴벌리라고 별도로 돼 있었지만 유한양행 사장이 유한킴벌리 사장을 겸임할 때 들어갔다. 그 작은 벤처가 지금 국내에서만 1조원을 이루고, 해외에서 많은 기업들의 간접경영을 하는 회사가 될 수 있었던 것도 초기에 안정적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금융권으로부터 자금지원을 받는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이자를 얼마나 내는가? 심한 곳은 18%를 내기도 한다. 11% 이상 낸다는 것은 사업하지 말겠다는 것이어야 하는데, 그 중에는 11%를 넘어 18%를 내는 곳까지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대부업법에서는 66%까지 이자를 가져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한국 하나뿐이다.


이래놓고 우리나라 중소기업, 벤처기업을 위기에서 살릴 수 있겠는가? 다른 나라들은 4~5% 혹은 무이자인 FDI(Foreign Direct Investment)를 쓰게 하는데, 우리나라만 이렇게 비싼 이자를 쓰게 만든 ‘코리아디스카운트’를 없애야 한다.


혼이 있는 경영 필요


이제 육체근로에서 지식근로로, 혼이 있는 경영과 경제로 바뀌고 있다. 왜 젊은이들이 안철수 의장에게 몰입되어 있는가를 보면 그 분의 기업은 매출액이 200억밖에 안 되지만 그는 말 한마디, 행동 하나 기업을 운영하는 철학에 혼이 있다. 혼이 있는 경영을 우리 젊은이들이나 세계가 함께하고 있다. 리더십을 가질 꿈, 중국이 이야기하는 혼이 있는 경제, 안철수 씨가 얘기하는 혼이 있는 경영. 이게 우리에게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이제 우리는 진정한 성장을 해야 한다. 진짜 경제를 이끌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의 생산성을 독일과 일본 수준으로 10년 안에 가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5년 안에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생산성을 지금의 2배 이상 올리고, 독일 수준의 70%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그러면서 매년 2% 가까운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통한 생산성으로 성장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FDI나 FTA를 통해서 약 1%, 환동해경제협력벨트 같은 러시아, 북한 자원을 이용하는 데서 1%의 성장을 하는 새로운 발상을 해야 한다.

정리=서현교 객원기자
shkshk2@empal.com
저작권자 2007-10-1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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