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계절인 가을철을 맞아 전자책과 오디오북을 이용한 디지털 독서법이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디지털족의 필수아이템으로 자리잡은 mp3플레이어의 광범위한 보급과 함께 오디오북이 더욱 각광을 받고 있다. ‘오디오북(AudioBook)’은 종이로 된 책을 음성파일로 변환해서 들을 수 있는 서비스다. 성우나 전문가가 책을 읽어준다. 이전에는 테이프, CD형태였으나 최근에는 MP3파일로 대중화되는 모습이다. 등장한 지 꽤 오래 됐지만 최근 이동 디지털족의 등장과 mp3플레이어의 확산과 함께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
노트북, PMP, MP3 플레이어, 휴대전화, DMB, 휴대용 게임기 등을 이용해 어디서나 다양한 정보에 접속해 즐기는 ‘코드리스(Cordless)-이동족’이 증가하면서 독서도 이동하면서 책을 통해 보는 것이 아닌 듣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지하철, 버스를 탈 때나 빈 강의시간이나 이성친구를 기다리는 시간에도 짬짬이 책을 들을 수 있어 편리하다. 오디오북을 이용하면 심지어 운전 중이거나 운동하면서도 책을 들을 수 있다. 바쁜 업무로 학원에 갈 여유가 없는 사람에게도 상당히 유용하다. 외국어 공부에 활용할 경우 MP3플레이어, PDA에 오디오북 파일을 옮겨서 오디오 북을 들으면서 해당 원서를 같이 보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책만 읽을 때보다 훨씬 효과가 있다.
국내에선 ‘오디언닷컴’(www.audien.com) 사이트가 회원 수 50만 명을 넘어서며 인기몰이 중이다. 출판사와 저자로부터 저작권을 사서 도서 내용을 각색한 뒤 성우들이 연기를 하고 음향 효과 등을 넣어 녹음을 한다. 오디언의 관계자는 “mp3 플레이어로 들을 수 있는 것이 음악 외에 거의 없는 편”이라며 “20~30대 직장인들이 많이 이용하며 한 편당 내려받는 데 700~1천원이 든다”고 말했다. 이 사이트 외에도 전자책 전문서점인 북토피아(mp3.booktopia.com), 교보문고 전자책서점 제노마드(genomad.co.kr)가 오디오북을 판매하고 있다. SK텔레콤의 멀티미디어서비스 '준(JUNE)'과 음악사이트 '멜론(melon.com)', KTF '도시락(dosirak.com)'에서도 오디오북을 서비스하고 있다.
일반인들은 물론이고 시각장애인들에게 아주 유용한 도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나아가 이들을 위해 소리로 된 정보를 공유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다음세대재단은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이들의 다양한 생각들을 있는 그대로의 목소리로 공유하겠다’는 취지로, 음성저장물 기록소인 ‘소리아카이브’(soriarchive.net)를 열었다. 국내 처음 등장한 음성 콘텐츠 아카이브다. 이 사이트에서는 연설, 강좌, 인터뷰, 저작권이 지난 음악 등을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 또 ‘소리 RSS’라는 코너를 통해 외부 블로거가 공유하고 있는 음성 콘텐츠를 확인할 수 있다. 매사추세츠공대(MIT) 등 미국 대학들은 강좌를 무료로 공개하고 있으며, 디지털 형태로 된 자료가 모아져 있는 미국의 아카이브(archive.org) 같은 사이트에서는 역사적인 인물의 음성이 잘 보존돼 언제든지 들을 수 있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와 같은 단체들은 2000년대 초반부터 소리도서관(sorisem.net), 소리책(sori.or.kr) 등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음성전자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서는 책이나 잡지 내용은 물론이고 텔레비전 드라마까지 음성 콘텐츠로 전환되어 있다. 엘지상남도서관도 휴대전화나 컴퓨터를 통해 시각장애인이 미리 녹음된 음성이나 책의 내용을 들을 수 있는 ‘책 읽어주는 도서관’(voice.lg.or.kr) 서비스를 하고 있다.
종교분야에서도 오디오북이 인기다. 한국액센(대표 박수성)은 디지털 오디오 성경인 '듣는성경' 개역개정판 신구약편을 출시했다. '듣는성경' 개역개정판 신구약 종합편은 총 66권의 모든 성경이 수록돼 있으며, 낭독시간은 정독 82시간에 이른다. 또한 남ㆍ녀 성우의 목소리와 배경음악이 함께 수록돼 있다. 이번에 액센에서 출시한 개역개정판 '듣는성경'은 차세대 매체인 플레이디스크(전자음반) 형태로 출시해 제품 자체가 MP3플레이어 기능을 담고 있는 독특한 오디오북으로 소비자들이 별도의 재생장치를 구매하거나 휴대할 필요가 없어 사용하기에 편리하다.
지난 14일 막을 내린 제59회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도 오디오북이 새로운 독서 트렌드로 자리 잡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독일서적상출판인협회 주최로 열린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은 세계 최고(最古), 세계 최대 도서박람회로 세계 출판계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리다. 주최국 독일을 비롯한 108개국에서 7천448개 출판사가 신간 12만여 종을 포함한 39만여 종의 책을 출품했다.
출품도서의 30%가 디지털화됐고, 디지털화와 관련한 포럼 등이 70회나 열린 것이 바로 도서 분야에도 디지털이 대세임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오디오 북은 이번 도서전에서도 이슈였다. 주제 중 하나인 ‘평생학습’과 관련해 문맹자나 노인들에게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단순 낭독형이던 기존 형식에서 벗어나 드라마 스타일까지 다양한 형식의 오디오북이 선보였다.
한편 디지털 오디오북 업체인 인티큐브는 헌 책을 새 책(오디오북)으로 바꿔주는 온라인 이벤트를 이달 말까지 실시 중이다. 인티큐브는 오디오북 사이트 '오디언'(www.audien.com)을 통해 베스트셀러, 소설, 수필, 시, 무협지 등 1천500여 권의 도서를 MP3 파일 형태로 서비스하고 있다. 고객이 헌 책을 인티큐브에 증정하면 오디오북 20권을 내려받을 수 있는 상품권을 주고 1개월간 무제한 스트리밍(실시간 재생)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이벤트 참여자 가운데 선정된 200명에겐 노트북PC, MP3플레이어, 도넛 등 경품을 준다.
- 김문균 객원기자
- 저작권자 2007-10-1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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